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던 세운상가, 로봇·AI로 부활할까

홍지유 2017. 9. 19. 0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0~80년대 전자메카서 슬럼화
서울시, 535억 들여 오늘 재개장
스타트업 기업 지원공간 만들어
반려로봇·전자의수 등 기업 입주
세운~대림상가는 공중보행로 연결
서울 종로 세운상가가 도시재생 사업인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1단계 공사를 마치고 19일 재개장한다. 이번 프로젝트로 세운상가(정면 건물)와 대림상가를 이어 주는 3층 높이의 공중보행교 ‘다시세운보행교’가 12년 만에 복원됐다. [신인섭 기자]
1970~80년대 서울 세운상가는 ‘미사일부터 잠수함까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갖 기계와 부품을 갖추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제품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세운상가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타운(1967년 건립)이기도 하다. 연예인, 고위 공직자, 대학 교수 등이 대거 입주했다.

하지만 80년대 중·후반부터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에 새로 등장한 전자제품 상가, 재개발 지체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낡고 음침한 공간의 이미지까지 얻었다.

이처럼 ‘슬럼화’됐던 세운상가가 도시재생 사업에 힘입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새 세운상가는 19일 재개장 행사인 ‘다시세운 한마당’을 통해 시민에게 첫선을 보인다.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세운상가를 되살리기 위해 서울시는 535억원을 투입해 상가 일대를 도심 제조업의 중심으로 키우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벌여왔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다시 걷는 세운(보행 재생) ▶다시 찾는 세운(산업 재생) ▶다시 웃는 세운(공동체 재생)의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됐다. 프로젝트의 중심은 ‘보행’이다. 그 일환으로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던 공중보행교(세운~대림상가, 총연장 58m)가 12년 만에 부활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공중보행교는 ‘다시세운보행교’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세운상가 옥상에는 남산과 종묘 등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가 마련됐다. 세운상가와 대림상가의 양 측면엔 각 500m 길이, 3층 높이의 보행데크가 만들어졌다. 보행데크는 에스컬레이터(3개), 엘리베이터(4개), 계단 등을 통해 지상과 연결된다.

세운상가 앞 옛 초록띠공원은 ‘다시세운광장’으로 새로 단장됐다. 나대지와 다름없던 광장은 다양한 행사가 열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광장 지하에는 다목적홀과 문화재전시관이 조성됐다. 문화재전시관에는 공사 중 발견된 중부관아터와 유적이 전시된다.

세운상가의 역사적 맥락을 살려 스타트업(start-ups)의 창작·개발 공간도 만들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내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교육·제작활동을 지원하는 ‘4대 전략기관 입주 공간’을 뒀다. 아세아상가 3층에 마련된 전략 거점인 ‘에스이클라우드(SEcloud)’ 공간은 서울시립대·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사용하게 된다. 세운상가 지하 보일러실에 있는 ‘세운 베이스먼트’ 공간은 교육 장소로 활용된다.

스타트업 창작·개발 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세운상가~대림상가 보행데크)에는 지능형 반려로봇을 만드는 ‘서큘러스’, 장애인을 위한 저비용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만드로’ 등 17개 기업이 입주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의 기술 장인들과 입주 기업이 협업할 수 있도록 ‘세운상가산업지도’ 홈페이지(www.sewoonmap.net)도 개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 전자산업 메카였던 이 일대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융합, 분야를 넘어선 협업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4차 산업을 이끌 창의·제조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충기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심 한가운데 1㎞에 달하는 공중 보행로를 큰 탈 없이 설치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서울시가 도시 재생 사업에서 물리적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세운상가를 채울 콘텐트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신헌호 대구일보 기자 hong.ji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