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공포와의 사투, 지금 시국과 닮았다
[오마이뉴스 장혜령 기자]
▲ 영화 <인비저블맨> 포스터 |
ⓒ 유니버설 픽쳐스 |
인간은 시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이야기할 때 흔히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과연 보이는 게 전부일까? 영화는 보이지 않을 때의 막막함을 다뤘다. 잘 안다고 확신할 때 그놈은 반드시, 당신을 해친다.
▲ 영화 <인비저블맨>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애드리안(올리버 잭슨 코헨)에게서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남자지만 사실 소시오패스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감시, 집착, 광기, 족쇄는 애드리안과 어울리는 단어다. 그와 살면서 받은 지속적인 학대와 억압은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언니 남자친구 제임스(알디스 호지)집으로 도망친 지 며칠이 흘렀지만 불안함을 감출 수 없어 쩔쩔맨다.
외모부터 시작해 입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까지 애드리안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탓에 숨통이 막히는 것은 물론 섬뜩함까지 경험한 까닭이다. 평소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애드리안이 여기까지 쫓아오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다. 자기 것에 대한 집착과 공포로 좀처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몇 주 후 그의 동생 톰이 나타나 형의 자살 소식과 함께 고액의 유산을 조건 없이 상속받게 된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도 전한다. 갑자기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 과연 세실리아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안심한 순간 오히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거짓말처럼 애드리안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는 순간 오히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숨겨온 세실리아와 애드리안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늘 CCTV처럼 지켜보는 섬뜩함, 잃어버린 물건이 되돌아오는 기이함, 나도 모르게 의심만 늘어나고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덮쳐온다.
▲ 영화 <인비저블맨>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는 익숙한 설정을 배치해 일상의 낯선 공포를 선사한다. 먼저 집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에게 노출될 최적의 공간이란 소리다. 특히 혼자 있는 집안은 그야말로 제대로 걸려든 덫이다. 흔히 영화가 투명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 영화는 투명 인간과 사투를 벌이는 여성을 통해 짜릿한 통쾌함을 맛보게 한다. 돈도 배경도 권력도 없는 나약한 여성이 어떤 대결을 펼쳐질지 영리한 화법으로 대답한다. 주변인과의 관계, 피해자의 공포, 과학 발전의 어두운 이면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우리의 눈을 속여 버리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카메라로 담는 데 성공했다. 애드리안은 광학전문가로 투명 인간이 되는 법은 아는 과학자다.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먼지 하나까지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집착,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최상위 포식자다. 이런 포식자에게 평범한 세실리아는 구미 당기는 먹잇감일 뿐, 놓아주려는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다.
세실리아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있다고 말할수록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점차 옥죄는 상황들은 정신병원 감금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관객은 정말 세실리아가 미친 것인지 보이지 않는 실체가 실재하는 것인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다.
▲ 영화 <인비저블맨>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인비저블맨>은 투명 인간이란 소재 탓에 <할로우 맨>을 떠오르게 하고, 연인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은 <미저리>를 연상케 한다. 무엇인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지만 명확히 보이지 않아 답답한 느낌을 영화 속에 눌러 담았다. 모두들 한 번쯤은 경험해 본 공포일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증명해야만 하는 답답함. 지금 대한민국에 퍼져있는 바이러스와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확히 존재하며, 극도의 불안함으로 타인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혼란스러운 아노미 현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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