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남·북·미 정상들이 납치됐다..'강철비2', 전편 넘은 잠수함 액션

장아름 기자 2020. 7. 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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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컷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강철비'의 속편이 나왔다. '강철비'는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와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가 전쟁을 막는 과정을 그려내며 당시 44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속편은 주요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가며 서사를 확장시켜가는 방식을 취하지만, '강철비'의 속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남·북 문제를 풀어가되, 같은 배우들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실존인물들을 떠올리게 하는 풍자로 전편보다 공감대가 강화됐고 묵직해진 화두와 장르적 재미가 조화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전편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지난 2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다.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이슈를 다룬 1편과 달리, 2편은 북의 내부 붕괴와 더불어 북한과 미국 사이 중재자로 놓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고군분투를 그려낸다.

영화는 소련 붕괴 이후 남·북 냉전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작된다. 이어 대한민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군사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중국은 난처한 입장이 된 대한민국을 압박한다. 이후 남·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리고, 북한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분)와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 사이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는 양국 사이 이견을 좁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세 정상은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곽도원 분)의 쿠데타로 인해 핵잠수함으로 인질로 갇히게 된다. 핵잠수함 함장실이라는 좁디 좁은 공간에 함께 갇힌 세 정상. 이들은 이곳에서 뜻밖의 정상회담을 벌이게 되지만 일본을 향한 호위총국장의 예상 밖 계획이 드러나면서 전쟁 위기가 드리워진다.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컷 © 뉴스1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 놓인 한반도 정세에 대한 공감대를 지닌 관객들이라면 초반부터 영화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각국의 국익과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면서도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외교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금세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공감대를 바탕으로 영화는 핵무기 포기와 개혁 개방을 막으려는 북 호위총국장의 쿠데타로 극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젠 생사 공동체가 돼 무사히 잠수함에서 탈출해야 하는 세 정상은 보다 솔직하고 가감 없는 대화를 하게 된다. 관객들은 이들이 공통된 위기에 놓이면서 대화와 화해를 이루는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판타지를 실현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실감한다.

현실적인 정치·외교적 문제와 평화 관계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지만 블랙 코미디 및 잠수함 액션이란 장르적 재미가 대중적이고도 흥미로운 영화로 완성했다. 초반 정치 드라마로 흐르다 세 정상이 잠수함으로 납치되면서 블랙 코미디가 시작되고 후반 잠수함 액션이 펼쳐진다. 특히 북한 위원장 조선사와 미국 대통령 스무트의 티키타카가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두 사람 모두 현실의 인물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들로, 외적인 모습부터 의상 그리고 제스처까지 풍자적 요소가 강하다. 그런 그들이 단순히 담배 문제로 부딪히고 가감 없이 영어 욕설을 주고받는 모습은 큰 웃음 포인트가 된다.

연기 구멍 없는, 모든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돋보이는 비주얼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중재자로서의 인간적인 고뇌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정우성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분단의 당사국이지만 결정권은 갖지 못한 무력감도 표현해냈다. 조선사와 스무트가 직설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가운데서 표현해내는 코미디도 자연스럽다. 진지한 주제에서도 코믹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정우성은 역시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유연석과 앵거스 맥페이든의 연기는 북한과 미국의 실존 인물을 바로 연상시킬 만큼 디테일을 세심하게 구현해낸 고민이 엿보였다. 유연석은 북 지도자로서의 고민 등 내면 연기 뿐만 아니라 외모, 북한말 구사 등 실존 인물과 가깝도록 캐릭터를 구현해낸 노력을 실감하게 한다. 앵거스 맥페이든 또한 미국 대통령의 다혈질, 직설적인 면모 뿐만 아니라 팍스 아메리카나에 취한 미국인의 모습을 리듬감 있는 연기로 풀어냈다.

뜻밖의 활약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는 배우 신정근이다. 신정근은 북 핵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 장기석 역으로 등장한다. 장기석은 남·북·미 세 정상을 납치한 쿠데타에 대해 인지한 후 진정으로 조국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인물로, 정우성과 후반부를 비중있게 끌어간다. 초반 위원장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잠수함 내에서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군인으로서 부하들을 아끼는 진심을 보여주면서 인상적인 선역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을 책임졌다.

'강철비2: 정상회담'이 풀어간 극적인 서사가 지나고 나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남는다. 당사국이면서도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현실과 더불어 중재자 입장을 취해야 하는 한경재의 모습에서 남·북 문제를 외면하거나 미지근하게 대했던 일부 사회적 분위기가 중첩되기도 한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양우석 감독이 초반부터 치밀하게 쌓아올린 서사에 공감하고 몰입한 결과다. 오는 29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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