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母性으로, 이영애가 돌아왔다

황지윤 기자 2019. 11.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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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14년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영애..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엄마役
'섬에서 착취 당한다'는 전화에 주변 맴돌며 흔적 쫓는 스릴러
아이들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장면 과해 논란도 예상

서늘한 집념의 얼굴로 이영애가 돌아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를 통해서다. 영화에서 이영애는 잃어버린 아들 윤수를 찾아헤매는 정연을 연기한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이후 무려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이영애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강렬하되 넘치지 않는다. 실성한 듯 갯벌을 바라보는 상실의 표정부터, 누군가를 내리찍는 살의(殺意) 번득이는 눈빛까지 소화한다. 영화 속 그는 '산소 같은 여자'도, 말갛고 똘똘한 '대장금'도 아니다. 다만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모성(母性)이다.

엄마 되고 첫 모성 연기

엄마는 자주 후회하고 자책하고 또 분노한다. 이영애는 그 모든 감정을 보여준다. "윤수가 일주일만 어디 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 내가 윤수를 버린 것 같아…." 육아에 지쳐 윤수를 소홀히 했던 순간을 곱씹으며 정연은 매순간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 그 지치고 텅빈 감정에 이영애는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든다. 언론 시사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영애는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를 잃어버린) 감정이 아주 아프고 슬퍼서 현장에서 힘들었다. (그래도) 앞서가지 않고 절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6년 전 실종된 당신 아들이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만선 낚시터’를 찾은 정연(이영애). 낚시터 사람들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발뺌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정연을 위협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아픔을 담백하게 그린 드라마인 줄 알았던 영화는 이후 전화 한 통이 울리면서 장르를 바꾼다. "당신 아들 윤수와 닮은 아이가 어느 섬 마을 낚시터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민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니 얼른 가서 찾아보라"는 전화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보는 이의 목을 조른다. 아이의 흔적은 곳곳에 밟히지만, 만선 낚시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윤수도 민수도 모른다고 잡아뗀다. 오히려 '우리를 납치범으로 모는 거냐'고 묻는다. 강력 범죄 전과자들과 지역 경찰(유재명)의 결탁을 보면서도 엄마는 단념하지 않는다. 이영애는 밀물처럼 집요하게 다가오고 파도처럼 분노한다. 그렇게 덮쳐온다.

신인 감독의 빛나는 촘촘함

이영애에 의한 이영애를 위한 영화지만, 이 작품은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의 촘촘한 연출이 없었다면 완성되기 힘들었다. 배우들 연기만큼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빈틈없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1980년생 김승우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제작부에서 일했고, 2008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준비했다.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라기엔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가 아닌 점도 영화의 숨은 매력. 올해 토론토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됐다.

아이를 잃은 엄마 이야기지만 '친절한 금자씨'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친절한 금자씨'가 잔인해도 통쾌한 블랙 코미디의 복수극이었다면, '나를 찾아줘'는 처참한 현실을 들춰내, 토할 듯이 메스꺼운 장면까지 남김없이 비춘다.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정연의 사투(死鬪)는 따라서 복수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에 가깝다.

아이들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밀도 높은 폭력 장면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순 있겠으나, 악의는 없어 보인다. 김승우 감독은 "숨기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에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표현했다"고 했다. 이영애는 "다시 보니까 저렇게 힘든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싶다. 겁 없이 뛰어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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