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 미국서 돌연 '아시아 킬러 말벌'된 사연

박장군 기자 2020. 5. 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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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 상륙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장수말벌의 이름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 장수말벌을 '아시아 킬러 말벌'로 부르는 것이 아시아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UPI통신에 따르면 워싱턴주 농업부는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 장수말벌이 지난해 가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섬에서 처음 포착된 이후 캐나다 국경 인근에 있는 미국 워싱턴주 블레인에서도 발견됐다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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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장수말벌. 뉴시스


최근 미국에 상륙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장수말벌의 이름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 장수말벌을 ‘아시아 킬러 말벌’로 부르는 것이 아시아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UPI통신에 따르면 워싱턴주 농업부는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 장수말벌이 지난해 가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섬에서 처음 포착된 이후 캐나다 국경 인근에 있는 미국 워싱턴주 블레인에서도 발견됐다고 최근 밝혔다. 현지 농업 당국은 추적조사에 나섰고, 주민들에게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UPI통신은 밴쿠버에서 발견된 장수말벌이 “한국에서 온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말벌로 알려진 장수말벌은 여왕벌의 몸길이가 37~44㎜에 이르고, 꿀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도 해 양봉업자들의 ‘적’으로 불린다. 이들은 늦여름철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아래턱뼈를 이용해 꿀벌의 머리를 뜯어가는데 벌집 인근에서 참수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곤 한다.

또 장수말벌이 가진 길이 6mm가량 독침은 방호복을 뚫을 수 있고, 그 독성은 꿀벌의 7배에 달해 사람도 반복해서 쏘이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이러한 장수말벌의 위험성을 “수십 마리가 꿀벌 약 3만 마리를 몇 시간 안에 몰살할 수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현지 곤충학자들은 장수말벌의 개체 수가 많아지면 꽃가루의 매개체인 토종벌을 위협할 것이라 우려한다. 곤충학자 크리스 루니는 장수말벌 개체 수를 최대한 빨리 통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못 하면 통제 자체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뉴스웹사이트 'THE HILL'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장수말벌의 현지 명칭인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 대신 ‘아시아 킬러 말벌’이라는 표현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문제는 일부 매체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장수말벌의 현지 명칭인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 대신 ‘아시아 킬러 말벌’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붙였다는 점이다. NYT 등 정론지도 트위터에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이라고 쓰면서도 ‘살인 말벌(murder hornets)’이라는 추가설명을 달아 비슷한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러한 명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끈질기게 제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우한 발원설과도 겹쳐 더욱 거센 혐오를 낳는 모양새다. SNS상에는 “처음에는 중국 우한 바이러스, 지금은 ‘아시아 살인 말벌’인가? 트럼프는 이들을 끝장내 버려야 한다”, “우한의 끔찍한 실험실에서 나온 또 다른 탈출자, 아시아 살인 말벌”이라는 등의 혐오표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관련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이라고 썼지만 ‘살인 말벌(murder hornets)’이라는 추가설명을 달아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거두고 이성을 찾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이용자는 “지난해 이 말벌은 그저 ‘거대 말벌’로만 불렸지만 이젠 ‘살인 거대 말벌’로 불린다. 정치적 분위기와 반아시아적 인종차별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매우 의도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이용자도 “NYT는 공개적인 인종차별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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