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처럼 살다 간 오두막 할아버지

최정선 2014. 1. 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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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펼쳐져 있다.

"생전에 할아버지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도 썼는데, 강아지똥은 흙 속에 스며들어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지." 아뿔싸, 이게 뭐야? 너, 설마 돌이네 흰둥이 아니지? 아니고말고.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강아지똥〉을 비롯해 〈몽실 언니〉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등 권정생의 작품은 오랜 세월 독자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바로 그 사람, 권정생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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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린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대부분 〈강아지똥〉의 동화작가 권정생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바로 그 사람, 권정생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이 펼쳐져 있다. 누가 책을 보다가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흘깃 보니 짙은 파랑색 배경에 민들레 한 포기와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못 보던 책이다. 초록 잎이 싱싱한 민들레는 노란 꽃을 활짝 피웠고, 몸빛이 누르스레한 강아지는 민들레를 올려다보고 있다. 강아지라기엔 개에 가깝지만 이 녀석 왠지 묘한 느낌이다. 어딘지 모르게 반드럽고 약빨라 보인다고나 할까. 앞발을 척 뻗어 턱 밑에 괴고 배를 깔고 누운 품새하며 민들레를 곁눈질하는 눈매하며 은근히 시건방지다. 수더분한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옆 페이지로 고개를 돌려 눈에 띄는 대로 읽는다. “…생전에 할아버지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도 썼는데, 강아지똥은 흙 속에 스며들어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지.” 아뿔싸, 이게 뭐야? 너, 설마 돌이네 흰둥이… 아니지? 아니고말고. 이 녀석은 누렁이잖아. 괜스레 놀라서 혼자 자문자답을 하다가 슬그머니 책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아 읽는다. 강아지똥 할아버지.

<강아지똥 할아버지> 장주식 글, 최석운 그림, 사계절 펴냄
한국 어린이문학을 대표할 작가를 묻는다면 대부분 주저하지 않고 권정생 선생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강아지똥〉을 비롯해 〈몽실 언니〉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등 권정생의 작품은 오랜 세월 독자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끝내 세속과 타협하지 않은 그의 특별했던 삶 또한 세인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맑고 따뜻한 글,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담은 글이 가난하고 고단하며 올곧았던, 한 병약한 이의 단호한 삶에서 나왔으니 딴죽을 걸 여지도 없다.

권정생의 삶을 몇 가지 에피소드로 엮어내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바로 그 사람, 권정생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도토리처럼 작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평생토록 온몸이 아팠던” 이의 삶을, 시골 교회에서 종지기를 하던 젊은 시절부터 작품이 널리 알려지며 사람들이 몰려들던 시절,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몇 가지 에피소드로 엮었다. 권정생의 생각과 됨됨이를 빠짐없이 싣겠다고 조바심을 낸 탓인지 글은 초점이 불분명하여 흡입력이 떨어지고 그림은 생기가 돌지만 들쭉날쭉하여 책 전체 짜임새가 아쉽다. 좀 더 조곤조곤하면 좋았을 텐데.

처음에 내 눈길을 끌었던 개는 책 속 곳곳에 출몰하여 주인공을 힐끔거린다. 암만 봐도 뺀질뺀질해 보이는 녀석은 어쩐지 권정생 주위에서 알짱대는 우리들의 모습 같다. 주인공이 세상을 떠나 화면에서 사라지자, 개의 시선은 민들레를 향한다. “할아버지도 강아지똥처럼 흙 속에 스며들어 무언가를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될 거야.” 우리도 그래야겠지, 곁눈질은 그만하고.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편집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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