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원작보다 감정선·디테일 살려 '심리스릴러' 몰입감

김현진 기자 2020. 4. 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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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닥터포스터' 리메이크
여의사·남편의 외도·주변 침묵 등
기본 설정·스피디한 전개는 비슷
주변인물 서사·심리묘사 더해져
원작처럼 '파국적 결말'될지 주목
JTBC ‘부부의 세계’ 포스터. /사진제공=JTBC
[서울경제] “지옥, 지옥이구나. 허나 나는 잔잔하리라. 곧 새벽이 시작되리니. 운명의 손이 천천히 베일을 걷어 그대를 고스란히 드러내리. 증오로 바뀐 사랑만 한 분노는 천국에 없으며, 멸시받은 여인의 분노 또한 지옥에조차 없으리.”

JTBC ‘부부의 세계’의 원작인 BBC ‘닥터 포스터’ 시즌1 첫 번째 이야기는 영국 극작가 윌리엄 콩그리브의 희곡 ‘비탄에 잠긴 신부(The mourning bride)’의 한 구절로 끝맺는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기만당한 주인공의 심경을 대변하는 문구다.

영국에서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시즌1·2로 제작된 ‘닥터 포스터’는 평균 시청자 수 1,000만 명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부부의 세계’ 역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의 성공 사례가 드문데다 1~6회까지 ‘19세 관람가’ 판정을 받으면서 적잖은 우려가 있었지만, ‘부부의 세계’ 시청률은 6.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11일 18.8%까지 치솟으며 6회 만에 역대 JTBC 드라마 시청률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원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닥터 포스터’는 OTT ‘웨이브’에서 영미 드라마 시청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원작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부부의 세계’의 인기비결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점쳐봤다.

JTBC ‘부부의 세계’. /사진제공=JTBC
시즌 1·2를 합쳐 총 10회인 원작과 달리, ‘부부의 세계’는 총 16회로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원작 시즌1의 내용이 모두 소화된 가운데 지금까지 방영된 ‘부부의 세계’와 원작을 비교해 보면 한국적 색깔이 가미되긴 했지만 굵직굵직한 내용은 비슷하다. 여주인공이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의사라는 점, 남편은 사회적으로 별 볼일 없지만 젊은 여성과 2년간 불륜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 남편의 불륜을 여주인공만 모르게 지인들이 모두 숨겨줬다는 설정 등이 모두 같다.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장면들 역시 원작과 같다. 여주인공이 남편과 불륜녀의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불륜 사실을 공개하는 장면이나 2년 후 남편과 불륜녀가 결혼해서 다시 돌아오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시청자들을 숨 막히게 하는 빠른 이야기 전개도 원작과 공통되는 특징이다.
BBC ‘닥터 포스터’ 시즌 1 포스터. /사진제공=왓챠
다만 ‘부부의 세계’는 ‘닥터 포스터’보다 감정선이 보다 촘촘하게 그려지고, 디테일한 설정들도 추가됐다. 원작보다 러닝타임이 1.5배 긴 만큼 더 많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여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원작과 달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며 “부부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한 깊은 부분까지 치고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부부의 세계’는 여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 외에 주변 인물들의 서사와 심리 묘사까지 섬세하게 담아내 단순한 불륜드라마가 아닌 ‘심리 스릴러’라는 평을 받는다. 새로운 내용과 인물들도 추가됐다. 불륜녀인 여다경(한소희 분)이 임신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하고 지선우를 찾아가 임신을 알리는 장면은 원작에는 없던 부분이다. 지선우의 동료이자 정신과 의사 김윤기(이무생 분)도 원작에는 없다.
JTBC ‘부부의 세계’. /사진제공=JTBC
원작을 쓴 마이크 바틀릿은 극작가 출신으로 고대 그리스 비극 ‘메데이아’에서 영감을 얻어 드라마를 썼다. ‘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에게 버림받은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두 자녀를 죽여 남편에게 상실과 고통을 안긴 복수의 화신이다. 원작에서도 이혼 후 계속되는 부부 갈등으로 인해 두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엄마 여기 있어. 톰, 엄마야. 정말 미안하고 여기 계속 있을게. 늘 여기서 널 기다릴거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

‘닥터 포스터’ 시즌2는 결국 가출해버린 아들을 기다리는 여주인공의 서글픈 외침으로 끝맺는다. ‘부부의 세계’가 원작처럼 부부와 아들의 파국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결론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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