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의 혁신 경영 이야기] '풀뿌리 정신문화' 의 시작 '행복나눔 125' 운동

2012. 3. 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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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혁신이다 -마지막 회

현재 필자는 한국형리더십개발원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리더십 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 한국형리더십개발원의 목표 중 하나는 한국형리더십연구소를 대학에 세우는 것이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한국에도 세우자는 꿈이다. 1936년에 설립된 케네디 스쿨은 세계적인 공공 정책 전문 대학원이다. 당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공공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들이 돈을 모아 하버드대에 주고 퍼블릭 리더십을 연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오늘날 케네디 스쿨은 전 세계의 리더들이 한 번씩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전 세계 리더들의 네트워크가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인종과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이 저렇게 안정적으로 가는 것도 케네디 스쿨 같은 곳에서 공공 리더십으로 무장한 리더들을 많이 육성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1977년에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세웠다. "가난한 한국 사람들이 경제 성장으로 졸부 근성을 가지게 되면 대혼란이 온다. 정신문화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하자"는 의도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주도로 33만500㎡(10만 평)의 설비를 갖추고 훌륭한 학자들을 모았다. 연구원장은 부총리급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 활동 뒤 박 대통령이 사망하고 초대 원장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부터 방향을 잃고 헤맨 지 벌써 30년이다. 지금은 원래 정관 1호에 있던 '정신문화, 리더십' 얘기가 다 빠져 있다. 오늘날 사회적 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런 엄청난 혼란은 결국 공공 리더십의 부재가 아닌가 싶다.

한국형 리더십 연구·보급 절실

하지만 아직도 한국형 리더십 보급에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 기관, 기업, 사람들을 많이 만나 필요성을 얘기했지만 참여하고 지원해 주는 경우는 없다. 공공의 생태계·문화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을 겪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인들이 가장 부지런하고 오래 일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결국 한강의 기적까지 일으켰다. 이제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정신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뜻과 지혜를 모을 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행복나눔 125' 운동이다. 삼성전자에서 'GWP(Great Work Place)'를 도입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행복한 일터 만들기 운동인데, 최종 지향점은 프라이드(pride: 긍지와 자부심), 트러스트(trust: 신뢰), 펀(fun: 즐거움)의 세 가지다. 이를 조직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이 한국형 리더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전형적인 서구형 방법론이라는 데 있다. 서양 사람들은 좌뇌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움직인다. 반면 한국인은 우뇌 중심으로 감성적으로 움직인다.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기업의 수많은 혁신 운동이 비용만 들어가고 효과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농심 회장일 때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행복한 일터 만들기와 조직 문화 개선에 힘썼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완벽히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예를 들어 '펀'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호프데이' 같은 것을 만든다. 하지만 이때 놀기는 잘 노는데 소통은 안 될 때가 많다. 한국인은 그런 일상적인 자리에서 어려운 문제나 고충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아니다. 호프데이 자리는 즐겁게 논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성과가 없는 이유다.

그러던 중 깨달은 것이 한국적인 방법을 찾자는 아이디어였다. 어느 날 '감사 일기'를 쓰면 행복해진다는 '감사 나눔' 운동에 대해 알게 됐다. 오프라 윈프리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 된 건, 매일 작은 감사 5개를 일기에 적었던 것에서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감사 나눔 신문'을 발행했다. 여러 사람에게서 지혜를 모으고 매일 감사한 일을 일기에 쓰자는 의도였다. 감사한 일이 100개, 1000개, 1만 개로 늘면 감사의 기적이 일어난다.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너그러워지고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독서, 착한 일, 감사하는 마음. 이 세 가지를 모아 2010년 3월에 틀을 완성했다. 그것이 바로 '행복나눔 125' 운동이다. 행복한 일터와 사회를 만드는 건 우리 모두의 꿈이다. 새마을운동은 배불리 먹고 잘 살아보자는 염원을 담은 운동이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은 새마을운동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은 첫째, 1주일에 한 번은 착한 일을 한다. 둘째, 한 달에 2권의 좋은 책을 읽는다. 셋째, 하루에 5개의 감사 일기를 쓰자는 것이다. 이를 표현한 게 '125'다.

구체적인 방법이 결정되면 이를 도입해 실현해 줄 조직이 필요하다. 주위의 작은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았지만 이름이 알려진 큰 기업에서 성공시키고 싶었다. 마침 새로 CEO로 선임된 허남석 포스코ICT 사장을 만났다.

포스코ICT는 포스데이터와 포스콘을 하나로 합쳐 만든 신생 회사였다. 포스데이터는 와이브로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해 큰 손실을 보고 도산 지경에 와 있었다. 포스콘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주로 해 현장 중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이었다. 완전히 이질적인 조직 문화를 가졌던 기업이 물리적으로만 합쳐진 상태였던 것이다. 물과 기름 같은 두 기업을 어떻게 하나로 뭉치느냐가 허 사장의 고민이었다.

행복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자

허 사장을 만난 필자는 감사의 위력을 설명하며 행복나눔 125를 소개했다. 사실 그전에 감사 일기를 써볼 것을 권했는데, 허 사장 스스로 감사의 위력을 알게 되며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허 사장은 유명한 혁신의 전도사답게 행복나눔 125 운동을 전파하고 격려해 나아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9년도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 43%에 그쳤던 결과는 운동 시작을 선언한 2010년 4월부터 불과 몇 달 뒤에 58%로 상승했다.

2011년에는 70%에만 도달해도 훌륭하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84%를 달성했다. 포스코 본사는 물론 계열사에서 최고 기록이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겉돌기만 했던 직원들은 항상 웃고 신바람 나는 사람들로 바뀌어 나갔다. 미래를 걱정하던 조직이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기업으로 변한 것이다. 정준양 회장도 이를 알고 포스코 전 그룹으로 운동을 확산시켰다. 정 회장이 앞장서 가장 먼저 교육을 받았다. 정 회장은 매일 무작위로 직원 3명을 연결해 감사 전화를 걸었다.

군(軍)과도 협력했다. 당시 국방대학 리더십개발원장이었던 최병순 원장과 상의한 결과 오늘날의 군에서도 이런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다. 수방사 전차부대를 시범부대로 선정해 부대원들에게 감사 일기 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젊은 사병들은 거의 모두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일기에 써내려 갔다. 1시간 남짓한 시간에 100가지, 200가지 감사의 마음이 채워졌다. 이윽고 눈물이 앞을 가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이후부터 문제 사병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전 군과 육사에도 행복나눔 운동을 전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의 성공 사례를 따라 대림그룹, 광양시, 서울시 공무원노조 등도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면 대표적인 풀뿌리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행복나눔 125 운동이 지식 창조 사회의 새마을운동으로 성장하는 게 필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정리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전 삼성종합기술원장·농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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