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이 피워낸 '온기'와 사람이라는 '기적'
막장 코드 없이도 빛난 사랑과 드라마의 재미
주·조연 가리지 않고 빛난 캐릭터들
사람이 주는 '온기', 사람들의 '연대' 통한 기적 보여준 드라마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누군가에게 기적을 일으킨다는 메시지를 통해 시청자들은 위로를 받았다. 그 일상의 온기를 일깨워주고 용기를 건넨 것은 임상춘 작가의 글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연출 차영훈, 극본 임상춘, 제작 팬엔터테인먼트)는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 분)을 "사랑하면 다 돼!"라는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로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 분)의 '폭격형 로맨스' 드라마다.
더불어 동백과 용식을 둘러싼 이들이 "사랑 같은 소리 하네"를 외치는 생활 밀착형 치정 로맨스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스릴러가 더해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다. 자칫 흥행 요소만 뒤섞어 놓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는 위험요소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모든 걸 잘 버무려 하나의 '드라마'로 펼쳐냈다.
주인공이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관계는 직진이고, 아들이 좋아한다는 미혼모를 향해 뺨을 날리거나 돈을 집어 던지지도 않는다. 강종렬이 건넨 거액을 동백은 드라마에서처럼 쿨하게 던지지도 못하고 갈등한다. 동백을 두고 강종렬과 대치하는 용식은 욕설이나 폭력을 날리기보다 동백에게 동백이답게 행동하라며 손을 파닥이며 잡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을 매력적으로 만든 건 '옹산'과 옹산 사람들이다. 한 다리 건너면 누구나 다 가족이고, 마음 놓고 술 마실 곳 하나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 옹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옹산 사람들과 옹산에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관계는 팍팍한 현실의 삶에 감동을 선사했다.
사투리를 쓰는 옹산 토박이 옹산 사람들과 사투리를 쓰지 않는 외부인과 같은 존재인 동백, 필구(김강훈 분), 향미(손담비 분), 홍자영(염혜란 분)은 긴 시간과 투닥거리는 관계를 거쳐 작지만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관계가 된다. 처음에는 사회가 만든 편견이 경계를 만들어냈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사람이 지닌 '마음'은 모두를 가족으로 만들었다.
미혼모에 가족도 없이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 갈 곳 없이 이곳저곳 전전하며 돈을 뜯어내던 향미, 가족이란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강종렬(김지석 분), 늘 1등을 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술 한잔 같이할 이 없이 외로웠던 홍자영 모두 어느새 서로가 서로를 품었다. 옹벤져스로 불리는 4인방, 박찬숙(김선영 분)-김재영(김미화 분)-정귀련(이선희)-오지현(백현주 분) 등 동백에게 까칠하기도 하고 티격태격하기도 했던 이들까지, 옹산은 이방인 같던, 옹산 밖에 존재하던 그들을 품었다. 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 속 투닥거림 조차 정겹게 다가왔다.
그렇게 '동백꽃 필 무렵'은 어느 드라마보다 이야기가 가진 힘, 사람이 가진 힘을 보여줬다. 오케스트라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기만의 소리를 내며 어우러져 한 곡의 음악을 탄생시키듯 말이다. 몇 백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어도, 이야기와 잘 짜인 연출이 만들어 낸 '콘텐츠'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사람이 곧 기적임을 드라마는 안팎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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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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