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 대표팀 애간장 녹이는 아베와 바흐

주형식 기자 2020. 3.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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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기자 남자 수구 대표팀 김문수가 작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슈팅하는 모습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수들과 최선을 다해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고 싶습니다.”

한국 남자 수구 대표팀 주장 추민종(28)은 도쿄올림픽이 1년 정도 연기될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각오를 다졌다. 추민종은 “선수들에게 올림픽 도전 기회라도 주어진다면 굉장히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24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전화 회담 합의로 도쿄올림픽은 1년 정도 연기됐다.

남자 수구 대표팀에게 올림픽 1년 연기 소식은 살아있는 희망 불씨 같았다. 대표팀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0 아시아수구선수권 대회’ 개최가 취소되면서, 올림픽에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020 아시아수구선수권대회는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해 애초 2월 12일부터 16일까지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취소됨에 따라 국제수영연맹(FINA)는 IOC 승인을 받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 순위로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대체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승국인 카자흐스탄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확정됐지만, 아시안게임에서 5위를 차지한 한국은 도전도 하지 못한 채 도쿄행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수구가 작년 7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 15, 16위 순위결정전에서 승부던지기 끝에 뉴질랜드를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수구 불모지’ 한국은 작년 7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선수권 무대를 처음 밟았다.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를 승부 던지기 끝에 17대16로 이기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들의 꿈은 단 하나. 은퇴 전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었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1988년 서울 대회를 제외하고는 올림픽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뛰어보지도 못하고 도쿄행이 물 건너가자 선수들 상실감은 컸다. 비인기종목 서러움도 겹쳤다. 선수들에겐 대회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이승재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수구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훈련에 매진해 왔는데, 대회 취소 통보를 듣고 선수들 모두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IOC에 따르면 전체 올림픽 출전권 중 57%가 정해졌다. 나머지 43%는 도쿄올림픽 예선 등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었다. 수구의 경우 아시아 쿼터로 카자흐스탄과 개최국 일본만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갈 예정이었던 이란(아시안게임 3위 자격), 중국(4위)이 코로나로 참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종 예선에서 상위 3개 팀이 마지막 도쿄행 티켓을 차지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란과 중국도 한국 대표팀 상황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대회 참가조차 못한 셈이다. 이란, 중국은 이 같은 방식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아직 FINA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지만, 한국도 코로나 영향으로 도전 기회조차 받지 못한만큼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을 나와 뿔뿔이 흩어져있다.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출전이 좌절된데 이어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지난 3월 2일 대한체육회로부터 진천선수촌 퇴소 지시를 받았다.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을 나오면서 국가대표 훈련수당 6만5000원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각자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대다수 수영장이 폐쇄돼, 지상훈련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승재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FINA, IOC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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