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고과 1위' 이천웅, 박용택 한 마디로 확신한 레벨스윙

윤세호 2019. 12. 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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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천웅이 10월 10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KBO 2019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2회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쳐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든 타자들이 홈런왕을 꿈꾼다.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박용택(40·LG)도 그랬다. 10년 연속 100안타 이상·7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달성한 그도 수차례 장타력 향상을 고민했다. 그리고 박용택의 고민과 사투가 고스란히 이천웅(31·LG)에게 전달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2019시즌 LG 야수진 고과 1위에 오른 이천웅이 최근 잠실구장에서 박용택의 한 마디에 자신의 스윙이 자리잡았음을 털어놓았다.

많은 지도자들이 이천웅의 스윙궤적을 두고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경찰야구단을 지휘했던 유승안 전 감독도 이천웅이 전역한 2015년 겨울 “천웅이는 LG에서 이병규와 박용택의 뒤를 이을 좌타자다. 정말 좋은 스윙 메커닉을 지녔다. 두고봐라 바로 1군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천웅은 사실상 1군 첫 해였던 2016시즌 10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3를 기록하며 1군 선수로 올라섰다. 당시 한화와 개막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고 시즌 막바지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적인 홈런이 이천웅에게 고민으로 다가왔다. 그는 “2016년 장타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홈런 욕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홈런을 칠 수 있는지, 어퍼스윙으로 궤적에 변화를 줘야 하는지 고려도 했다”며 “실제로 어퍼스윙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마음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고심했던 당시의 모습을 회상했다.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천웅은 늘 박용택과 타격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용택이형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두 자릿수 홈런치고 타율 2할 중후반대 타자. 그리고 150안타에 3할 타자. 무엇이 네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보고 결정하자’고 제안해주셨다. 강요한 게 아닌 함께 고민을 해보자고 하셨다. 후자를 택했고 용택이형도 그 방향이 네게 좋다고 했다. 그 때 용택이형의 이 말이 정말 크게 와닿았다”면서 “어퍼스윙을 시도했다가 돌아온 계기였다. 나는 어퍼스윙이 맞지 않는다. 면으로 쳐야 하는 타자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2018년에 처음으로 100안타 이상 ·3할을 해봤다. 올해 150안타 이상에 다시 3할 이상을 기록했다”고 미소지었다.
박용택과 김현수 등 LG 선수들이 10월 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 데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자신의 스윙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확실한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LG 류중일 감독은 “개인적으로 어퍼스윙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타자의 스타일에 따라 어퍼스윙이 맞을 수도 있으나 대다수는 레벨스윙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 팀의 이천웅을 보라. 정말 좋은 레벨스윙을 한다. 면이 많으니까 앞에서 잘 맞으면 장타가 되고 조금 뒤에서 맞아도 안타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천웅은 이러한 타격폼을 갖추게 된 비결에 대해 “앞서 말한대로 용택이형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그 전에 지금 롯데 허문회 감독님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처음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을 때 허 감독님께서 세워서 잡았던 배트를 눕혀보라고 하셨다. 그 다음에는 타격 메커닉에 큰 변화를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전역 후 용택이형이 내 스윙을 보더니 상체는 완벽하다고 하더라. 상체에 절대 변화주지 말고 그대로 가라고 하셨다. 2군에서도 나를 많이 봐주신 신경식 코치님과 이병규 코치님도 꾸준히 도움을 주신다. 신 코치님은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고 이 코치님은 고전할 때 간단명료하게 수정할 부분을 정확히 짚어 주신다”고 주위에 고마움을 돌렸다.

지난 4년 동안 이천웅은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고 2019시즌 리드오프로 거듭났다. 2020시즌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이듬해에도 1번 타자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나 팀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어느 자리든 팀이 원하는 자리에서 충실하고 싶다”면서 “특별히 숫자를 목표로 세우지는 않는다. 내가 건강하고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100안타, 150안타와 같은 숫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아프지 않고 꾸준히 경기하는 게 가장 큰 개인 목표”라고 다짐했다.

덧붙여 그는 “매년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솔직히 2016년 포스트시즌을 하고나서 매시즌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가을야구 가는 게 쉽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면서 “올해에는 정규시즌도 그렇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우리가 너무 막는 야구만 하다보니 투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2020년에는 타자들이 잘 해서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다시 가을야구 무대에서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LG 정주현과 이천웅이 지난 5월 1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비시즌은 예전에 끝났다. 이천웅은 11월 중순부터 매일 잠실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그는 비시즌 계획에 대해 “일단은 잠실구장에서 훈련하고 12월 한 달 동안은 (정)주현이, (문)선재,(오)지환이와 함께 외부에서 훈련 프로그램에 임할 계획이다.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과 하체 순발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소화할 예정이다. 아는 분의 도움을 받아서 한 달 동안 내게 필요한 부분을 집중해서 단련할 수 있게 됐다”며 “2019시즌에는 막바지에 체력 문제로 고전했던 게 아쉬웠다. 빨리 준비해서 체력도 향상시켜 2020시즌에 임할 생각이다. 호주 스프링캠프도 선발대로 간다”라고 앞으로 일정을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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