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한국 첫 우주인 '하늘의 로또'

2006. 5. 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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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선발에 응모인원 최대 5만 명 예상… 역사적 영광과 더불어 '몸값' 부수입 기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공모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우주인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우주인사업단측은 "5월 19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전국에서 1만8708명이 우주인 선발에 응모했는데 이중 1만5366명이 남자, 3342명이 여자"라며 "응모 시작 4일 만에 1만 명을 돌파한 초기에 비하면 열기는 조금 식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5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우주인 선발에 응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부는 응모 마감일인 7월 14일까지 최대 5만 명 가량이 응모에 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응모한 이들은 4단계에 걸친 우주인 선발요건에 따라 선발된다. 1단계로 기초체력과 기본신체검사, 서류·필기시험을 통과한 300명은 극한 우주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 등에 대한 심층평가를 받는다. 2단계를 통과한 30명은 24시간 심전도와 뇌 영상촬영 등 정밀신체검사를 받고 상황대처 능력 등 종합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과한 10명은 고립실 검사 등 폐쇄공간 적응성 조사와 훈련용 항공기 탑승평가 등 강도 높은 시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15개월 동안 러시아서 적응훈련

올해 12월에 최종적으로 선발되는 이는 단 2명인데, 이들은 러시아로 건너가 15개월에 걸쳐 우주를 다녀오는데 필요한 모든 훈련을 받는다.

우주인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나갈 때와 들어올 때를 대비해 고중력 적응훈련을 받아야 한다.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고중력 적응훈련 장치가 설치돼 있다.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것처럼 훈련자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장치에 들어가는데 장치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할수록 훈련자는 큰 중력(G : 1G는 몸무게 1배)을 받게 돼 있다. 보통 사람의 경우 1G에서 2G로 넘어가면 속이 메스꺼워지고, 4G를 넘어가면 팔을 움직이기도 힘들어진다.

일단 우주에 가면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해야 하는 까닭에 무중력 적응 훈련도 중요하다. 사실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중력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무중력 적응 훈련은 주로 물 속에서 이뤄진다. 3층짜리 원형 건물 중앙에 지름 23m, 깊이 12m의 대형 물탱크가 있고, 물탱크 안에는 우주정거장이 설치돼 있다. 훈련시에는 물탱크에 물을 채운다. 그러면 특수우주복을 입은 훈련자는 무중력 상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주복의 부력이 훈련자의 체중을 상쇄시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실시하는 훈련은 걷기와 우주선 문 여닫기, 태양전지판 교체작업 등 간단한 내용이지만, 한 번 수중훈련을 받고 나면 체중이 2~3㎏ 줄어들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무중력 훈련은 대형 물탱크서 받아

진짜 무중력 훈련도 한다.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 근처의 공군비행장에서 무중력 훈련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시속 620㎞의 속도로 8900m까지 올라가다 갑자기 엔진을 멈추면 관성 때문에 비행기는 1만m까지 상승하다 떨어진다. 바로 이때 25초 가량 무중력 상태가 된다. 무중력 상태 전후 2G까지 올라가는 힘든 훈련인데, 한 번 비행에서 8~9회 정도의 훈련을 반복해서 받는다. 주로 움직이는 연습이나 옷을 입는 연습을 한다.

이밖에 생존에 필요한 훈련도 받는다. 우주인배출사업을 진두에서 지휘하며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도 두 번 다녀온 채연석 항우연 연구위원은 "우주인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훈련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바다나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를 대비한 생존훈련이라든가, 한국 우주인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인 2명에 불상사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우주선 조종훈련 등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훈련 뒤 1명은 2008년 4월 우주로, 1명은 가가린 우주센터에 남아 우주비행을 살펴보게 된다.

혹독한 훈련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일반인이 우주인으로 선발된 것처럼 체력과 정신력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 중력을 견디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요즘에는 우주선 기술이 발달해 과거만큼 많은 중력을 버티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10G 정도의 중력을 버텨야 했던 까닭에 전투기 조종사를 중심으로 우주인을 선발했지만 최근에는 3G 정도의 중력만 버틸 수 있으면 된다고 한다. 전투기급에서 여객기급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수 있는 기준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 항우연측의 설명이다.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러시아 회화능력이 아니라 러시아어를 배우겠다는 의지다.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는 외국의 예비우주비행사를 대상으로 2~3개월 가량 집중적으로 언어훈련을 실시한다. 체계적인 훈련 덕택에 지금까지 언어가 문제가 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단, 영어로 의사소통은 가능해야 한다.

우주정거장에서 지내는 7~8일 동안 과학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가진 이가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우주로 나가기 전 맡은 임무에 대해서도 정교하게 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복잡한 과학실험의 디자인은 지상의 과학자가 하고, 우주인은 단지 훈련받은 대로 우주에서 실험만 하면 된다. 임무를 이해할 정도의 논리적인 사고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한다. 오히려 과기부나 항우연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우주생활을 10일 동안 견딜 수 있는 정신적인 건강함과 신체적인 조건이라고 한다. 19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주인을 모집할 수 있는 이유다.

비행만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선발된 우주인은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역사적인 영광은 물론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3년 10월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에 탑승, 우주비행을 마치고 귀환한 중국 우주인 양리웨이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양리웨이는 '국가의 영예를 대표하는 국보이자 국가와 민족의 상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올해 3월 말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비행을 성공리에 마친 브라질의 마르코스 폰테스 육군중령은 '브라질 사상 첫 우주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국가영웅으로 부상, 올해 10월 연방주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돈도 벌 수 있다. 각종 광고나 강연 섭외가 쏟아질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과기부는 우주인의 경험과 지식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인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게 된다. 한국도 우주인을 배출했다는 국가위신과 관련된 성과뿐 아니라 많은 실리를 얻을 수 있다. 과기부 우주기술개발과 이창선 사무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우선 유인우주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 2007년 10월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우리의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인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무인우주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기술의 꽃인 유인우주기술은 전무한 상태다. 관련 기술은 우주에 다녀오지 않으면 도저히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으로 과기부는 우주인을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떻게 선발하고 훈련하는지 등 우주인 양성기술 등 다양한 유인우주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 최종 선발된 2명과 함께 모니터 요원 2명이 러시아에 동행, 소중한 정보를 전부 기록한다.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가위신 상승·과학 노하우 축적

무중력 상태에서 실시하는 과학실험의 결과도 소중한 성과다. 지구에서 불가능한 실험을 할 수 있고 지상에서 나오기 힘든 결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주공간에서는 불순물이 전혀 없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불순물이 없어야 반도체 칩이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무중력 상태라 지상에서 불가능한 물질도 합성할 수 있다. 지상에 무중력 상태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지만 지상에서 완전한 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과기부는 산업계와 협의를 거쳐 필요한 과학실험 목록을 확보한 상태다. 우주인은 하루에 하나씩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내로 가져온다.

세 번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주기술 개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사실 과기부가 노리는 성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한국인 우주인이 탄생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유인우주프로그램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등에 관련한 논의가 시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성과에 비한다면 이번 사업비 260억 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싼 편은 아니다. 전체 사업비 중 200억 원 가량이 러시아에 건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의 경우 탑승자 7명이 한 번 우주를 다녀오는데 1조2000여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경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 번 발사에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사비용과 우리가 얻는 효과를 비교한다면 오히려 싸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중국처럼 자국의 기술로 자국인을 우주에 보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우리의 경우 이런 방법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격 및 신체조건

지원자격 :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남녀로 영어·러시아어 회화 가능자

신체조건 : 키 150~190㎝(앉은 키 80~99㎝), 몸무게 50~95㎏,

발크기 29.5㎝ 이하

시력 : 나안 0.1, 교정 1.0 이상 (굴절률 ± 6 디옵터 이내)

혈압 : 수축기 90~140mmHg, 이완기 60~90mmHg

기초체력 보유자(3.5㎞ 단축 마라톤 20분 내 주파)

건강상태 :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술받은 사람, 정신질환자 등은 지원 불가(단, 맹장수술 등

가벼운 수술받은 사람과 출산 뒤 6개월이 지난 여성은 지원 가능)

지원자 접수 : 4월 21일~7월 14일(www.woojuro.or.kr)

'한국 우주인' 기회는 전에도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은 수년 전에 탄생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우리나라 유인우주기술은 훨씬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93년 오명 당시 대전엑스포조직위원장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우주인 계획을 내놨다. 당시 오 위원장은 러시아 우주선에 한국 우주인을 태워보내자는 계획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KBS가 1995년 자사의 기자를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보내 1990년 일본 TBS의 아키야마 도요히로 기자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우주특파원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비용 협의 과정에서 러시아측과의 의견충돌로 좌절하고 말았다.

2000년에도 기회는 있었다.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을 추진하는 미국의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당시 우리나라에 우주관측장비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해온 적이 있었다. 당시 나사는 우리나라에 사람까지 보내 기술검증도 했는데, 결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계획은 사라지고 말았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됐더라면 좀더 빨리 미국 쪽을 통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이후에도 미국항공우주국은 우주저울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으나, 올해 초 또 다시 미국항공우주국의 사정으로 계획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계획은 2004년 대통령 연두보고 때 오명 당시 과기부 장관이 10여 년 전에 내놓았던 계획을 다시 내놓으면서 시작했다. 이후 과학기술부는 유인우주선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와 접촉했는데, 미국의 경우 2003년 우주왕복선 폭발사고로 국제우주정거장 관련 계획에 차질이 있어 도저히 사업을 추진할 여유가 없었다. 남은 것은 전남 고흥 외나로도우주센터와 관련해 기술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러시아였다. 2004년 9월 러시아와 협력한다는 방침이 결정됐고, 2005년 11월 주관기관 선정에 이어 올해 4월 러시아와 정식협약을 맺었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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