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첫 우승' 이미래 "안 울려고 했는데..괴로웠던 시간 스쳐가"

김용일 입력 2019. 11.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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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래가 지난 24일 경기도 의정부 아일랜드 캐슬에서 끝난 여자프로당구 LPBA 5차 대회에서 우승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LPBA)
이미래가 2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PBA스퀘어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PBA)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우승하고 정말 안 울려고 했다. 갑자기 괴로웠던 순간이 스쳐 가더라.”

27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 캐롬클럽 PBA스퀘어’에서 만난 여자 3쿠션 기대주 이미래(23)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사흘 전 우승의 희열을 더듬었다.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그는 지난 24일 끝난 여자프로당구 5차 대회인 ‘메디힐 LPBA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결승 무대를 밟아 ‘초대 챔피언’인 김갑선을 상대로 5전 3선승제(11점·파이널 세트 9점) 승부에서 파이널 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11-4 8-11 10-11 11-8 9-0) 승리를 거두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시절인 지난 2016년과 2017년 세계여자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지난해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대회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고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다가 올해 프로당구협회(PBA) 출범과 함께 프로로 전향했다. PBA는 이미래를 여자부 LPBA의 간판격으로 내세웠다. 이미래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마추어 시절보다 더욱더 훈련에 몰두했다. 하지만 1차 대회에서 4강에 올랐지만, 2차 대회 8강~3차 대회 32강 등 이후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4차 대회에서 8강에 오른 뒤 5차 대회에서 우승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처음엔 자신 있었다. 막상 대회장에 갔을 때 너무 긴장되더라. 중학생 때 처음 전국대회 출전했을 때 낯선 기분이 떠올랐다”며 “아마추어 시절 떠들썩하고 넓은 체육관에서 경기한 것과 다르게 조용한 호텔 내에서 모두가 집중하는 분위기에서 큐를 잡으니 더욱더 그랬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트제와 뱅크샷 2점제 등 PBA만의 경기 규칙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미래는 “프로리그의 꽃은 뱅크샷인 것 같다. 한순간 경기 흐름을 바꾼다.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집중력도 중요하고 뱅크샷 포지션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깨달음은 결승에서 반전을 끌어냈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기였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채 3세트에 나선 이미래는 6이닝 만에 10점에 도달하면서 다잡은 듯했다. 그러나 연달아 공타를 범했고 10-3으로 앞선 10이닝 김갑선에게 하이런 8점을 내주면서 역전패, 세트 포인트를 내줬다. 중계화면에 잡힌 이미래는 표정은 굳어졌다. 심리적으로 무너질 법했다. 그는 “그땐 표정 관리가 안 되더라. 우승이 너무나 목 말라 있었기 때문에…”라며 웃었다. 무서운 뒷심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포기하지 않고 4세트를 따내더니 파이널 세트에 신들린 뱅크샷에 성공, 2이닝에만 연속 9점을 터뜨리며 경기를 끝냈다. 그는 “힘겨웠지만 이를 딛고 우승하니 자부심도 더 생겼고 무엇보다 (김갑선)언니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당구에 대한 철학을 갖고 이뤄낸 첫 우승”이라는 데 더욱 의미를 뒀다. 이미래는 당구를 좋아한 아버지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큐를 잡았다. 남다른 재능을 뽐낸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예기치 않은 폐쇄성 뇌수두증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는 등 굴곡을 겪었지만 보란 듯이 이겨냈다.‘국내 1호 여자 당구 체육특기생’으로 대학(한국체대)에 진학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스스로 당구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보다 아버지 뜻에 따라 움직였다고 고백했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또래 친구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없었던 터라 부모와 충돌하는 일도 잦았다. 이미래는 “지금 생각하면 재능을 눈여겨보고 이끌어준 아버지께 감사하다. 그땐 하고 싶은 게 워낙 많은 시절이어서…라”며 “4년 전 대학에 진학했을 때도 ‘내가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고 ‘이런 마음으로 최고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2년 전부터 ‘정말 내가 이 길을 제대로 가야겠다’고 여겼다. 포지션, 회전 등을 스스로 더 연구하게 됐는데 재미가 있더라. 이번 우승은 나만의 노력이 묻어난 결과물이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우승을 거두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통해 느낀 게 많다. 그는 “내 할 것을 잘하면 성적이든 에버리지 등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그동안 머릿속에 두면서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잊고 지낸 것 같다”며 “이번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하는 이미래가 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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