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부자, 사법 칼날 위에 서다

이석 기자 2012. 12. 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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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원로목사가 지난 6월24일 열린 대한민국 지키기 6·25 국민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 11월30일 교회 돈 1백57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50여 명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이로 인해 '순복음 사태'를 촉발시켰던 장남(조희준 전 회장)과 차남(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이 동시에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민제 회장은 지난 6월 신문발전기금 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언론노조는 당시 조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 전 회장 역시 재단법인 영산기독문화원이 소유한 아이서비스(옛 FMK) 주식을 고가에 순복음교회에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서는 고발 내용만큼 피해액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아이서비스 주식의 적정가는 1만8천원 미만이었다. 영산기독문화원이 주당 8만6천9백64원에 25만주를 매각한 만큼 손해액이 1백73억원 이상일 것으로 평가했다. 검찰은 주당 적정가를 2만4천원으로 평가했다. 피해액 역시 16억원이 적은 1백57억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장로들의 고발 내용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향후 작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금 이동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도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공소시효가 12월5일이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조 전 회장을 기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주목되는 점은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부이다. 순복음교회 장로들은 지난해 9월 조 전 회장과 함께 조용기 원로목사를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이 이참에 조원로목사까지 기소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교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측은 현재 수사 내용에 함구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사건은 들여다볼 것이 많다. 추가 조사를 위해 조 전 회장 건과는 별도로 분리해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비리 척결을 촉구하는 국민일보 노조. ⓒ 뉴시스

한 사례로 조 전 회장은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여의도교회에 팔면서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우선 주식 매각 대금으로 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영산아트홀을 매수했다. 이후 영산아트홀을 거느린 영산기독문화원을 해산하는 식으로 잔여 재산 일체를 교회에 증여했다. 조원로목사의 암묵적인 허락이 없었다면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조원로목사측은 검찰에서 "영산아트홀을 넘겨받은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는 사실상 동일하다"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순복음선교회 설립 이후에 별도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회 재산을 모두 순복음선교회 명의로 취득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조원로목사와는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조원로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장로들의 생각은 달랐다. 고발 대리인인 다산측은 "순복음선교회 설립 이후에도 교회 명의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교회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당회 분과위원회(재산관리분과위원회)가 해마다 재산을 검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토지 1백15건, 건물 48건이 현재 교회 명의로 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선교회의 구성 자체가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포함한 21개의 지교회로 구성된 만큼 조원로목사의 입김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법적 다툼에 대해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조원로목사의 삼남인 조승제 인터내셔널클럽매니지먼트그룹(ICMG) 사장의 행보 역시 주목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감사분과위원회는 지난 11월25일 김상준 위원장(장로) 명의로 추가 의혹을 발표했다. ICMG그룹이 지난 2000년 서울 여의도의 CCMM(국민일보) 빌딩 3~4층과 12층을 순복음선교회로부터 매입한 뒤, 3년 만에 되팔아 77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 골자였다. 조승제 사장은 현재 여의도교회 관련 회사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조원로목사 일가의 교회 사유화 논란이 있을 때마다 조사장의 이름이 거론되어왔지만, 지난해 9월 검찰 고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위원회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장의 의혹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조사장은 최근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장로회의 발표 내용을 듣지 못했다. 할 말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장로회측은 조사장에 대한 의혹까지도 조만간 검찰에 넘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의 한 장로는 "특수 관계자가 아니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거래이다. 이 부분도 조만간 검찰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다"라고 귀띔했다.

순복음교회 장외전도 '후끈'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교회 내부의 신경전도 가속화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은 지난해 9월 조희준 전 회장과 함께 조원로목사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고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장로 세 명이 당기위원회 징계 대상에 올랐다. '교회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려 명예를 실추시켰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징계 자체는 참석한 당기위원 37명 중 34명이 반대해 무산되었지만, 이후부터 조원로목사 일가를 옹호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내부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교회 내부에서는 "일정 수준의 충돌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검찰 고발 직후 결성된 '교회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가 한 예이다. 조사특위는 5월27일 장로회에 중간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장로들이 제기한 비리 의혹 11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조원로목사 일가로 인한) 교회 손실액이 3백35억원으로 추정되었다"라고 발표했다. 언론에서도 조사특위의 조사 결과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장로회를 찾아와 "조사특위를 해체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조사특위는 해체되었지만, 감사분와위원회와 소위원회를 통해 의혹 조사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25일에는 삼남의 비리 의혹까지 공개하는 데 이르렀다.

또, 지난 8월에는 신문 광고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교바모)은 8월8일 한겨레에 성명서를 실어 조원로목사를 감싼 단체와 목회자들을 비판했다. 10일 후 국민일보에는 '순복음교회 장로 포럼 일동' 명의로 성명서가 게재되었다. 포럼은 성명서에서 '고발자들이야말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어지럽힌다. 회계하고 자폭하라'라고 요구했다. 때문에 조목사에 대한 검찰 조사를 둘러싼 교회 내부의 '장외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 기자 / ls@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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