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의료진 이탈리아로.."코로나에 함께 맞서자"

조일준 2020. 3.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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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흰색 가운을 입은 군대'가 코로나19와 맞서려 유럽으로 급파됐다.

코로나19의 새 중심지가 된 유럽 상당수 나라가 의료진 부족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악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쿠바가 의료진을 파견했다.

쿠바는 최근 며칠 새 코로나19 환자 치료 지원을 위해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자메이카, 수리남, 그레나다 등 인접한 중미 우방 5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했으며, 유럽에 의료 인력을 지원하는 건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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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52명 지원..인접 5개국 이어 유럽 첫발
"두렵지 않다면 슈퍼영웅, 우린 혁명적 의사들"
전국민 보편 의료서비스..인구당 의사 수 세계최고
쿠바 누적 확진자 수 35명, 사망자는 1명에 불과
미국이 거부한 '확진자 탄 영국 크루즈선'도 수용
22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말펜사 국제공항에 쿠바가 파견한 ‘코로나19 퇴치’ 긴급 의료 지원팀이 도착하고 있다. 밀라노/EPA연합뉴스

카리브해의 ‘흰색 가운을 입은 군대’가 코로나19와 맞서려 유럽으로 급파됐다.

코로나19의 새 중심지가 된 유럽 상당수 나라가 의료진 부족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악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쿠바가 의료진을 파견했다. 21일(현지시각) 본국을 출발한 긴급 의료 지원팀이 22일 이탈리아 북부도시 밀라노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공항에는 밀라노 시와 보건 당국 관리들이 쿠바 국기를 들고 의사 37명과 간호사 15명 등 모두 52명의 의료진을 환영했다.

집중치료 전문가인 레오나르도 페르난데스는 “우리 모두 두렵지만 (코로나19를 퇴치할) 혁명적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래서 두려움은 접어뒀다”고 말했다. 그는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면 ‘슈퍼 영웅’이겠지만 우리는 슈퍼 영웅이라기보다 혁명적 의사들”이라고 강조했다.

쿠바는 최근 며칠 새 코로나19 환자 치료 지원을 위해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자메이카, 수리남, 그레나다 등 인접한 중미 우방 5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했으며, 유럽에 의료 인력을 지원하는 건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자메이카 보건장관은 지난 21일 쿠바 의료진 140명을 수도 킹스턴 공항에 직접 나가 맞이하면서 “지금 같은 위기의 시간에 쿠바 정부와 쿠바 인민이 우리의 호소를 듣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국가 의료체계를 갖췄으며, 전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쿠바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8.2명(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22일 현재 쿠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5명, 사망자는 1명에 불과하다. 의료 통계가 불분명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빼면 세계 192개 감염국 중 최저 수준이다.

지난 18일 쿠바가 카리브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 크루즈선의 긴급 기항을 허용하면서 승객들이 마리엘 항구에 내리고 있다. 마리엘/AFP 연합뉴스

쿠바는 미국과의 오랜 적대관계와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2014년 12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적극적인 물밑 중재에 힘입어 반세기에 걸친 대립을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정책 성과들을 모두 뒤집었고, 쿠바는 다시 경제 제재에 놓였다. 생필품은커녕 의약품도 구입하기 힘들다. 쿠바 정부는 최근 자국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자 지난 20일 국경을 닫고 외국인 입국을 막기 시작했다. 또 의사와 의대생들이 집집마다 돌며 국민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럼에도 쿠바는 모범적 의료 전달 체계와 적극적인 대외 의료 지원으로 국제사회의 모범으로 꼽혀왔다. 가까이는 2010년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와 2014년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에볼라가 무섭게 퍼졌을 때에도 쿠바 의료진이 최전선에 있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탑승객 600여명이 탄 영국 크루즈선이 카리브해에서 미국과 쿠바에 도움을 요청했을 당시, 미국은 이 선박의 기항을 거부했으나 쿠바가 “인도주의적 이유”로 자국 항구에 받아들였다. 당시 이 배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5명, 의심 증상자는 52명이나 있었으며, 쿠바 국민은 한 명도 없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쿠바 정부가 신속한 조처와 협력으로 성공적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매우 감사하다”며 사의를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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