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IS] 베일벗은 '사냥의시간' 긴장감·연기력은 만점이지만(종합)

조연경 2020. 4.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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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밖에 있는 세상이 더 무서운거야"

우여곡절 속 기사회생이다. 드디어 말 많고 탈 많았던 '사냥의 시간'이 베일을 벗었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을 담아냈고, 청춘의 날 것 그대로를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믿고 볼만하다. 다만 현 시점과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춘 넷플릭스행은 '사냥의 시간' 측에 분명한 호재이자 신의 한 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 23일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 추격자의 숨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이 9년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주목 받았다.

현금 가치가 폭락하고 마약, 총이 난무하는 시대. 사람이 살 수 없고, 그야말로 미쳐 돌아가는 시대. 벼랑 끝 청춘들의 도박장 털기로 오프닝 30분을 할애하는 '사냥의 시간'은 이후 '추격 스릴러'라는 장르적 목표를 명중 시키며 얽히고 설킨 관계 속 쫓고 쫓기는 긴박감을 최고조까지 끌어 올린다.

애초 설정된 배경으로 알려진 '근 미래 세계관'은 딱히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현대적이지도 않은 '사냥의 시간'만의 새로운 분위기는 완성시켰다. 새빨간 비주얼을 메인 컬러로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어둡고 칙칙한 공기 역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기운과는 잘 어울린다.

낯설음 속 신선함을 자아내는 총기 액션과 '힙(HIP)'한 음악도 젊은 관객층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딱이다. 하지만 청춘을 주인공으로 온갖 유해한 설정은 다 쏟아 부은데다가 대사의 절반을 욕설로 채워 귀를 따갑게 한다. 인생 밑바닥 양아치 특유의 허세는 왠지 모를 오글거림을 자아낸다.

때론 이해하기 힘든 설정들을 개연성화 시키는건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 크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저마다의 사연과 색깔을 반짝반짝 빛내며 '보는 맛'을 배가시킨다. 비주얼부터 연기력까지 어느 하나 구멍이 없다. '찰떡같은 소화력'의 교과서답다.

이번 영화에서 이제훈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 안재홍은 친구들의 일이라면 일말의 고민 없이 나서며 위험한 계획에 앞장서는 장호, 최우식은 가진 것은 의리뿐인 반항아 기훈, 박정민은 천부적 재능의 정보원 상수, 박해수는 이들을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으로 분해 열연했다.

'사냥의 시간'을 이끈 이제훈은 두려움에 빠진 감정 연기부터 폭발하는 클라이막스까지 상처입고 예민한 남자의 모든 것을 뿜어낸다. 전반부 짧은 헤어와 상반되는 후반부의 덮수룩한 헤어스타일도 캐릭터의 이중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오랜만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박정민은 처연함 속 임팩트트 있는 한 방을 남기고, 최우식은 의외의 남성미를, 안재홍은 배우 안재홍에 대한 기대치를 100% 발휘한다. 특히 예상못한 최우식과 안재홍의 깜짝 브로맨스는 심각한 분위기에도 의외의 재미를 엿보이게 한다. 기훈이 장호에게 남긴 녹음 메시지는 '꺅' 소리를 터지게 만든다. 또한 1인2역 조성하와 특별출연 김원해는 '사냥의 시간'에 의미있는 힘을 더한다.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가 살던 세상이 아닌 세상을 그려낸 '사냥의 시간'은 영화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한국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확실히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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