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NBA 멈췄지만, '조던 농구화'는 더 비싸졌다

김은영 기자 2020. 6. 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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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경기 중단됐지만, 넷플릭스 다큐로 신 전성기 맞은 나이키
35년 전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농구화 6억9000만원에 낙찰
문화가 된 ‘조던 브랜드’... 조던 모르는 10대도 ‘에어 조던’에 열광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열린 소더비 온라인 경매에서 미국프로농구(NBA)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이 신었던 ‘나이키 에어 조던 1’이 56만달러(약 6억9000만원)에 팔리며 운동화 경매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예상치의 세 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경매가가 급증한 이유는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과 넷플릭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덕분이다.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1990년대 황금기를 다룬 이 다큐는 넷플릭스에서 회당 평균 13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동원하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포츠에 굶주린 팬들을 만족시켰다.

관련 제품의 몸값도 뛰었다. 미국에서 다큐가 처음 방영된 4월 19일 운동화 중고 거래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에서는 에어 조던 운동화 판매가 90% 급증했고, 조던 브랜드 전체 판매량이 40% 증가했다. 평균 3000달러(약 360만원) 수준이던 에어 조던의 가격도 다큐 방영 후 7000달러(약 840만원)로 껑충 뛰었다. 방송 다음 날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선 조던의 소속 팀이었던 시카고 불스 관련 제품 판매량이 4월 초와 비교해 5156%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4월 미국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6% 감소한 걸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 신예 조던 발탁해 만든 ‘에어 조던’... 운동화 문화 촉발
나이키는 1984년 NBA 신인 마이클 조던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아디다스의 오랜 팬이었던 조던이 "나이키에도 기회를 줘라"는 어머니의 말에 마지못해 제안을 받아들인 건 유명한 일화. 나이키는 조던을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닌 ‘뮤즈(muse·영감을 주는 사람)’이자 사업 파트너로 대했다.

이듬해 나이키는 조던의 이름을 딴 농구화 에어 조던 1을 출시했고, 이 신발로 그해 1억 3000만달러(약 156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에어 조던 1은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딴 최초의 오늘날의 운동화 문화를 촉발한 신발로 기록됐다.

조던은 NBA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나이키도 조던이 덩크하는 모습을 본떠 ‘점프맨’ 로고를 만들고, 에어 조던 후속 모델을 잇달아 출시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1997년 ‘조던 브랜드(Jordan Brand)’는 자회사로 분사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나이키가 1984년부터 지금까지 마이클 조던에게 인세로 지불한 비용은 총 13억달러(약 1조5613억원)로 추산된다.

처음 조던을 만났을 때만 해도 평범한 스포츠 브랜드였던 나이키는 3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패션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됐다. 나이키는 최근 영국 컨설팅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올해의 가장 가치 있는 의류 브랜드 순위’에서 구찌·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를 제치고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브랜드 파이낸스가 매긴 나이키의 가치는 전년보다 7.3% 증가한 347억9200만달러(약 41조7851억원)로, 업계 라이벌인 아디다스의 두 배가 넘는다.

◇ 한정판 협업으로 마니아 문화 형성… 조던 모르는 10대도 열광
에어 조던이 항상 잘나간 건 아니다. 2016년 무렵 운동화 시장에서 기능성 스포츠화 대신 패션화가 유행하자 에어 조던은 아디다스의 복고풍 운동화 ‘슈퍼스타’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에 조던 브랜드는 운동화 공급량을 늘려 줄어든 수요를 만회하려 했지만, 고객들의 피로감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급기야 그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발 순위 10’에서 빠지는 굴욕을 겪었다.

회사는 상품 수를 줄이고 여성용 모델을 늘렸다. 그리고 버질 아블로, 트래비스 스콧 등 동시대 스타들과 협업해 브랜드 유산을 계승했다. 올 하반기에는 프랑스 명품 디올과 협업한 운동화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 운동화는 디올의 VIP 고객에게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는데, 리셀(resell·재판매) 시장에선 이미 구매 대기자 명단이 만들어질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발매가는 200만원이지만, 리셀가가 6000만원까지 뛰었다는 소문도 돈다.

‘조던 마니아’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쪽은 마이클 조던의 NBA 현역 시절을 목격한 30~40대 소비자다. 이들은 오리지널 에어 조던 시리즈를 수집하며 유년 시절의 향수를 추억한다. 다른 집단은 대중문화로서 조던을 습득한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다. 간혹 NBA 시절 마이클 조던의 활약상을 모르는 젊은이도 있지만, 이들에게 에어 조던은 지드래곤(GD)과 빌리 아이리시 등 팝 가수가 즐기는 패션으로 추앙된다.

한정판 운동화 거래 플랫폼 엑스엑스블루 이동훈 마케팅팀장은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도 패션 브랜드도 아닌 마케팅 브랜드"라며 "조던이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에도 동시대 아이콘과 끊임없이 협력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고 평했다.

◇ 스포츠 영웅과 다양성 메시지 결합... ‘문화’가 된 조던 브랜드
나이키의 2020 회계연도 3분기(12~2월) 매출은 101억달러(약 12조1503억원)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코로나 여파로 1월 말부터 중국 매장의 75%를 폐쇄했지만, 디지털 판매가 36% 증가해 부진을 상쇄했다. 특히 지난 분기 처음 매출 10억 달러(약 1조2010억원)를 돌파한 조던 브랜드가 흥행을 지속하면서 신발 용품·의류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아디다스는 디지털 판매가 35% 증가했음에도, 흥행 제품의 공백으로 전체 매출이 19% 감소했다.

코로나 확산세로 주요 스포츠 이벤트가 최소되거나 지연되면서 스포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아디다스는 올해 최대 7000만유로(약 955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 예상했다. 나이키 역시 불황의 영향권에 있지만, 탄탄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코로나 이후 빠르게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 중심엔 조던 브랜드가 있다.

나이키는 최근 애플스토어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처럼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조던 문화를 특화한 매장을 개설해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 단독 매장 ‘조던 서울’을 열었다. 조던 마니아들은 이곳을 ‘성지’라고 부르는데, 이유는 전 세계 모든 조던 매장은 마이클 조던의 승인을 받아야만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장 한 달도 안 된 이 매장은 주말이면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만큼 인기를 끈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5일 마이클 조던과 조던 브랜드는 미국 흑인 청년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향후 1년간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스포츠 스타 기부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현지에선 ‘영웅’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일각에선 그동안 나이키가 인종·성별·종교 등 다양성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이번 결정이 또 한 번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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