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보약보다 더 좋은 커피

김교영 매일신문 특집부 부장 2012. 2. 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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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의사' 배재훈의 커피 건강학 "항산화 물질 많은 최고의 건강기호식품"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커피 전문 카페가 아파트단지 상가는 물론, 골목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TV 드라마 등에서도 커피 카페가 단골로 등장한다. 취미생활이나 창업을 목적으로 바리스타(barista)가 되려는 사람도 늘었다.

↑ 배재훈 계명대 의대 생리학과 교수.

흔히 커피는 위장에 좋지 않고, 칼로리가 높아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커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커피는 정말 건강에 이롭지 못한 기호식품일까.

"커피를 마시면 살이 찐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우유, 크림,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커피는 저칼로리 식품이며,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또한 항산화 물질이 많아 건강기호식품으로 부를 정도입니다."

커피의 감미로움을 얘기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커피의 건강학'을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대구 계명대 의대 생리학과 배재훈(51) 교수는 커피를 의학적으로 '해부'한 사람이다. 그는 "커피를 제대로 알고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커피는 칼로리가 낮고,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많은 건강기호식품이기 때문이란다.

배 교수는 지난해 7월 '내 몸에 커피 내 안의 행복-의사가 풀어가는 커피 이야기'(계명대 출판부 펴냄)를 펴낸 이후 줄곧 커피 애호가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 '커피와 건강'을 주제로 한 단행본이 없다는 게 집필 동기였다.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커피를 즐겨온 까닭에 의대생은 물론 주변 사람으로부터 "커피를 마셔도 건강에 나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때마다 기본적인 의학지식을 동원해 어물쩍 넘어갔다.

당뇨·간염·파킨슨병 예방에 도움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다. 확실한 답을 찾으려고 1년여 동안 수백 편의 관련 서적과 논문을 파고들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좀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결론이 상반된 연구논문은 가능한 배제한 채 여러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도출한 연구결과만 인용했다.

그는 "현재까지 커피에 관한 연구는 8000여 건이 넘는다. 이런 자료 가운데 어느 한 가지 결과만으로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할 수는 없다"며 "커피에는 건강에 좋은 면, 해로운 면, 특별히 주의해야 할 면이 모두 있다. 책에서는 각각을 구분해 설명하고 과학적 근거 자료를 제시하는 한편, 종합적 개인 의견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책을 출간한 후 커피업계 인사로부터 공동저술 제안도 몇 차례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집필 의도가 자칫 상업적으로 흐를 것 같아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책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한 뒤 그는 '커피의 건강학'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그는 "커피는 산업화한 국가에서 식이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항산화제의 주된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커피는 당뇨병, 간염, 간경화,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예방과 진행을 억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미국소화기내과학회지가 커피(콩)를 표지에 내세웠으며, 커피가 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공식 의견을 발표한 사실을 소개했다.

물론 커피는 체내에서 칼슘 흡수를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이 때문에 커피를 골다공증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 교수는 "하루 우유를 1컵만 마신다면 하루에 커피 3잔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부나 수유 중인 여성에게도 커피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신경 발달이 덜 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그는 "캐나다 보건당국은 임신부의 경우 커피를 하루 3잔까지는 마셔도 된다고 발표했다"며 "초콜릿 등 다른 식품으로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하루 1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 여성 간호사 8만6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커피를 하루 2~4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상태에서 벗어나며, 심지어 자살 충동의 위험성이 34~42%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는 우리 몸속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증가시켜 뚜렷한 각성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정보처리 능력도 강화한다. 또 카페인 성분은 몸 전체의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한다. 이러한 기능이 통증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의 생산이나 분비를 억제하며, 진통제 효과를 40% 정도 높여준다.

카페인은 소화계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배 교수는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또 담낭을 수축시켜 담즙 분비를 원활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한 효과도 있다. 중년 이후 여성이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성관계 횟수가 늘어나며, 남성의 경우에도 남성호르몬 총량이 커피 섭취량과 직접적인 비례 관계로 증가해 성생활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남성은 성생활 능력 향상도

배 교수는 하루에 커피를 4잔 마신다. 그가 커피의 매력에 빠진 것은 1997년 교환교수로 캐나다 밴쿠버에 있을 때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미국 시애틀로 여행을 갔는데, 그곳의 스타벅스 1호점에서 에스프레소 맛을 보고 커피에 빠지게 됐던 것.

"5년 전부터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커피 전문점을 찾아 자료도 얻고 맛에 대해 공부도 했죠. 그리고 바리스타에 도전했습니다. 커피는 다양한 사람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술보다는 교류 폭이 훨씬 넓은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커피에 이어 생활 속 궁금한 점을 의학적으로 정리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애·정·남'의 최효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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