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 쏘기·서버 장애..학생도 교수도 '大 혼란'

전지연 2020. 3. 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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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대학이 2주 동안의 개강 연기를 마치고 16일 원격 강의로 새 학기에 들어갔다.

몇몇 대학은 정상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수행했으나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부산에 위치한 C대학 4학년 학생은 "적어도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이트에 접속하니 간단한 한글 파일만 있었다"면서 "그마저도 책 내용을 그대로 올린 것"이라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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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강 첫날 대학가 '패닉'
일부 대학 접속자 몰리며 강의 끊겨
대학 재정 따라 '강의 질' 천차만별
동영상 대신 한글 파일 올려 놓기도
금오공대의 한 온라인 강의가 아프리카TV에서 진행됐다. 일반인들이 별풍선을 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대학이 2020년 1학기 일정을 시작한 16일 오전. 일부 대학의 온라인 강의와 안내 서비스가 일시 장애를 치렀다. 영상이 자주 끊기는 등 오류도 발생했다. 온라인 강의가 정상 가동된 곳도 막상 들여다보면 교재 본문 사진이나 한글 파일만 올려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날 오전 아프리카TV에서 진행된 금오공대의 한 온라인 강의. 담당 교수가 아날로그회로를 설명하는 순간 채팅창에 '별풍선'이 터졌다. 재학생이 아닌 일반인이 연방 별풍선을 쐈다. “우리 학교 온라인 강의를 무음 처리하고 이 강의를 듣고 있다”는 글부터 “집중이 안 되니 전공 학생 아니면 나가 달라”는 부탁의 글까지 채팅창에는 뜨거운 불이 붙었다. 일반인이 대거 채팅방에 몰리면서 한때 금오공대가 아프리카TV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16일 오전 아프리카TV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금오공대가 올라왔다. 아프리카TV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대학이 생기면서 온라인 강의 검색이 늘어난 결과다.

전국의 대학이 2주 동안의 개강 연기를 마치고 16일 원격 강의로 새 학기에 들어갔다. 몇몇 대학은 정상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수행했으나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되지 않은 탓이 컸다.

학생들은 원격 강의 시간이 너무 짧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대전 A대학의 신입생 이 모씨는 “부푼 마음으로 첫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15분 만에 영상이 끝나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대학별 온라인 강의의 인프라 격차와 강의 집중도를 고려해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취지를 살려 짧은 분량을 여러 편으로 제작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제대로 된 강의 진행도 어려웠다. 고려대, 국민대, 서울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은 온라인 수강과 안내 관련 서비스가 일시 장애를 겪었다.

B대학 1학년 배 모씨는 “수강생이 15명밖에 안 되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데도 도중에 강의가 끊겨 집중력이 떨어졌다”면서 “빨리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서 강의실 강의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별 원격 강의 질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로 꼽혔다. 이른바 명문대학은 자체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갖춘 곳이 많다. 재정이 열악한 중소대학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물을 올리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대학에 따라 강의 질 격차가 커질 공산이 커졌다. 교재 본문을 찍어 올리거나 간단한 한글 파일만 올린 대학도 있었다. 부산에 위치한 C대학 4학년 학생은 “적어도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이트에 접속하니 간단한 한글 파일만 있었다”면서 “그마저도 책 내용을 그대로 올린 것”이라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학생은 “원격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생들 사이에 등록금 인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재정 상태가 좋은 유명 대학을 제외하고 지방 중소대학이나 전문대는 온라인 강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영상 강의 대신 파워포인트(PPT)나 한글 파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가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오는 28일까지 2주간 비대면·온라인 강의를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연합뉴스>

교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하는 온라인 강의지만 대다수 대학에서 설명을 자세히 해 주지 않아 교수 혼자 파악해서 강의 내용을 올려야 한다. D대학은 온라인 수업 불가 시 '당황하지 말고 차후 보강 시행'이라는 모호한 지침을 교수에게 대응 방안으로 배포했다.

한 대학 교수는 “교수들도 간단한 안내만을 받았다”면서 “학교에서 가르쳐 준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한 번도 온라인 강의를 해본 적이 없어 강의 준비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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