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전' 김소현의 성장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19. 12. 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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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로코 녹두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누군가의 아역에서 이제는 완연한 성인 배우로 성장한 배우 김소현. 김소현의 성장을 도운 건 그가 연기한 선한 의지를 지닌 캐릭터에 있었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김소현이 부침을 겪을 때마다 발돋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 캐릭터들이 쌓이고 쌓여 배우 김소현의 선한 아우라가 됐다.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극본 임예진·연출 김동휘)도 김소현이 배우로서 한틈이라도 성장할 수 있게 밑거름이 된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반전 있는 처자 동동주(김소현)의 발칙하고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소현은 역모로 몰려 멸문의 화를 당한 아픔을 지닌 예비 기생 동동주를 맡아 연기했다.

동동주는 김소현이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들과 결은 비슷하지만 성향은 완전히 달랐다. 동동주는 아픔을 지닌 인물이지만, 자신의 트라우마에 맞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능동적이다. 그런 동주를 연기하기까지 김소현에겐 망설임은 없었다. 오로지 동주 캐릭터만 보고 작품의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소현이다. 또한 기존에 조선 시대 억압된 여성상에서 벗어난 캐릭터여서 더 마음이 갔다고.

원래 성격이 동주와 비슷하다는 김소현은 "거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풀어놓았다. 당차고 밝은 기운이 넘치는 동주를 연기하며 거의 처음으로 연기하는 게 편했단다. 김소현은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에너지가 밝았다. 여기에 힘을 받아서 동주를 더 밝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는 김소현이다.

물론 점차 어두워지는 극의 톤에 따른 캐릭터 연기의 완급조절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다. 이에 김소현은 동주를 일부러 슬퍼 보이게, 또 애써 밝은 척하는 것처럼 보이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김소현은 "평범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우리 중에 평범하게 녹아들어 있는 한 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소현의 말처럼 동동주는 활기와 열정이 가득한 과부촌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인물로 표현됐다. 어린아이를 첩으로 들이려는 양반 앞에서 대범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며 저항하고, 녹두와 투닥거릴 정도로 아이 같은 장난기를 지닌 동동주는 과부촌 인물들과 튀지 않고 조화를 이뤘다.

이는 후반부에 세밀하게 그려지는 동동주의 서사에 시청자들이 이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밝고 명랑하고 평범한 처자인 줄 알았던 동주에게 눈 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었다는 서사가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은 동주가 그 아픔을 이겨내길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했다. 김소현도 동주를 연기하며 "동주의 서사가 밝혀졌을 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점점 마음이 가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김소현의 바람은 브라운관을 너머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김소현은 녹두와 동주의 로맨스를 시나브로 스며드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내가 왜 좋아하는지 모를 정도로 처음 하는 연애 같은 풋풋함이 있었다"고 했다. 되려 다른 작품처럼 성숙한 사랑이었으면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란다. 김소현은 "서툴지만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 연기할 때 설레기도 했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순수한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를 했다"고 했다.

다만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같았던 1막과 출생의 비밀과 정치적 암투 등으로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2막을 연결하는 것이 김소현에겐 큰 숙제였다. 김소현은 "극 초반에는 녹두와 동주가 자매처럼 투닥거리기도 하고, 유쾌하고 코믹한 분위기였는데 후반에 감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 일지 상상이 잘 안됐다"고 했다.

또한 김소현은 동동주의 감정선에 집중해 전혀 다른 분위기의 1막과 2막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녹두로 인해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딛고 그네를 탈 수 있었던 동주는 점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를 사랑했다. 모든 역경 속에서도 그 사랑은 동주가 녹두를 믿게 한 단 하나의 줄이었다. 그 줄을 단단히 잡은 동주는 능양군 차율무(강태오)의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김소현이 이러한 동주의 감정선을 물 흐르듯 극에 녹여냈기 때문에 1막과 2막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다.

또한 녹두가 광해군(정준호)이 버린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과 동주의 원수가 왕이라는 설정은 두 사람의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요소였지만, 결국 두 사람은 이 모든 운명을 이겨내고 서로의 평생 반려가 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이는 김소현이 김동휘 감독에게 수없이 어필한 부분이기도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바다가 될 것이라는 감독의 언질에 김소현은 "그렇게 되는 건 상관없는데 녹두와 동주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형적으로 둘이 헤어지고 서로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둘만은 서로를 믿으며 의지하면서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어필했다"고 했다.


'조선로코-녹두전'을 끝낸 김소현은 전 보다 더 밝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촬영 메이킹 영상에서도 김소현은 상대 배우들과 이따금씩 장난을 치며 쾌활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작품을 했을 때와 확연히 다른 지점이기도 했다. 이는 "역할이 주는 메시지가 착한 것이었으면 한다"는 김소현의 연기론과 맞닿아 있었다.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김소현도 동주를 만나 배우로나 사람으로나 조금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 있었다. 김소현뿐만 아니라 우리도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동주를 보며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생각을 지닌 김소현이 동주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좋아하면 울리는'과 '조선로코-녹두전' 두 작품을 하게 됐는데, 좋은 칭찬을 많이 받아서 행복했어요. 저 혼자 해보고 싶었던 '혼자 영화 보기'를 이뤄서 좋았어요. 내년에는 지금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요. 연기 폭이 조금 더 넓어졌으면 해요."

김소현과 수없이 만났지만, 만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왜일까. 언제나 목표를 물으면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고 되고 싶다는 김소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김소현의 성장이 김소현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뜻깊은 이유일 터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이앤티스토리]

조선로코 녹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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