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후 물러난 장정석, 생애 첫 감독상에 활짝

박소영 입력 2019. 12. 5. 00:03 수정 2019. 12. 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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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한 달 만에 시상식에 첫 등장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수상자로
투수 유망주 아들 본격 뒷바라지
"아직 제안 없고 천천히 생각할 것"

“생애 첫 감독상이죠. 이렇게 큰 상은 처음 받아요.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놔두려고요. 하하.”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장정석(46) 전 감독은 비록 사령탑에서 내려왔지만,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장 감독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4일 키움 구단이 장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발표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장정석 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얘기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정장 차림에 활짝 웃으면서 시상식장에 나타난 장 전 감독은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보통 감독상은 우승팀 감독님이 받으시지 않나. 그래서 연락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장 전 감독은 올해 키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공로로 수상자가 됐다.

장 전 감독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름을 널리 알리지는 못했다. 현대(1996~2001)와 KIA 타이거즈(2002~03)에서 주로 대타 요원으로 뛰었다. 8시즌 통산 타율 0.215, 7홈런, 75타점을 기록했다. 선수 시절 시상식은 남의 잔치였다.

2016년 10월 키움 구단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장 전 감독은 주목받지 못했다. 무명 선수 출신에, 코치 경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장 전 감독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키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구단과 재계약하지 못했지만, 그의 3년간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생애 첫 감독상으로 돌아왔다. 장 전 감독은 트로피 케이스를 조심스레 챙기면서 “감독상은 처음이라 집에서 잘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감독의 수상을 지켜본 키움 주장 김상수와 이정후는 자신이 수상한 듯 기뻐했다. 이날 김상수와 이정후도 각각 기록상과 조아바이톤상을 받았다. 장 전 감독 양옆에 앉은 두 선수는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후는 “감독님을 이렇게 뵙게 돼 반갑다. 감독님이 신인 때부터 기회를 많이 주셔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감독님 앞에서 상을 받아 더 기쁘다”며 웃었다. 장 전 감독도 “김상수, 이정후 선수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잘해줘 상을 받았다. 나는 운이 좋은 감독”이라며 기뻐했다.

사실 장 전 감독은 시상식 참석을 놓고 한참 고민했다고 한다. 재계약 불발과 관련해 여러 잡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허민 이사회 의장, 하송 키움 대표이사 등이 감독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퍼졌고, 공연히 장 전 감독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장 전 감독은 한동안 휴대폰을 꺼뒀다. 장 전 감독은 “선수들 인사 메시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키움에) 새로 온 손혁 감독님께 부담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오늘 참석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장 전 감독은 이날 시상식장에서 손 감독은 물론이고 하 대표이사와도 인사를 나눴다. 키움 구단은 장 전 감독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서로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장 전 감독은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편하게 인사와 덕담을 건네려는 모습이었다.

2019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지찬·민병헌·정수빈·이영하·배영수·박세혁·김상수·류현진·하재훈·강백호·이정후·정우영·김광현·양의지·차명석 LG 단장·김태룡 두산 단장·유승안 전 경찰청 감독·김태형 두산 감독·최일언 LG 투수코치·장정석 전 키움 감독·손경호 대구고 감독·문경찬·정은원. 김민규 기자
야구장을 떠난 장 전 감독이지만, 앞으로 더욱 바빠질 것 같다. 투수 유망주인 아들 장재영(17·덕수고)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어서다. 키 1m88㎝·몸무게 93㎏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장재영은 부드러운 투구 폼으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진다. 9월 부산 기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당시 장재영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장 전 감독은 “재영이를 보러 야구장을 많이 가야 할 것 같다. 원래 고교생 선수의 학부형이 하는 일들이 매우 많다. 내가 감독을 하느라 바빠서 (아들한테) 신경을 못 썼다. 다른 학부모들이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줬는데, 이제는 내가 (그분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때다.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1년을 앞두고 있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지휘봉을 잡은 장 전 감독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장 전 감독은 “아직 어느 구단에서도 어떠한 제안도 받지 않았다. 쉬는 기간이 아직은 짧지 않았나.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야구만 했던 사람이라. 지금은 머릿속을 많이 비웠다.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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