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옷 맞아?..SNS '패셔니스타'된 80대 세탁소 부부
[경향신문]
프린트 티셔츠에 베이지색 스커트, 스카프와 선글라스로 멋을 낸 할머니가 세탁기에 기대어 서있다. 데님 스니커즈와 반팔 소매를 접어올린 셔츠, 푸른색 선글라스를 매치한 할아버지의 포즈도 심상치 않다. 노부부가 사진을 찍은 곳은 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 입고 있는 옷은 수년간 주인이 찾아가지 않아 세탁소에 버려진 옷들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4일 대만 타이중시에서 60여 년간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창 완지(83), 슈 서얼(84) 부부를 소개했다. 부부는 고객들이 수년간 찾아가지 않은 옷들을 매치해 입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리며 SNS 스타가 됐다. 지난 6월 인스타그램 계정에 첫 게시물을 올린 지 한달 만에 팔로워가 35만명으로 늘었다.
평범했던 노부부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 건 손자 리프 창(31)이 조부모를 위한 SNS 계정을 개설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탁소를 찾는 손님이 줄자 부부의 일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지루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을 즐겁게 할 아이디어로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게 된 것. 인구 2400만명의 대만에서는 458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7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리프 창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줄을 몰랐다”며 “조부모님의 일상을 밝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다양한 아이템의 옷들을 젊은 감각으로 소화한다.
화려한 프린트 티셔츠와 체크무늬 스커트, ‘벨트백’과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톱 스니커즈’까지…. 오래된 옷들도 어떻게 맞춰입느냐에 따라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로 꾸밀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1959년 결혼한 부부는 60여 년간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딴 ‘Wansho’ 세탁소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세탁소를 운영한 세월만큼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은 옷도 쌓였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14세부터 세탁일을 시작한 창 할아버지는 최근 세탁물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창 할아버지는 “요즘은 나이가 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자신과 아내의 경험이 대만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노인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기를 희망했다.
슈 할머니는 “손자의 창의력으로 우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부부는 이 ‘부업’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들의 사진을 보고 ‘깜빡’한 세탁물을 생각해내는 손님이 있다면, 그들이 와서 돈을 지불하고 옷을 찾아간다면 더욱 기쁠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목요일 아침, 1년 전 Wansho 세탁소에 옷을 맡겼던 한 고객이 현지 뉴스에 소개된 부부를 보고 옷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말이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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