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춘 작가의 따뜻함 또 통했다..'동백꽃 필 무렵' 소소한 일상의 특별함

남지은 2019. 10. 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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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동백과 순박한 총각 용식
자극적인 설정·유별난 악역 없이
소소한 이야기로 화제 모으며 인기
2년만에 돌아온 임상춘 작가
좁디좁은 마을 안 이웃들 그리며
따뜻한 글쓰기로 또 한 번 감동 선사
한국방송 제공

“다음 작품은 어떤 얘기가 될까요?”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뭐가 됐든 따뜻한 얘기가 될 거예요. 촌스럽고 투박하고 따뜻한 얘기를 쓰고 싶어요. 세련되진 않지만 착하고 푸근한 사람들의 소소한 갈등이 좋아요.”

2017년 <쌈, 마이웨이>(한국방송2) 종영 뒤 <한겨레>와 만난 임상춘 작가는 당시 다음 작품 구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소시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은 2년여가 흘러 <동백꽃 필 무렵>(한국방송2 수목 밤 10시)을 완성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화제다. 가상의 도시 옹산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술집을 하는 미혼모 동백(공효진)과 그에게 첫눈에 반해 거침없이 다가서는 순박한 총각 순경 황용식(강하늘)의 이야기인데, 9월18일 시작 이후 4회(쪼개기 편성 8회) 방송이 나간 현재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이 서서히 올라 9%대를 기록 중이다.

상승곡선의 원동력은 일상의 위로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고처럼 ‘투박’하다. 동백은 외지에서 들어와 혼자 술집을 한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인다. 옆집 그릇이 몇개인지도 다 아는 좁디좁은 마을에서 이웃들은 동백의 행동에 간섭한다. 때론 갈등하고 때론 화해하는 일상이 우리네 이야기 같은 공감을 준다. 절대 과장하지 않는다. 주변 관계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의 적정선을 담아 현실감을 높인다. 차영훈 피디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면 자극적인 설정이나 센 장면들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저희 작품은 따뜻하고 소소한 드라마다. 과거 첫사랑이 떠오르고 고향 어머니께 문득 전화하고 싶어지고 또 자는 아이들을 한번 더 보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방송 제공

드라마는 일상을 열심히 사는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고 말하는 메시지도 심어둔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하다. 혼자서 술집을 하는 주인공은 주변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강단 있게 산다. 동백의 꿈은 철도 공무원, 특히 분실물 신고 센터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받으며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황용식은 한번도 칭찬이나 감사를 받아본 적 없는 동백에게 늘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 말해준다. 임상춘 작가는 <쌈, 마이웨이>에서도 ‘평범함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심어뒀다. 자기 계발을 하라는 친구의 조언에 현모양처가 꿈이라는 설희의 대사는 화제였다. “왜 (좋은) 엄마는 꿈으로 안 쳐줘?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 계발을 해야 해? 니들 다 잘났고 자기 위해서 사는데 나 하나 정도는 그냥 내 식구들 위해서 살아도 되는 거잖아.” 임상춘 작가는 당시 “내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일깨워주며 계속 지지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제작발표회에서 “동백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새롭고 재미있다. 그래서 다른 역할들도 탐날 정도”라고 이 드라마의 장점을 말했다. 옹산 게장 골목 아주머니들과 남편 등 조연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도 유쾌한 재미를 준다. 동백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미워할 만한 악역이 없다. 강하늘은 “투박하지만 솔직한 감정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현실감 넘치는 상황들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부분의 미니시리즈가 유행을 좇고 제작비 등을 이유로 조연 캐릭터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 것과 상반된다.

누군가를 거짓 없이 지지해주는 신뢰의 힘이 임 작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황용식은 동백이 어떤 행동을 해도 믿어주고 그를 위해 나서준다. 이는 임상춘 작가가 작품 속 캐릭터에게 늘 부여해온 메시지이기도 하다. <쌈, 마이웨이> 당시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주변에 완벽한 지지자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겉과 속이 같고 행간을 살피지 않아도 되는 사람, 치이고 들어와도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상춘 작가의 필력을 재확인한 것도 성과다. 임상춘 작가는 2013년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주최한 ‘사막의 별똥별 찾기’에서 ‘에스비에스 플러스상’을 수상한 뒤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에 이어 첫 장편 데뷔작 <쌈, 마이웨이>를 통해 따뜻한 글쓰기로 화제를 모았다. 이건준 책임피디는 “천성이 맑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게 작품에 묻어난다”고 말했다. 성별도 나이도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작가는 필명 외에 자신에 대해 어떤 것도 알리지 않는다.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전달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를 꿈꿨다”며 “드라마로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바람은 <쌈, 마이웨이>를 넘어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활짝 피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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