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은퇴] 유일하게 우승 반지가 한 손에 넘쳤던 양동근, V6의 영광들

김용호 2020. 3. 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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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양동근의 우승 반지 6개. KBL에 남은 이 대기록이 깨질 수 있을까.

울산 현대모비스가 3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동근의 현역 은퇴 소식을 알렸다. 지난 2004-2005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데뷔를 알렸던 양동근은 햇수로 16년, 상무 복무 기간을 제외해도 한 팀에서만 14시즌을 소화하며 진정한 울산의 심장으로 자리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4일에 종료된 2019-2020시즌을 끝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게 된 것이다.

양동근은 2011-2012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9년 연속 현대모비스의 주장을 맡을 정도로 팀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러면서 현대모비스의 숱한 영광들을 함께하고, 또 직접 이끌어온 리빙 레전드였다. 덕분에 KBL 역대 선수들 중 양동근보다 우승 반지를 많이 갖고 있는 선수는 없다. 2006-2007시즌 통합우승으로 첫 챔피언의 기쁨을 누렸던 양동근은 2018-2019시즌 통합우승까지 총 6차례 정상의 별을 쟁취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왔다. 현재 현대모비스 유니폼 뒷면에 있는 7개의 별 중 6개는 양동근이 달아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대단했던 선수가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레전드를 추억하면서 그 6개의 우승 반지를 돌아봤다.


V1 : 2006-2007시즌 통합우승, CW와의 유일한 반지
양동근은 데뷔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05-2006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에게 0-4 스윕패를 당하며 쓴맛을 봐야했다. 그만큼 2006-2007시즌은 양동근 뿐만 아니라 첫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유재학 감독, 그리고 모비스에게 모두 간절했던 시간이었다. 

어느 팀보다 탄탄했던 전력에 간절함까지 더해진 만큼 모비스의 시즌은 순조로웠다. 36승 18패로 2위와 4경기차로 정규리그 정상에 섰던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을 3-0으로 스윕하며 KTF와 마지막 혈전을 치렀다. 당시 모비스는 3승 1패까지 여유롭게 시리즈를 가져가고 있었지만, 결국 3-3 시리즈 타이를 허용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 양동근이 있었다. 양동근은 7차전에서 19점을 폭발시키는 저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첫 우승 반지를 손수 챙겼다.

당시 모비스는 김동우, 우지원, 이병석 등 탄탄한 국내라인업을 구축했었다. 이 전력도 대단했지만, 양동근에게 첫 우승 반지가 된 이때는 가장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 그가 은퇴 직전까지 추억하길 원했던 故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한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기 때문. 양동근의 추억이 가장 짙게 베인 반지가 아닐까 한다. MVP 역시 그의 몫이었다.


V2 : 2009-2010시즌 통합우승, 대도가 되어 컴백
첫 우승을 거둔 뒤 양동근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무로 향했다. 그리고 컴백을 알렸던 2009-2010시즌, 양동근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54경기 모두에 출전하며 또 하나의 기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성숙해져 돌아온 양동근은 한층 더 강했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2.1개의 스틸을 솎아냈던 양동근은 업그레이드된 함지훈과 함께 평균 10개에 가까운 어시스트를 합작하며 완연한 코트의 지휘자가 됐다. 양동근이 정규리그 평균 2개 이상의 스틸 기록을 남긴 건 이때가 유일하다.

덕분에 모비스는 2008-2009시즌에 이어 또 한 번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양동근의 첫 우승 스토리를 상기시키듯 삼성에게 4강에서 패해 우승 기회를 놓쳤던 모비스는 2009-2010시즌 4강에서 동부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KCC를 꺾었다. 울산에서의 첫 두 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며 일찍이부터 시리즈 분위기를 끌고 갔던 때였다. 양동근도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35분 38초를 뛰며 11득점 4.2리바운드 4.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비록 MVP는 함지훈에게 돌아갔지만, 양동근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완벽한 컴백 시즌은 없었다.


V3 : 2012-2013시즌 챔프전 우승, 가히 압도적인 MVP
모비스는 2009-2010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함지훈의 상무 입대로 정규리그 8위까지 하락했었다. 하지만, 부진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2011-2012시즌 곧장 정규리그 5위로 봄 농구 무대에 컴백했던 모비스는 2012-2013시즌 다시 한 번 비상을 시작했다. 양동근과 김시래가 맡는 앞선, 문태영과 함지훈이 자리한 포워드라인은 리그 정상급으로 꼽혔다. 비록 시즌 초반에는 호흡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해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챔피언을 위해서 통 큰 결단도 함께했던 때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처음 KBL 무대에로 불러들였던 모비스는 시즌 중 로드 벤슨까지 영입하며 골밑을 탄탄히 했다. 든든한 팀원들과 함께했던 양동근은 세 번째 반지를 끼우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없었다.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를 만난 모비스는 3-0으로 스윕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SK를 4-0으로 압도하며 7전 전승 우승이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양동근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더욱 빛났다. 4경기 평균 14.3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3점슛은 평균 2개를 터뜨리면서 이견 없는 MVP의 영예를 안았다. 양동근이 다시 한 번 KBL 최고의 가드임을 입증한 시즌이었다.


V4: 2013-2014시즌 챔프전 우승, 정규리그의 복수
3년 만에 챔피언 자리를 거머쥐었던 모비스는 2013-2014시즌에도 여전히 우승후보였다. SK, LG와 함께 정상을 다투던 모비스는 지난 시즌 우승 후 김시래를 LG에 떠나보내고 이대성을 신인드래프트에서 픽하며 전력의 누수를 막았다. 양동근이 발바닥 부상으로 잠시 쉬어갔던 시간도 있던 시즌이지만, 여전히 양동근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정규리그 평균 4.3어시스트로 여전히 모비스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양동근이었고, 큰 전력변화가 없었기에 충분히 다시 정상을 노릴 수 있었던 분위기었다.

비록 정규리그 정상은 LG에게 내줬지만, 모비스는 당하지만은 않았다. 4강에서 SK를 3-1로 꺾고 올라온 모비스는 마침 정규리그 1위를 빼앗아간 LG를 만났고, 벤슨과 문태영의 활약에 힘입어 4-2로 우승을 챙겼다. 사실 이 시즌은 양동근이 7번의 챔피언결정전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 평균 득점(7.5점)을 남긴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팀이 그를 필요로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기록은 줄었을지라도 양동근은 이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평균 36분 56초를 소화하며 여전히 자신이 울산의 심장임을 증명했다.


V5: 2014-2015시즌 통합우승, 3-Peat을 이끈 MVP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음에도 모비스의 2014-2015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개막 직전 벤슨을 퇴출시켰고, 함지훈과 이대성은 부상을 안고 있었다. 당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대표팀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이때 모비스가 윌리엄존스컵에서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남겼고, 덕분에 분위기만큼은 좋아진 상태로 시즌에 돌입할 수 있었다. 

결국 모비스는 다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4강에서는 직전 시즌 챔프전에서 만났던 LG와의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뒀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동부를 4-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환한 미소로 그물을 커팅 하던 양동근은 단연 MVP라 불릴만 했다. 2013-2014시즌 챔프전의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도 털어내듯 양동근은 이때 4경기 평균 20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34살의 나이에 양동근은 다시 한 번 한국프로농구의 정상에 섰고, 한 손에 모두 우승 반지를 끼우며 추승균 전 감독과 함께 개인 최다 우승 타이를 이루게 됐다.


V6 : 2018-2019시즌 통합우승, 양동근 전설이 되다
3-Peat 이후 모비스는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 2위-4위-4위로 꾸준히 봄 농구 무대를 찾았지만, 챔피언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2018-2019시즌은 시작부터 농구계의 모든 시선이 현대모비스에게 꽂혔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현대모비스를 우승후보로 꼽았고, 이들에게는 ‘모벤져스’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귀화선수가 되어 돌아온 라건아는 물론 단신 외인 제도에서 섀넌 쇼터는 확실한 승부사였고, 여전히 양동근과 함지훈은 든든했다. 이대성도 G리그에서 돌아와 재도약을 꿈꾸던 시기였다. 여기에 FA 시장에서는 문태종과 오용준도 영입해 현대모비스는 순조롭게 퍼즐을 맞춰갔다.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1위 도약은 덕분에 순조로웠다. 이 때 양동근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평균 출전 시간이 30분 밑으로 떨어졌다. 사실 이제야 시간이 줄어든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 또한 정상을 향한 준비였다.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9.8득점 3.5어시스트 2.5스틸로 예열을 마쳤던 양동근은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1.2득점(3점슛 1.8개) 3어시스트로 베테랑의 힘을 과시했다. 당시 MVP를 수상했던 이대성과 함께 공식 인터뷰실을 찾았던 양동근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후련하고 밝았다. 양동근이 KBL 최초로 6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 사진_ 점프볼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KBL 제공
  2020-03-31   김용호(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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