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서 "영감과 사랑을 준 독립예술영화관에게. 고맙습니다" 응원 편지(전문)

현유진 2020. 5. 12.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현유진 인턴기자]

배우 최희서가 독립예술영화관을 응원하는 챌린지에 동참하는 편지를 써 화제다.

12일 최희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로나 19로 인하여 관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전 세계의 작고 귀한 영화관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있는 독립예술영화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 영화 100년, 우리의 사랑이자 자랑인 영화, 영화관을 응원해주세요"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저는 독립예술영화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 전문은 브런치 12화로 발행하오니 많은 분께서 읽어주시고 공유해주세요"라며 독립예술영화관 관람을 독려하는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최희서는 "저는 조금 낯간지럽더라도 편지를 써보기로 합니다. 그저 다가가기 쉬운 일상이었던 영화와, 영화관에게, 쉽지 않은 고백을 해보기로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저에게 영감과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던, 친애하는 독립예술영화관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캠페인 참여를 알렸다.

그는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질병의 위기로부터 일어나, 다시 저의 우리의 일상이 되어주세요. Save Our Cinema for Cinema Saves Us"라고 전하며 "독립예술영화관챌린지를 이어갈 다음 주자로 배우 이제훈 씨를 지목합니다"는 말을 남겼다.

최희서는 이 챌린지를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영화 세 편의 스틸컷을 공개했다. 또 "Save Our Cinema"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챌린지를 직접 응원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저도 이 좋은 활동에 참여해 보려고 노력해볼게요. 독립영화를 계속 봐야죠", "이 챌린지를 진정성 있게 이어 나가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하나하나가 와 닿네요. 뜻깊은 챌린지를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라며 캠페인을 지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영화계가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독립영화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침체된 영화관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술영화, 예술영화관에 관한 추억을 공유하는 #독립예술영화관 챌린지가 진행 중이다. 독립예술영화를 후원하기 위한 #독립예술영화관후원(#SaveOurCinema) 캠페인이 5월 6일부터 100일간 진행되며 일반 관객의 후원을 위한 펀딩도 진행될 예정이다.

<최희서 '독립예술영화관 챌린지' 참여 브런치 글 전문>

스무 살 때부터 독립예술영화관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아왔습니다.

2005년, 난생처음 낙원동에 있는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에 가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zy, (2005)>를 보았고, 연극에 푹 빠져 있던 제가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죠. 예술 영화 자체도 저에게는 은하수와 같은 신세계였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극장이 저에게 안겨준 오감이었어요. 삐걱거리는 붉은 의자의 촉감, 팝콘 냄새가 아닌 극장벽의 습기 찬 나무 냄새, 생수병 따는 소리도 들리지 않던 객석의 적막에 저는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중략)

최근에야 보게 된 <잔느 딜망 jeanne dielman 23 quai du commerce 1080 bruxelles (1975)>은 제가 여태껏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 한 여성을 향한 카메라의 시선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정직하고 집요합니다 .정말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영화적 충격이었어요.

(중략)

생각해보니, 독립예술영화관 덕분에 정말로 영화 같은 일도 일어났었어요. 어느 날, 저는 아트하우스모모에서 관람한 영화 <파수꾼 (2011)>을 보고 주연 배우 이제훈에게 완전히 빠지게 되었죠. 그 후로부터 몇 달 동안 저는 "나 이제훈이랑 꼭 같이 연기할거야!"라고 입이 마르도록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비록 그 당시 저는 학생 단편 영화를 줄곧 찍던 새내기 배우였지만요. 하지만 꿈은 크게 갖고 볼 일인가 봅니다. 제가 이제훈과 정말로 6년 후에 현장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 전 그와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10년이 지난 2020년, 저는 아직도 영화에 미쳐있습니다. 아직도 독립 예술영화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지난 10년 동안 저는 제가 미쳐 있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제가, 영화가 삶의 수단이기 전에 기쁨이었던 제가, 위기에 닥친 영화관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조금 낯간지럽더라도 편지를 써보기로 합니다.

그저 다가가기 쉬운 일상이었던 영화와, 영화관에게, 쉽지 않은 고백을 해보기로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저에게 영감과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던, 친애하는 독립예술영화관에게. 고맙습니다.

stpress1@mkinternet.com

사진│최희서 SNS, 최희서 '브런치' 글 인용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