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SNS에 사생활을 털어놓을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상하 관계가 없는 자유로운 소통의 도구로 주목받으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까지 SNS를 중요한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은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어놓고 자신의 일상과 고민을 털어놓는가 하면 친구나 직장 동료 등과 일상을 공유하고, 직장이나 시댁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는다. 주로 올리는 글의 80%가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정치적 의견을 곧잘 공유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접속해 누군가의 새로운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사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SNS에 사생활을 표현해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 하는 것일까?
SNS에 일상 털어놓을 때 보상 관련 뇌 부분 활성화
최근 미국 럿거스 대학 커뮤니케이션정보학부의 모어 나만 교수는 SNS 사용자 3백50명의 트위터 대화 내용을 분석했다. SNS에 올려진 글의 주된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의 글이 가장 많았고, 다른 사람의 글에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내용이 그 뒤를 이었다.
모바일 기기로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여성들은 특히 더했다. 모바일 사용자 여성들은 특히 자기 얘기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남성들보다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더 많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 대학 심리학부의 다이아나 타미르 박사팀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에 사생활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보상받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SNS에 일상사를 털어놓을 때 우리들의 뇌에서는 보상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되어 심리적으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보충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차보다 커피를 좋아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해서 답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뇌의 변화를 fMRI(기능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차보다 커피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말할 때 뇌의 보상 중추가 훨씬 더 활발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뇌에 불꽃이 튄다는 얘기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해 말할 때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보상 중추란 주변 환경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거나 음식이나 금전적 보상이 주어질 때 또는 성적 흥분이 일어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약물 중독과도 관련되어 있다.
다이아나 타미르 박사팀은 또 자신의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할 때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포상으로 돈을 제공하는 실험도 했다. 미리 자기에 대한 질문, 다른 사람에 대한 질문, 참과 거짓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놓고, 실험 참가자들로 하여금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선택하도록 한 후 타인에 대한 질문이나 참·거짓에 대한 질문을 선택해 대답할 때에는 매회 최대 4센트(약 46원)를 제공하는 실험이었다.
SNS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받는 이들도 점차 늘어
그런데 예상외로 실험 참가자 중 3분의 2 이상이 돈을 받는 다른 사람에 대한 질문보다는 자기에 대한 질문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만큼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심리적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얘기를 함으로써 받는 금액(평균 7백19원)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도 기꺼이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이에 대해 타미르 박사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액수가 아닌 몇백 원 정도는 지불해서라도 자기의 얘기를 토로해 위로받거나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만약 실제 대화에서 자신의 돈을 내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이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내더라도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함으로써 보상받고 싶어 하고, 특히 여자들은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보상받기 위해 깊은 생각 없이 SNS에 남긴 한 줄의 글이나 사진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친구를 선택할 수 있지만, 트위터는 이용자가 모르는 수많은 팔로어에게 자신의 메시지가 공개되는 시스템이어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가 있다. 유명인들에게 SNS는 양날의 칼이다. 팔로어가 1천만명이 넘는 가수 레이디 가가처럼 SNS를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메시지 관리를 잘못할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안티 팬'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 SNS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안감, 포스팅과 댓글의 압박, 원하지 않는 지인들과의 교류를 위한 시간 소비 등이 피로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줄의 글이나 사진 때문에 자칫 좋지 않은 자신의 성격이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습관 이상 센터'가 조사한 연구에서는, SNS가 자신의 체형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16~40세의 페이스북 사용자 6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서 응답자의 41%는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사진을 보고 있고, 그 사진들을 봄으로써 자신의 몸매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해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또 SNS에 글을 올리거나 올라와 있는 글을 보면서 다른 사용자들과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기보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SNS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SNS를 통한 글이나 사진 게재에는 본인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공간에 올린 글이나 사진은 다른 누군가는 물론 나 자신에게도 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될 수 있는 글은 올리기를 삼가는 것이 좋다.
▶ < 제1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 에 도전하세요. 등록금을 드립니다!
[시사저널 인기 뉴스]
▶ 손학규 전 대표 인터뷰 "문재인의 공동 정부론은 국민 우습게 보는 것"
▶ 외제차 리스업체 주소지가 군청?
▶ 국회 내 '기념 식수 1호'는 가짜였다
▶ 변모하는 '안철수 인맥' 대선 캠프로 진화 중?
▶ 커가는 대안학교, 숨막힌 공교육 숨통 틔워줄까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