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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평균 152km' 두산 프렉센, 린드블럼 공백 지울까?

조회수 2020. 1.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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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④ 두산 베어스 투수 크리스 프렉센
뉴욕 메츠 시절 프렉센의 모습 (사진=OSEN)

2019시즌 극적인 통합 우승을 일궈낸 두산 베어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핵심 전력의 이탈 소식이 속속 들려왔다. 선발진의 축인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떠나게 된 것이다.

2019 MVP인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위해서였지만, 후랭코프는 메디컬체크 거부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결별했다.

리그 최고 투수로 입지를 다진 린드블럼의 메이저리그 복귀는 시즌 중 부터  예견됐던 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잔류 가능성이 높았던 후랭코프의 이탈로 외국인 선발진을 원점에서 재구성해야 했다. 여기에 골든글러브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재계약 협상마저 김재환의 포스팅 영향으로 지연되다 보니  지난해 통합 우승에 공헌한 외국인 선수 모두를  교체하게 되는 최악의 흐름도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전력의 이탈 경험이 많은 두산 구단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외국인투수 구성을 완료했다. 뉴욕 메츠의 유망주로 기회를 받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고, 승격-강등을 반복한 끝에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소진한 크리스 프렉센이 지난해 kt에서 활약한 알칸타라와 함께 두산의 유니폼을 새로 입게 됐다.

속구 최고 구속 157km/h, 평속 152km를 구사하는 프렉센이 MVP이자 골든글러브 투수인 린드블럼의 공백을 어느정도 메울 수 있을지에 따라 두산의 올시즌 행보가 달라질 전망이다. 

# HISTORY

고교 재학 시절인 2012년도 6월에 뉴욕 메츠의 지명을 받은 프렉센은 루키리그부터 출발을 했다. 루키리그 첫 해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내 적응하며 이듬해인 2013시즌 루키리그를 졸업했다. 당시 프렉센은 만으로는 18세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2014시즌 싱글A에 배속된 프렉센은 본격적으로 프로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3경기 69이닝을 소화한 프렉센은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장기간 팀을 이탈한다. 성적도 눈에 띄지 않은 상태에서 큰 수술을 받게된 상황이라 프로 초기부터 커리어상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다행히 1년 정도 후 루키리그에서 첫 재활경기를 가질 수 있었고 하위싱글A 리햅등판을 거쳐 원래 레벨로 복귀하는 데까지 성공하며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수술 후 재활에 성공한 프렉센은 다음 시즌 상위싱글A로 올라가 프로 첫 10승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현재까지도 이는 그의 한 시즌 최다 승수이며, 커리어하이 134이닝까지 소화하며 2016년을 잘 마무리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프렉센은 2016시즌 후 40인 명단에 이름이 포함됐다. 핵심 유망주로 주목을 받으며 시작한 2017시즌, 부상으로 인해 상위싱글A에서 다소 늦은 출발을 했지만, 이내 더블A로 승격됐으며 안정감있는 투구를 보였다. 그를 눈여겨본 메츠 구단은 트리플A를 건너뛰고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리기에 이른다. 콜업 후 쓴맛을 보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정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18시즌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9시즌은 메츠 트리플A 팀의 새로운 연고협약으로 기존 PCL에서 IL로 옮겼는데, 공인구 변화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타고투저 리그에서 결국 또 4점 중반대 ERA를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한채 정체되고 말았다.

17시즌 이른 콜업 이후 계속 콜업-강등이 반복됐고, 마이너리그 옵션은 단 3년만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옵션을 다 썼지만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한 프렉센은 향후 거취를 고민했고, 결국 두산의 입단제의를 받아들여 KBO 무대에 서게 됐다. 94년생으로 이제 26세 시즌을 맞게 된 프렉센이 린드블럼처럼 금의환향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플레이스타일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고 더불어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한 투수다. 더구나 패스트볼도 싱킹성 무브를 갖추다보니 뜬공을 억제하는 능력도 갖췄다.

다만 19시즌은 싱커가 사라지면서 패스트볼의 비중이 크게 오른 결과 뜬공이 땅볼을 역전했다. 직전 2년에 비해 구속이 빨라지며 체인지업이 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다른 구종의 부진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과거에는 패스트볼의 싱킹성 무브가 돋보였지만 지난해 갑작스레 사라졌다. 그렇지만 패스트볼은 확실히 이전에 비해 개선이 됐다. 구속과 구종가치 상으로도 그랬고, 향상된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체인지업 위력이 개선되는 시너지 효과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나타났다. 구속과 위력이 오른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프렉센이 KBO 타자들을 구위로 제압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 프렉센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구속 증가의 영향이긴 하지만, 체인지업도 좋아졌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고 난타당했지만, 19시즌에는 좌타자 상대 피OPS를 .692까지 끌어내리며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이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볼 카운트에 상관없이 자신있게 구사하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올시즌에도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으로 KBO타자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 프렉센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히트맵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도 우타자에게 약한 이른바 '리버스 스플릿'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투구판 위치, 디셉션 부재 등의 이유들이 슬라이더 부진이라는 결과로 연결되면서 강점을 보여야 할 우타자들에게 기를 펴지 못했다. 이것은 마이너리그 때부터 이어진 약점이라 KBO리그에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커리어를 위해서도 개선이 필요한 구종이다.

커브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유인구로 쓰일 때가 있긴 했지만, 자주 보기 힘든 구종이었다. 기습적으로 쓸 수 있는 구종 정도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구사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그래도 특정한 활용처가 있다보니 좌타자를 상대로는 종종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습적으로 구사해 삼진을 몇개 잡아냈던 바 있는데 KBO 초반에 효과를 발휘한다면 수 싸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을 통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좌타자들을 상대할 형태는 이제 막 갖췄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타자를 제압할 구종이 없었고 예상보다 빨리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소진하면서 젊은 나이에 입지가 애매해진 투수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목표는 우타자들을 상대할 확실한 공략수단을 찾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투수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메이저리그 복귀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 KBO 외국인 투수들과의 비교

 MVP-골든글러브를 따내고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한 전임자 린드블럼은 프렉센이 도달해 주길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린드블럼의 경우 홈구장이 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으로 바뀐 후  더욱 거칠 것 없는 투구를 보여준 케이스다. 기본적으로 뜬공 투수와 땅볼 투수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두산은 뜬공 투수에게는 드넓은 잠실구장을, 땅볼 투수에게는 탄탄한 내야수비를 제공하고 있다. 공인구의 반발력이 저하된 상태이고 투수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에서 클래스를 더 끌어올린다면 메이저리그에 어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새로 동료가 된 알칸타라는 프렉센과 흡사한 레퍼토리를 구사한 바 있다.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던지는 가운데 슬라이더-싱커의 균등한 비중과 기습적으로 활용하는 커브까지 상당히 닮았다.

하지만 맞춰잡는 피칭을 선호하고 탈삼진 능력에서는 프렉센과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 타자를 찍어누르는 스타일의 프렉센이 에이스로 기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칸타라가 18시즌까지의 프렉센과 비슷한 레퍼토리였다면, 두산 선배이자 최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니퍼트는 19시즌 변화된 프렉센과 유사한 투구 비중을 보였다. 

다만 니퍼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슬라이더인데, 대조적일 정도로 그 차이가 크다. 슬라이더의 약점으로 인해 우타자를 상대에 어려움을 겪는 프렉센인만큼, 이에 대한 해법이 시급해 보인다. 슬라이더의 약점을 보완해 우타자를 상대로도 강점을 보일 수 있다면 니퍼트-린드블럼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 관전포인트

▲ 프렉센의 전체 투구 히트맵

프렉센은 마이너리그 레벨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투수다. 제구력과 탈삼진능력이 모두 우수했고, 홈런 억제도 잘 됐다.

처음 발을 뗀 루키 리그나 싱글A 시절에는 투수로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토미존 수술 이후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마이너리그에서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공인구 교체로 타고가 진정된 KBO리그에서 대체로 좋은 모습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리플A 단계부터는 하위리그 때와 달리 힘있는 타자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빅리그에서는 자신의 구위가 통하지 않자 볼넷을 남발하는등 악순환을 보였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예상과 달리 구위가 통하지 않는다면, 자신감을 잃고 제 풀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시즌 초반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공략 당하면서 볼넷이 폭등한 점을 볼 때, 마이너리그에서 적었던 볼넷 허용은 뛰어난 코너웍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압도한 산물이라는 평가에 무게감이 쏠린다.

이런 점에서 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 구장과 국내 최정상급 야수진의 조합은 프렉센의 안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리그에서 환경적으로 투수에게 해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팀에 입단한만큼 마이너리그 시절만큼의 구속과 구위만 유지한다면 리그 평균 이상의 활약은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 입단 후 선발 투수로 꾸준히 활약해 왔고, 혹사가 거의 없었던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KBO리그에서 에이스가 책임져야 할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프렉센의 커리어를 통틀어 한 시즌 최다이닝소화는 134이닝이며, 최근 2년 간 200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KBO의 경우 외국인 선발이 170-180이닝 정도를 소화해 줘야 할 정도로 이닝 의존도가 높은데 프렉센은 아직 이런 경험이 없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주시해야 한다.

우승팀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이자 전임자의 활약으로 어깨가 무거울 프렉센이 자신의 가능성을 KBO리그에서  만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위키피디아,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팬그래프, 브룩스 베이스볼, thebaseballcube.com, Baseball 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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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정강민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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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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