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로 마음을 읽으렴!

2003. 12.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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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모든 사물을 컴퓨터화하는 해비타트 프로젝트… 지능화 ・ 감정인식등 뒷받침되면 거리 개념 사라져 요즘 내로라 하는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휴대용 무선 홈패드를 무상으로받는다. 초박막 액정화면으로 이뤄진 홈패드는 통합제어장치로 주방과 거실의전등도 켜거나 끄고, 전자레인지로 음식물을 조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파트 단지내 다른 세대와 연락할 때도 홈패드에서 동호수를 누르면 화상으로 통화를 할 수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무선인터넷에 들어가 가정의 가전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있는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음성으로 명령해 가전기기를 제어하는기술도 대중화될 예정이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든 간편하게 이용하는유비쿼터스(Ubiquitous)가 새로운 정보기술의 패러다임으로 서서히 일상에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사물을 인터페이스의 주체로 많은 사람들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미래 정보통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예상한다. 오래 전에 개념마저 모호했던 스며드는 컴퓨팅, 사라지는 컴퓨팅,보이지 않는 컴퓨팅 등이 실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일본등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관련 분야를 선점하려고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U-코리아 계획을 역설하기도했다. 이런 가운데 애당초 유비쿼터스라는 용어는 세계적인 복사기 제조업체인제록스사의 팔로알토연구소의 연구원 마크 와이저가 주창한 것으로 ‘사람을포함한 현실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물을 기능적・공간적으로 연결해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곧바로 제공’하려는 기술이다. 정보가자유롭게 흘러다니는 가운데 인간과 사물이 인터페이스의 주체로 떠오르는 셈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실세계의 모든 게 컴퓨터화된다. 지금까지는 컴퓨터내부에 각종 물질의 정보를 저장했지만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사물에 컴퓨터가삽입돼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모든 기능을 한 칩에 넣은 초소형 멀티미디형 칩인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칩세트, 입출력 컨트롤러 등을 한 칩에 집적하는통합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은 데이터의 복잡성을해결하는 딥 컴퓨팅(Deep Computing), 스스로 알아서 인간을 대신하는 자율컴퓨팅(Autonomic), 공간과 분산 컴퓨팅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인간에게 가장 쉬운삶의 공간을 제공하는 이지리빙(Easy Living)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1세기의 삶이 유비쿼터스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유비쿼터스 환경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진화하는유비쿼터스는 미래형 가정을 지능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홈으로 만든다. 잠자는동안에도 스마트 잠옷과 스마트 침대를 이용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모니터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손잡이에 장착된 센서는사용자를 확인한다. 사용자가 아침 식단을 선택하면, 스마트 주방은 선택된 아침식단을 준비하기 위해 스마트 냉장고로부터 필요한 요리 재료를 확인하고 부족한재료는 인근 마켓에 배달 요청을 한다. 아침에 챙겨야 하는 서류나 물건은 스마트태그를 이용해 점검한다. 스마트 자동차는 도로 교통 상황을 즉시에 파악해 최단시간에 사무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자동으로감지해 원격검진을 받게 하거나 위치 정보망을 이용해 가장 가까운 정비소로안내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인간관계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아일랜드더블린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유럽연구소는 암스테르담에서열린 ‘e-컬처 페어’에 인간들을 연결하는 해비타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프로젝트는 모든 사물들을 부엌의 테이블에 투사해 원격지에서 친구나 애인, 부모등이 무엇을 하는지 알도록 해 인간을 연결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기술도 전화나 전자우편・인스턴트 메시징・동영상 메시지 등을통해 공간의 제약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게 사실이다. 멀리 있으면 마음도멀어진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했지만 여기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연락을 취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처지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가정내의 모든 사물을 전자적으로 원격지에 연결하는 해비타트 프로젝트는 상대방이대답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해비타트 프로젝트의 중심은 주방이나 거실의 테이블이다. 테이블에는 단파나초단파를 이용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고주파인식(RFID・Radio FrequencyIDentification) 태그 판독기를 설치한다. RFID는 기존의 바코드에 첨단 기능을부여한 모래알 크기보다도 작은 마이크로칩이다. 대부분의 RFID 태그는 배터리를사용하지 않고 내부 라디오 신호를 통해 내용을 전송한다. 테이블에 올려지는열쇠나 컵, 책 등 모든 물건에 RFID 태그가 붙어 있다. 태그 판독기로 원격지의테이블에 올려지는 사물들을 판독해 사물들의 이미지를 테이블 밑에 부착된컴퓨터로 작동하는 프로젝션으로 투사해 원격지 테이블의 인터넷으로 전송한다.

예컨대 누군가 하나의 커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컵의 이미지가 자동적으로상대방 테이블에 나타나는 식이다. RFID 장치는 거실이나 주방이 아닌 곳이더라도상관없다. 가정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공간이면 된다.

사물의 종류 ・ 움직임으로 상대방 파악 RFID 태그 판독기를 이용한 해비타트 테이블에 나타나는 이미지가 실제 모습은아니다. 물건의 실체를 이미지로 구현한 가상 영상이다. 원격지에 있는 사람은이미지가 지속되는 시간에 따라 상대방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테이블 위의어떤 사물들이 사라지만 이 이미지는 상대방의 테이블 위에서 색깔을 잃고 자주천천히 사라진다. 반대로 어떤 사물이 테이블 위로 들어오면 이미지가 테이블에점점 크게 나타난다. 테이블에 등장하는 물건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도있다. 만일 책 이미지가 나타나면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담뱃갑이 등장하면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식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전화를 해서 곧바로 상대방을 느낄수 있지만, 이때는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 해비타트프로젝트를 이용하면 상대방이 거실에 여유 있게 앉아 있을 때 전화를 걸어효과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현재의 유비쿼터스 환경은 부분적으로 개발되는 정도여서 응용 서비스로 나아가지못했다. 마크 와이저가 생각했던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많은 셈이다.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들이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컴퓨팅환경이 현실공간의 사물과 환경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소형으로 내장하는 기술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 위주의 인터페이스 환경도 표정・음성은물론 뇌파를 이용해 감성까지 파악하는 식으로 확대돼야 한다. 개인과 주변 환경이소리 없이 연결되려면 증강 현실 기술과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니거나 입을 수도있는 착용형 컴퓨팅 기술도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유비쿼터스컴퓨팅은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유비쿼터스컴퓨팅이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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