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려는 버스마다 '좌석 없음'..지각 출근 속출

2014. 7.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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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도권 직행버스 '입석 금지' 첫날

국토부선 222대 증차했다는데

좌석 꽉차 정류소 무정차 통과

긴줄 선 중간기착지 시민들 분통

"안전 위해서라지만 준비 부족"불만 폭주에 2시간뒤 입석 허용

"7시32분 버스를 타야 하는데 큰일 났네."

직행좌석 광역버스의 '입석 금지' 조처가 시행된 첫날인 16일 오전 7시25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대 후문 앞 버스정류장. 50대 회사원 최민성씨는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최씨는 평소보다 10여분 일찍 집을 나섰다. 회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청까지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해 서울 사당역으로 가는 7000번 또는 7001번 광역버스를 타야 한다. 사당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회사로 간다.

30대 회사원 김종길씨는 "증차했다는 버스는 어디 있는 거야. 한 대도 안 보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평상시엔 5분이면 버스를 탔는데 이미 앞 정거장에서 만석이면 어쩌란 겁니까. 출발지로 택시라도 타고 가야 하냐고요."

5분, 10분 시간이 흐르면서 7000번과 7001번 버스 5대가 '잔여좌석 없음'이란 안내문을 붙인 채 최씨의 눈앞을 지나갔다.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 영동고속도로 동수원나들목으로 내달리는 버스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토해양부가 입석 운행을 금지했지만, 시행 첫날부터 곳곳에서 출근길 버스를 타지 못한 시민들이 분통이 터져나왔다. 국토부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222대의 전세버스를 긴급 투입했다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5분여가 지난 오전 7시50분께 마침내 7001번이 섰다. 최씨 등 4명이 차로 뛰어갔으나 최씨만 간신히 탔다. 5분여 뒤 7000번 버스가 섰다. 또 4명이 뛰었다. 차에 오른 한 대학생의 입에서는 "어! 입석 금지라더니…. 이게 뭐야"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통로에 이미 10여명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좌석에 앉아 있던 20대 여성은 "이 정도 입석은 매우 쾌적한 편이다. 평소에는 출입문 디딤판까지 꽉 차서 문을 두세 번 열고 닫은 뒤에야 겨우 출발했다"라고 말했다.

버스 운전기사 이아무개씨는 "경기지방경찰청 앞 정류소를 지나는데 회사에서 '입석 허용'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출근길 시민들이 하도 아우성이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5시30분 수원 경희대 앞에서 첫차 운행을 시작한 지 2시간20여분 만에 '입석 금지'가 '도로 입석 허용'으로 바뀐 것이다.

7000번 버스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이날 오전 8시56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새도시의 낙생육교 정류장에서는 경기도와 성남시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불편 호소를 외면해 입방아에 올랐다. 서울 아현동으로 출근길에 나선 주민 박창식씨는 "승차 거부당하고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한테 '입석이라도 탈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조사만 한다며 멀뚱멀뚱 쳐다만 보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분당구 서현동과 이매동 버스정류장에서는 이날 오전 9401번 광역버스가 연신 무정차 통과를 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100여m 이상 줄을 섰고, 일부는 전철역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이날 분당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한 직장인 이연경(31)씨는 '최악의 출근길'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종점부터 증차를 했다고 하는데, 종점에서 타는 사람들이 아니면 서서 타는 수밖에 없다. 입석을 금지하니 기다리는 시간만 늘어났다"며 "사람이 많이 타는 중간에서부터 버스를 추가 배차하지 않는 이상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입석 금지'는 준비도 부족했지만, 일관성도 없었다. 이날 아침 고양시 마두역과 백석역에서는 일부 광역버스는 '입석 금지' 현수막을 걸고 운행했지만, 일부 버스는 승객 요구로 입석을 허용했다. 한 광역버스 업체 관계자는 "마두역은 출발지에서 가까워 좌석에 여유가 있지만, 화정 등 뒤쪽 구간에선 승객들과 실랑이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바탕 출근 전쟁 끝에 서울 사당역에 승객들을 내려준 7000번 버스가 다시 수원으로 향하던 오전 8시45분께 운전기사 옆 단말기에 회사 메시지가 다시 떴다. '오늘 입석 허용'. 운전기사 이씨는 '입석 금지' 안내문을 내보이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 노선에 증차된 게 1대인데 최소 5∼6대는 있어야 해. 단계적으로 해야지, 준비도 없이 이게 뭐야?"

수원 성남 고양/홍용덕 김기성 박경만 기자, 최우리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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