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고하늘 선생님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아이즈 ize 글 최재욱 기자 | 사진 사진제공=tvN 입력 2020. 2. 5. 15:07 수정 2020. 2. 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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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최재욱 기자 | 사진 사진제공=tvN


정말로 기분 좋은 퇴장이다. 시청률은 폭발적이지 않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종방한 tvN 월화극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윤혁)의 주인공 고하늘(서현진) 선생님의 이야기다.


총성 없는 전쟁터라는 사립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2년 생활 동안 진한 성장통을 앓았던 고하늘이 임용고시에 붙어 공립학교 정교사가 된 결말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해피엔딩이었다. 마치 내 가족이 합격한 기분이 들게 할 만큼.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임용고시에 합격해 홀연히 2년간 근무한 대치고등학교를 떠난 모습은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고하늘이 얼마나 진심으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 노력하고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기에 열성 시청자들은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고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었다. 우리 아이 학교에 저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초심을 잃지 말고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교사’로 성장해가길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방송 전 ‘블랙독’은 단편적인 정보만 공개됐을 때 학교를 배경으로 입시전쟁을 다룬 또 다른 ‘SKY 캐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오해를 받았다. 철저히 잘못된  추측이었다. '‘블랙독’은 학교판 ‘미생’이었다. 학교는 또 다른 사회의 축소판이었고 여느 직장처럼 경쟁과 권력싸움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입시라는 성과에만 매몰돼 진정한 교육은 사라진 곳이었다. 의욕만 넘치는 고하늘이 이런 전쟁터에서 자신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진정한 교사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기간제 교사’란 일반 직장에서는 ‘계약직 직원’으로 불릴 위치. 계약직을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아무리 비싼 밥을 잘 먹어도 허기지고 바람 불면 왠지 더 추운 것 같은 느낌을. 아무리 선배 교사들이 ‘아이들에게는 똑같은 선생님’이라고 말해줘도 신분의 벽이 주는 서러움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터. 자신의 이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정교사가 되기 위해 고하늘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방송 내내 고군분투하면서도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고하늘의 순수함은 신선함과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이 고하늘을 더욱 사랑하고 응원하는 이유는 순수한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 모든 젊은이들은 대의보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이상적인 캐릭터였다. 누구에게는 학교가 단순한 직장이지만 고하늘에게 교사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직업. 고교 수학여행 때 기간제 교사 선생님이 자신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후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한눈팔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또래와 달리 약삭빠르지 못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하늘이 낙하산 오명에 괴로워할 때 함께  슬퍼했고 정교사인 선배교사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고 돼지껍데기를 먹으러 갈 때 함께 기뻐했다. 정교사 자리를 두고 6년째 기간제교사로 있는 지해원(유민규)과 경쟁할 때 응원하면서도 차가운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이렇게 ‘블랙독’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는 ‘명품 드라마’였다. 철저한 취재와 자료 조사로 요즘 학교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제작진의 노력과 진심에 박수가 저절로 나온다. 고하늘을 연기한 서현진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제 ‘믿고 보는 배우’란 호칭이 맞춤옷처럼 느껴진다.


실제 교사라 해도 믿을 만한 귀에 착착 감기는 완벽한 발성과 섬세하면서도 포인트를 딱딱 짚을 줄 아는 노련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렸다. 기자가 꼽는 서현진의 연기력이 가장 빛을 발한 장면은 정교사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지해원이 다른 사립학교에 합격했다는 연락받았을 때. 정교사 한자리를 두고 싸우는 경쟁자였기에 서로 어색할 수밖에 없었던 사이였지만 고하늘에게 지해원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선배 기간제 교사였기에 존경심과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그러기에 고하늘은 예상치 못한 연락에 누구보다 더 기뻐할 수 있었다. 암흑 같은 터널을 끝낼 수 있는 희망을 보았으리라. 이런 수많은 감정을 표정만으로 표현해내는 서현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란 찬사가 어울린다.



서현진이 이제까지 배우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고하늘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연기자란 직업은 선택을 받아야 일할 수 있는 어쩌면 계약직. 걸그룹 밀크 멤버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오랜시간 무명으로 지내야 했던 서현진은 작은 역할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 최고의 연기파 배우란 현재의 위상에 등극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이상으로 꿈을 이뤄낸 고하늘처럼 서현진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정으로 길고 긴 무명시절을 이겨낸 것. 그랬기에 서현진의 연기가 더욱 진정성 있게 느껴졌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블랙독’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오지랖이지만 이제 꿈을 향한 발판을 마련한 고하늘 선생님은 어떻게 지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사립이 아닌 공립학교에서는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새로 만난 학생들과는 잘 지내는지, 선배 교사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는지 등등. 선생은 많지만 스승은 찾기 힘든 게 요즘 교육 상황. 고하늘이 초심대로 참스승이 돼가는 과정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난다. 대박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블랙독’ 제작진에 시즌2 제작을 조심스럽게 요구해본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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