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결혼식.. 격리이웃 심부름 봉사.. 지구촌 '공생' 한마음

임국정 2020. 3. 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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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극복 글로벌 신풍속도 / 아르헨 커플 1년 기다린 결혼식 / 이동금지령에 온라인으로 생중계 / 영국선 젊은층 수만명 봉사나서 / 격리자 대신해 쇼핑·반려견 산책 /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레바논 / '어머니의 날' 맞아 드론 꽃배달 / 의료강국 쿠바 의료진 伊 파견 / 佛 은퇴 의사 의료봉사 이어져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 사는 디에고 아스피티아(왼쪽)와 쿠기노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자택에서 온라인 결혼식을 올리며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르도바=AFP연합뉴스
“공익을 위해 우리의 꿈을 제쳐두기로 했다. 집에 머물면서 격리를 준수했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 사는 디에고 아스피티아(42)와 쿠기노(32)는 지난 21일 1년 전부터 기다리던 결혼식을 예식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을 맞자 아르헨티나 정부가 전 국민 격리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대신, 집에서 스스로 예식을 준비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상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신부 쿠기노는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지켜보고 축복해 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코로나19 공포 속에서도 희망과 온정의 손길을 나누는 세계인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수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런던 템스강 남쪽 자치구인 루이셤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이웃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페이스북 그룹이 설립됐다. 봉사를 자처한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이웃을 대신해 식료품을 가져오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처방된 약을 찾아다 주고, 이웃들이 겁먹거나 외로움을 느끼면 화상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루이셤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뿐 아니라 왓츠앱 등 유명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국 전역으로 퍼졌다. 이러한 자발적 지역 봉사단체를 지원하는 조직인 ‘코로나19 상호지원영국’(Covid-19 Mutual Aid UK)은 이런 단체가 현재 1000개가 넘는다고 BBC에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동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그들의 이웃들, 특히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데번에서 자원봉사단체 설립을 도운 엘레노어 안레이드 메이(17)는 “죽을 위험이 높지 않은 젊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날’을 맞은 레바논의 해안도시 주니에에서 자신의 자녀와 함께 발코니로 나선 한 여성이 드론에 매달린 장미 한 송이를 받기 위해 손을 뻗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니에=AFP연합뉴스
레바논에서는 지난 21일 ‘어머니의 날’을 맞아 드론으로 꽃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실시됐다. 지난 15일 시민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2주간의 봉쇄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3명의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어머니의 날을 기념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현장 상황이 담긴 사진을 보면, 꽃배달을 부탁한 자신의 자녀와 함께 발코니로 나온 레바논의 한 어머니가 드론에 매달린 장미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번 서비스를 제공한 학생들은 입금받은 배달료를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일선 의료진을 위해 모두 기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와 전·현직 신분을 초월하는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 소식도 깊은 감동을 준다. 쿠바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잇따라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등에 따르면 쿠바 의료진 52명은 중국보다 사망자가 많은 이탈리아에 지난 22일 도착했다. 앞서 이탈리아행을 앞둔 집중치료 전문의 레오나르도 페르난데스(68)는 “우리 모두 무섭기도 하지만 혁명적 임무를 완수해야 하므로 두려움은 접어뒀다”고 외신에 말했다. 쿠바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탈리아 외에도 의료 마비 상태인 우방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니카라과, 자메이카, 수리남, 그레나다 등 중남미 국가에 의료진을 보냈다.

프랑스 동부 뮐루즈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설치된 야전병원 텐트 안에 병상들이 줄지어 있다. 뮐루즈 AP=연합뉴스
프랑스에서는 은퇴한 68세 의사가 동료 의사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21일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프랑스 내 첫 의료진 사망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도 60세 산부인과 의사와 60세 가정의학과 의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투병하다 숨졌다. 68세 의사의 아들은 “그(아버지)는 자신을 희생했다”며 “그는 돕고 싶어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일했다. 그것이 그의 삶이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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