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월드컵 '돌풍' 김준태 "자네티한테 졌지만 자신감 얻어"

2019. 10. 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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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겔3쿠션월드컵서 첫 16강..Q라운드선 애버리지 전체 1위
행직이 형 22점차 대역전 우승 "나도 모르게 감탄사 나오더라"
중3때 아버지 권유로 당구 시작..전국학생대회 휩쓸며 두각
"11월 구리월드컵 좋은 성적 내고, 국내 톱10에 들고싶다"
개인통산 첫 월드컵 본선 32강 진출을 넘어 16강 진출까지 이뤄낸 김준태는 이번 네덜란드 베겔월드컵이 선수생활서 확실한 자신감을 얻게되는 대회라고 평가했다.
[MK빌리어드뉴스 김다빈 기자] “(김)행직이 형 우승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최근 막을 내린 ‘2019 네덜란드 베겔3쿠션월드컵’ 주인공은 당연 ‘역대급’ 승부끝에 우승컵을 거머쥔 김행직(전남·세계4위)이었다. 김행직은 루피 세넷(터키·15위)과의 결승에서 1:23, 22점차로 뒤지고 있던 승부를 40:35로 뒤집으며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행직 못지않게 이번 월드컵에서 관심을 모은 또 한명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24세 영건’ 김준태(경북·세계116위)다. ‘당구 사관학교’ 매탄고 출신(김행직의 3년 후배이자 조명우 4년 선배)인 김준태는 출전 당시 세계 259위로 예선2라운드(PPQ)부터 출전, 16강까지 올랐다. 자신의 월드컵 최고성적이다. 특히 Q라운드에서는 애버리지 2.162로 전체1위를 기록했다. 비록 16강에서 세계3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벽에 막혔지만,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었다.

귀국하자마자 부산광역시장배 대회 준비 중인 그를 지난 29일 서울 강남 ‘엠블당구클럽’에서 만났다.

▲월드컵 32강 본선 진출은 처음인데, 주위 반응이 궁금하다.

=엄청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PPQ부터 라운드 올라갈 때마다 핸드폰에 축하메시지가 가득했다. 반응은 ‘이제 실력이 돌아온 거냐’ ‘경기감각을 찾은 거냐’ 등이 많았다. 하하.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어머니가 보낸 거다. 사실 어머니는 제가 중학교 2학년때 당구선수한다고 하자 세게 반대하셨다. 하지만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지금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대회가 네덜란드에서 열려 중계를 못보신줄 알았는데 본선에 올라가자마자 어머니가 “우리아들 축하해”란 문자를 보내셨다. 너무 큰 힘이 됐고, 고마웠다.

▲대회 현장에서 다른 선수들한테도 축하를 많이 받았겠다.

=처음 32강 올라가서 얼떨떨하기도 했는데, 최성원 허정한 조재호 김행직 형들이 정말 축하한다며 격려해주었다.

▲학생때 세계주니어대회 5회 출전(2010~2012년, 2014년, 2015년)에 4번 입상(2011년, 2015년 준우승 2012년 2014년 공동3위)했다. 또 2012년 한바탕전주배, 서천한산모시배 등 전국대회 학생부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휩쓸었다. 아직 성인무대에서는 우승이 없는데.

=학생때는 당구 선수된지 1년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성인무대는 학생때와 달랐다. 실력 뛰어난 선수들도 많았고, 대회장 분위기도 학생때와는 전혀 달랐다.

첫 월드컵 본선진출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김준태는 남은 국내대회와 오는 구리월드컵을 위해 다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습구장서 샷을 준비하는 김준태.
중3때 선수생활을 시작,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준태는 이제 자신의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당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고향(경북 점촌)에 당구장을 차리셨다. 학교 끝나면 종종 놀러가서 당구를 쳐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차츰 실력을 키워가자 아버지가 “당구선수 해볼래?” 하시길래 “해보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열심히 연습했다.

▲아버지가 소질을 알아보셨던 건가.

=잘 모르겠다. 하하. 당시 당구를 너무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니까 그렇게 말씀하신거 같다. 중3때부터 아버지가 지인을 통해 당시 경북당구연맹 선수였던 권영일 선생님(현 경북당구연맹 전무)에게 당구를 배우게 해주셨고, 방과 후 구미로 가서 당구를 배우며 경북당구연맹 학생선수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는 권영일 선생님 추천으로 매탄고에 입학했고 수원당구연맹 학생선수로 소속을 옮겨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전국대회 학생부 첫 우승도 그 해에 했다.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뿐 아니라 월드컵 참가도 이번이 7번째다. 국제무대에 꾸준히 도전하는데.

=당구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세운 목표가 세계랭킹 1위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무대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등 국제 무대에 나가면, 거기서 쌓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월드컵 이야기를 해보자. 김행직이 대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할 때 현장에서 봤을텐데.

=당연히 경기장에 있었다. (김)행직이 형이 초반에 22점차로 뒤지고 있을 때, 오히려 초반에 점수차가 벌어진게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반이나 종반이면 쫓아갈 기회가 없으니.

행직이 형을 믿기 때문에 역전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더라. 그래도 실제로 역전시키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행직이 형 우승 장면을 보면서 나도 비슷한 나이에 선수를 시작했으니 '나도 해보자‘는 의욕이 생기더라. 하하.

▲이번 대회 PPQ라운드부터 시작해 6연승으로 32강에 진출했다. 특히 Q라운드에선 애버리지 전체 1위 할 정도로 대단했다.

=베겔월드컵을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네덜란드 시차에 맞게 생활했다. 시차에 맞춰 연습하고 자고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던 게 좋은 컨디션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이번 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또 군대를 다녀온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거 같다.

▲군제대 후 달라진게 있다면. (김준태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강원도 화천에서 군복무했다)

=군 다녀오기 전에는 대회에 나가면 연습때보다 실력 발휘가 안됐다. 그러면 경기 내내 ‘왜 연습때보다 안 맞지’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군에 다녀온 후에는 그런 부분에 초연해지게 됐다. 복무기간 당구를 떠나있으며 생각이 깊어진거 같다. 하하. 이후 군 제대 후에는 대회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베겔월드컵서 김준태는 세계3위 마르코 자네티를 32강, 16강서 두번 만나 모두 패했다. 하지만 김준태는 자네티와의 경기를 계기로 선수로서 한 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사진제공=코줌)
세계랭킹 1위를 꿈꾸는 김준태는 올해 남은 2번의 월드컵서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당구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준태.
▲이번 대회에서 마르코 자네티와 2번 붙어 모두 패해 16강서 탈락했다. 아쉽지 않았나.

=물론 아쉽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내 당구인생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계기가 될 거 같다. 세계적 선수와 맞붙으며 자신감도 얻었다. 특히 자네티와 2번 경기하며 보완할 점도 알았다. 사실 자네티와의 32강전에서는 초반 실수가 많아 전반을 11점차로 뒤졌는데 나중에 32:37까지 쫓아가다 졌다. 16강서 다시 자네티와 붙었을 때 실수만 안하면 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네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리싸움에도 굉장히 능하더라.

▲심리싸움이란 어떤 것인가.

=16강서도 전반을 6:21로 크게 뒤졌다. 하지만 후반에 25:32까지 따라붙었다. 그 순간 자네티 표정을 봤는데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쫓아가는 선수입장에서 오히려 심리적 압박을 받게되더라. 또 경기 중에 심판과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심판에게 ‘조명이 너무 강하다’는 말도 하고, 판정이 애매하면 즉각 어필했다. 당당하고 노련해 보였다.

▲올해 2차례 월드컵(11월 구리월드컵, 12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월드컵)이 남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는

=베겔월드컵에서 처음 본선에 올라갔으니 11월 구리월드컵에선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선수라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 아닐까. 베겔월드컵에선 테이블 적응이 힘들었다. 구리 대회는 국산테이블(허리우드)에서 하는 만큼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려고 한다. 또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현재 국내랭킹 15위인데 올해 목표가 국내 10위 내 진입이다. 앞으로 남은 2개대회(부산광역시장배, 영월동강배)서 좋은 성적을 내 국내 10위 진입도 달성하고 싶다. [dabinnett@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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