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더 킹' 김은숙 작가가 받은 숙제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0. 6. 13. 1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 이 종영했다.

과도한 PPL 역시 드라마의 진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어느 정도의 균형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 <더 킹> 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더 킹> 은 김은숙 작가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런 점에서 김은숙 작가는 이제 '더 킹'의 위치에서 내려와 모두와 똑같은 스타트라인에 서는 초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 킹' 김은숙 작가, 왜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이 종영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라마였다. 최근 김은숙 작가 연달아 성공시킨 KBS <태양의 후예>,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으로 인해 기대감이 컸던 팬들이라면 이번 작품이 남기는 아쉬움 역시 클 수밖에 없을 게다.

물론 <더 킹>이 평행세계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시도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여겨진다. 하지만 그 새로운 세계관을 시청자들이 온전히 공감하지 못했다는 건, 작품 내적 완성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더 킹>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의 세계가 만파식적에 의해 이를 연결하는 관문이 열리고 그 곳을 넘나들며 혼돈을 일으키는 역적 이림(이정진)과 이를 원상태로 돌리려는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의 대결과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정태을(김고은)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담았다.

하지만 이 평행세계를 좀 더 임팩트 있고 보다 단순명쾌하게 설득해내지 못한 점은 <더 킹>이 난항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1 더하기 1이 2라는 공식 하나로 무수히 많은 것들을 수학공식이 설명해내는 것처럼, 평행세계에 대한 설명 또한 그런 단순하면서도 명쾌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건 대본에서 애초 세계를 설득할 때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나아가 연출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이 작품 내내 시청자들이 그간 김은숙 작가의 최근 3부작의 성공을 이끌었던 이응복 PD를 아쉬워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응복 PD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에게 이번 작품이 남긴 더 중요한 숙제는 평행세계 같은 새로운 세계관을 가져왔으면서도 그 위에 익숙한데다 지금 시대의 달라진 감수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멜로를 벗어나지 못한 점이다. 멜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달라진 시대에 감성과 정서와 관계에 어울리는 멜로에 대한 고민은 이제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그래서 백마 탄 황제라는 설정은 물론 그런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겠지만, 그 자체로 불필요한 선입견을 만들어낸 게 사실이다.

기다리는 정태을(김고은)과 우주의 모든 문을 열어서라도 다시 찾아온 이곤(이민호)이라는 멜로 설정도 과거의 멜로드라마였다면 가슴 절절함을 남겼을 테지만, 지금의 감성에서는 그만한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앞으로도 멜로를 계속 그려나가겠다면, 보다 쿨하고 능동적이며 사랑에만 목매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그런 여성상과 그런 여성이 해나가는 새로운 사랑의 방식이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

과도한 PPL 역시 드라마의 진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어느 정도의 균형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 <더 킹>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노골적인 PPL로 드러난 지나친 상업성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작품이 하려던 어떤 메시지나 감동의 진정성을 흩트려버린다. 어느 정도의 수지타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투입되는 PPL과 그 차원을 넘어 결국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PPL은 다를 수밖에 없다.

<더 킹>은 김은숙 작가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서 있던 그 입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 점에서 김은숙 작가는 이제 '더 킹'의 위치에서 내려와 모두와 똑같은 스타트라인에 서는 초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킹>이 던진 많은 문제들은 아픈 손가락들이지만 그것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 많은 가능성들 중 어떤 세계를 선택해야 지금의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