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임시완의 도약

2020. 9.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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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A의 '후유증'이 '깡'의 화제를 넘어서는 흐름으로 소환됐고, 그는 아이돌로 보낸 지난 시간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1일 1후유증'만큼 깊은 중독성으로 임시완이라는 이름을 더 짙게 아로새길 뿐.

지난 6월부터 ZE:A(제국의아이들)의 ‘후유증’이 역주행 중이에요. 동영상이 댓글 맛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그중 하나가 “백댄서인 줄 알았는데 애들이 하나씩 마이크를 갖고 나온다”예요.

그게 베댓이에요? 하하. 그건 인정! ZE:A로 함께 활동할 때 멤버들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ZE:A가 다양성에 초점을 둔 그룹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팀 자체에 맞는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멤버 9명이 각기 다른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거든요. 요즘 멤버들과 ‘후유증’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이렇게 또 관심을 받을 줄 어떻게 알았냐고요. 어떤 모습으로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 다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후유증’은 그때도 지금도 우리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배우나 소속사도 많아요. 시완 씨는 ‘후유증’을 흑역사로 생각하지 않고 재조명받는 현상을 즐기고 있잖아요.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노래는 제 인생에서 놓고 싶지 않아요. 우리의 노래를 누군가가 좋아하고 따라 불러준다는 것에 대한 전율이 컸거든요. 그래서 종종 팬미팅에서 공연을 하며 무대를 완전히 떠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가수였던 걸 부정하는 순간 내 20대의 시간이 함께 부정되는 건 아깝잖아요. 더불어 연기할 때 그런 경험을 응용하면서 즐기는 게 나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요. 새 드라마 〈런 온〉에서 혹시라도 OST를 부를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려 욕심을 내고 있어요. 물론 안 될 수도 있지만요.

연기 초창기에는 임시완, 박형식 둘이 아이돌이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신인 배우로 보기도 했던 걸로 기억해요

ZE:A의 시완으로 알려지지 않은 덕에 선입견이 없었던 건 사실이에요. 처음 연기 시작할 때 깨기 어려운 색안경이 없어 도움이 많이 됐죠.

올해만 세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고요.

1947년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 나선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보스턴 1947〉의 촬영이 끝나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요즘은 영화 〈비상선언〉과 12월에 방영할 드라마 〈런 온〉을 촬영 중이고요. 새 드라마에서 드디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로코’ 연기를 하게 됐어요. 스프린터 역을 맡았는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인물이 계속 뒤를 돌아봐야 하는 일을 하는 번역가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이야기예요. 주인공들이 서로의 언어를 닮아가는 게 관전 포인트인데 유독 대사의 말맛이 좋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영화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됐어요.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시완 씨는 유독 선배들과의 케미가 좋았잖아요.

정말 대단한 선배님들과 함께하게 됐다고 해서 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배우가 워낙 많다 보니, 사실 서로 붙는 신은 별로 없어요. 저는 남길이 형이랑 함께하는 촬영이 많은 편이라 얘기를 부쩍 많이 나눴죠. 극 중에서 만나는 신은 없지만 송강호 선배님께 출연 확정 후 전화를 드렸어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신인 때 〈변호인〉으로 만났는데, 다시 만나 기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그때보다 ‘선배님, 제가 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동시에 ‘내가 그때의 그 순수함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하시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어요. 이병헌 선배님은 “술 한번 같이 마셔보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집에 놀러 갔죠. 좋아하는 선배가 아버지로서는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있어 신기했어요.

선배들과 친해지고 싶은 한편 다가가기 어렵기도 할 텐데, 적극적인 후배네요.

그런 선배들과 같은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인데, 그럴수록 제가 먼저 다가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선배들께 궁금한 게 많아요. 한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쌓기까지 남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노력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대뜸 와인을 얻어 마시러 갔어요.

셔츠 가격미정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팬츠 가격미정 발렌티노. 슈즈 가격미정 벨루티.

은근히 ‘빡센’ 연기만 했어요. 〈변호인〉의 물고문 연기를 시작으로 〈오빠생각〉에서는 이희준 씨에게 목 졸리는 장면을 찍다 실제로 기절했고, 〈불한당〉도 장르 특성상 과격한 장면이 많았죠. 새 작품에서 촬영하기 고된 장면이 있었다면요?

〈보스턴 1947〉에서 옛날의 마라토너 몸매를 만들어보려고 관리를 했어요. 인생 최초로 체지방을 6%대로 낮춰봤는데, 정말 사람이 할 짓은 아니더라고요. 식단 조절도 힘들었지만 촬영 직전에 수분까지 끊어 아예 앞이 안 보일 정도였어요. 일부러 힘든 작품만 찾아 하는 건 아닌데 그런 필모가 많은 걸 보면, 제가 도전하는 쪽에 더 끌리나 봐요.

임시완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면 〈트라이앵글〉이에요. 배역 자체가 큰 주목을 받진 않았는데, 그 드라마를 계기로 〈미생〉에 캐스팅됐고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죠. 그 밖에 임시완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숨겨진 명작이 있다면요?

〈응답하라 1997〉이오. ROTC 오빠로 특별 출연을 한 적이 있어 숟가락 얹고 싶어요. 하하. 촬영도 몇 분 만에 끝날 만큼 짧은 분량이지만, 저도 엄연히 〈응답〉 시리즈에 출연했다고 할까요. 첫 시트콤 출연작인 〈스탠바이〉도 다시 봐주세요. 임시완의 연기 초창기 시절 귀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코스모폴리탄〉이 창간 20주년을 맞이해요. 코스모는 진취적인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고 있는데, 동시대의 2030에게 필요한 가치는 뭘까요?

요즘 우리 주변에 정보가 넘쳐나 축복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조금만 노력하면 내게 필요한 고급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잖아요. 다만 나에게 맞는 정보를 엄선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무수한 정보 중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추는 게 관건인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예상치 못한 답변인데요?

알고 보면 의외인 구석이 좀 있어요. 이를테면 자잘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요. 대세에 지장이 없는 것이라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식이죠. 작은 변화에 예민하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사진 찍을 때, 심미적으로 좀 더 예쁜 장면을 포착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없어요. 종종 요리하면서 음식 사진을 찍는 것도 오늘의 나를 기록하는 것일 뿐, 어떤 각도와 조명에서 더 아름다울지 고민하는 행위를 이해 못 해요. 셀카를 못 찍는다는 말도 종종 듣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고요.

어차피 팬들은 다 예쁘다고 할 텐데요, 뭘.

상관없어요. 나 자신의 심미안을 믿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뭐라 해도 사실 타격이 없어요. 하하. 어차피 내 분야가 아니라 잘하고 싶은 욕심이 ‘1도’ 없거든요. 저한테 못한다고 뭐라 해도 절대 자존감이 떨어지진 않을 것 같으니 마음껏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

관심사가 넓은 것 같으면서도, 흥미 없는 분야 하나는 또 확실하네요. 예전에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아는 게 재밌다”라고 인터뷰한 걸 봤는데, 요즘은 무엇에 관심이 가요?

캠핑이오. 해외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가 없으니까요. 코로나19 시대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보니, 지금 가장 이상적인 건 캠핑 같아요. 캠핑카부터 캠핑하기 좋은 사이트, 캠핑할 때 지켜야 하는 캠퍼들만의 룰 등 캠핑 문화에 대해 좀 찾아보고 있어요. 〈보스턴 1947〉을 찍으면서 동갑인 배우 오희준과 친해졌는데, 그 친구가 캠핑을 좋아하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빨리 경험해보고 싶어 계속 같이 가자고 얘기하는 중이에요.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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