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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김기태' KIA vs '박흥식' KIA, 무엇이 달랐나?

조회수 2019. 9. 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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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퇴진 이후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KIA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 시즌 KIA를 이끈 두명의 사령탑, 김기태 전 감독과 박흥식 감독 대행 (사진 : KIA 타이거즈) 

‘통합 우승 이후 1년 반만의 퇴장.’

지난 5월 16일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에 책임을 졌다. 이날 광주 kt 위즈전을 앞두고 사퇴를 발표한 김기태 감독은 고별전으로 치러진 경기에서도 3-6으로 패했다.  

다음날인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박흥식 2군 감독이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다소 이른 시점이었지만 이후 시즌 중 새 감독 선임은 없었고 올 시즌은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기태 감독 체제의 KIA와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의 KIA는 팀 성적과 세부 지표는 물론 팀 운영 방식까지 사뭇 다르다. 과연 ‘김기태 KIA’와 ‘박흥식 KIA’는 무엇이 달랐을까?

#1. “승률 0.302 vs 0.485”

ⓒ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으로 팀을 지휘했던 5월 16일까지 KIA는 13승 1무 30패 승률 0.302로 꼴찌였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2017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팀답지 않게 속절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박흥식 감독 대행이 팀을 맡은 뒤 KIA는 수습에 성공했다. 98경기에서 47승 1무 50패 승률 0.485로 해당 기간 승률 7위를 기록했다. 승률만 놓고 보면 김기태 감독 시절부터 2할 가까이 상승하며 5할에 육박했다. KIA는 탈꼴찌에 성공해 팀 순위 7위로 올라왔다.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 상태다. 하지만 ‘리빌딩도 이기면서 해야 한다’는 야구계 속설처럼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하에서 KIA가 시즌 초반의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 “베테랑 중용 vs 유망주 육성”

2019년에도 김기태 감독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에 머물러 있었다. 2018년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출전했지만 한 경기 만에 탈락한 뒤 올해는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전력 재정비가 필요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부상 및 부진으로 하락세가 완연했던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 등의 베테랑과의 ‘동행’에 집착해 팀 내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 

4월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 도중 대흉근 부상을 당한 KIA 김윤동 (출처 : SPOTV 중계 화면)

마운드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트레이드로 KIA에 영입되어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베테랑 김세현을 마무리 후보로 낙점했다 실패했다. 김세현의 대안인 김윤동은 혹사 끝에 4월 18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경기 도중 대흉근 부상을 당한 후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반면 박흥식 감독 대행은 부진한 베테랑들에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을 설득해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범호가 은퇴한 3루수는 박찬호를 기용해 핫코너 고민을 지웠다. 3루수 후보 중 한 명으로 내외야를 오가던 최원준의 수비 보직은 외야수로 교통 정리했다. 이창진도 중용해 주전 중견수로 자리를 잡았고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무리는 문경찬(23세이브)을 기용해 뒷문 잠그기에 나섰다. 문경찬의 마무리 안착 후의 KIA는 김세현-김윤동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김기태 감독 시절의 뒷문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문경찬의 앞은 10홀드 이상을 기록한 전상현(14홀드), 박준표(13홀드), 하준영(13홀드), 그리고 고영창(10홀드)이 지켰다.

23세이브를 거둔 KIA의 새 마무리 문경찬(사진 : OSEN)

김기태 감독 시절 빈번했던 불펜 혹사와 주먹구구식 운영과  달리 박흥식 감독 대행은 불펜 관리에 힘쓰고 있다.

25일 현재 KIA 불펜 필승조 중 6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가 없다. 박흥식 대행 체제 하에서 KIA는 신구 조화를 통한 건강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 2019시즌 KIA 불펜 투수들의 소화 이닝

#3. “해즐베이커 vs 터커”

올 시즌을 앞두고 KIA는 2017년부터 2년 통산 타율 0.315 47홈런 181타점 누적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9.2를 기록한 버나디나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나디나를 대신하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는 해즐베이커는 영입 당시 부터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19시즌 KIA의 외국인 타자 해즐베이커와 터커 (사진 : KIA 타이거즈) ⓒ 케이비리포트

해즐베이커는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146 2홈런 5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580의 저조한 기록 끝에 4월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외야 수비까지 허술해 장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베테랑 타자들의 노쇠화 속에서 외국인 타자조차 공수에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해즐베이커는 2군에서도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18경기에서 타율 0.238 2홈런 6타점 OPS 0.789에 그친 끝에 5월 10일 웨이버 공시되었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터커는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첫날인 5월 17일 첫선을 보였다. 그는 5월 12경기에서 타율 0.216 1홈런 5타점 OPS 0.573으로 두드러진 모습은 아니었다. 

[KIA 터커 스카우팅리포트 다시보기] 

하지만 6월 이후 서서히 새로운 리그에 대한 적응력을 끌어올려 어느덧 시즌 타율 0.311 9홈런 50타점 OPS 0.858가 되었다. 준수한 활약을 보인 터커는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 

#4. 이명기-이우성 트레이드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5월 16일까지 KIA는 팀 홈런 22개로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며 장타력 부재를 노출했다. 공인구 반발력 저하와 장타력을 갖춘 베테랑 타자들의 노쇠화가 중첩된 결과였다. 

7월 6일 KIA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NC 다이노스에 외야수 이명기를 내주고 외야수 이우성을 영입한 것이다. 2017년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에서 KIA로 이적한 이명기는 그해 통합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올 시즌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NC는 시즌 아웃된 나성범의 공백을 메울 좌타 외야수가 시급했다. 

NC 이명기와 KIA 이우성 (사진 :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 ⓒ 케이비리포트

KIA가 이명기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자 2017년 통합 우승 멤버의 해체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뒤이어 이범호도 은퇴하면서 KIA는 2017년의 추억을 뒤로한 채 리빌딩에 매진하는 흐름이 본격화되었다. 

우타 거포 유망주인 이우성은 KIA의 장타력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로 지목받았다. 1987년생으로 만 32세 시즌을 치르는 이명기를 내주고 1994년생으로 만 25세 시즌을 치르는 군필 자원 이우성을 데려온 KIA의 선택은 주목을 받았다. 

이우성은 KIA 이적 직후 9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OPS 1.089를 기록해 KIA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만들었다. 하지만 7월 18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사구를 오른쪽 종아리에 맞아 부상을 당해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8월 1일 1군 복귀 후 아직 홈런을 치지 못하고 타격 부진에 빠진 이우성이지만 KIA는 그의 거포 자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5 “ERA 10위 vs 7위”

김기태 감독 체제 하의 KIA 마운드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에이스 양현종은 개막 직후 9경기에서 1승 7패 평균자책점 5.36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 0.824로 부진했다. 5월 들어 투구 내용은 안정을 찾아갔지만 한동안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과 불운에 시달린 KIA 에이스 양현종 (사진 : KIA 타이거즈)

불펜은 마무리 투수가 고정되지 않은 채 ‘돌려막기’식으로 혹사가 자행되었다. 고졸 신인 김기훈은 보직이 명확하지 않아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김기태 감독 체제 하에서 KIA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5.85(10위) 피OPS 0.828(10위)로 중요 지표가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하지만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하에서 양현종이 연승 행진에 돌입하고 뒷문을 새 마무리 문경찬이 걸어 잠그면서 KIA 마운드는 안정을 찾았다.

해당 기간 동안 KIA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4.19(5위), 피OPS 0.713(5위)로 개선되었다. 선수 구성의 변화가 거의 없는 가운데 마운드 지표의 극적인 변화는 김기태 감독 시절 마운드 운영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단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은 끝내 KIA의 발목을 잡았다. 윌랜드가 8승 6패 평균자책점 4.75, 터너가 7승 13패 평균자책점 5.46의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KIA가 해즐베이커를 퇴출하고 터커를 데려온 시점에 외국인 투수 1명을 함께 교체했다면 KIA는 5위 싸움에 나섰을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KIA의 팀 성적 추락을 야기한 외국인 투수 듀오의 동반 부진은  감독 대행 체제의 코칭스태프보다는 프런트의 오판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6. “OPS 10위 vs 7위”

김기태 감독 체제 하에서 KIA는 타선도 문제였다. 타율 0.249 홈런 22개 OPS 0.681로 해당 지표가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베테랑 타자들의 하락세, 외국인 타자의 부진 및 부재, 그리고 중용되지 못한 채 떠도는 유망주 타자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이범호의 은퇴 뒤 3루수 주전을 꿰찬 KIA 박찬호 (사진 : KIA 타이거즈)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하에서 KIA 타선은 다소 개선되었다. 타율 0.271으로 6위, 홈런 53개로 8위, OPS 0.718로 7위다.

야수진 리빌딩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창진(타율 0.270 5홈런 46타점 OPS 0.738), 박찬호(타율 0.263 2홈런 49타점 OPS 0.626), 유민상(타율 0.299 5홈런 23타점 OPS 0.873)의 성장, 터커의 리그 적응 성공 등이 KIA 타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KIA 타선은 여전히 베테랑에게 역할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타율 0.300 17홈런 86타점 OPS 0.898로 시즌을 마감한 최형우가 ‘에이징 커브’를 극복하고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타율 0.300 3홈런 32타점 OPS 0.714으로 역시 시즌을 마친 김주찬 역시 2020년 행보가 주목된다. 내년에도 KIA 타선은 베테랑이 역할을 해줘야만 젊은 타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 ‘선장 없이 5개월’ KIA, 스토브리그 목표는?

9월 25일 기준 KIA는 142경기를 치러 60승 2무 80패 승률 0.429로 7위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가운데 2017년에는 통합 우승을 일궈냈지만 올해는 가을 야구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박흥식 대행 체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박흥식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썩 높지 않게 점쳐지는 이유기도 하다. 

시즌 이후 KIA의 리빌딩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올 시즌 기회를 받으며 가능성을 엿보인 이창진, 박찬호, 유민상 등이 기복 없는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들은 비롯해 보다 많은 새 얼굴이 치고나와 건강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운드는 자원이 풍부한 불펜에 비해 선발에서 확실한 카드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홍건희, 양승철, 임기영, 차명진, 김기훈 등이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에이스 양현종을 뒷받침할 만한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KIA가 장기적인 강팀의 반열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4-5선발을 책임질 젊은 선발 투수 육성이 필수적이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하는 김선빈과 안치홍 (사진 : KIA 타이거즈) ⓒ 케이비리포트

시즌 종료 후 김선빈(타율 0.288 3홈런 40타점 OPS 0.724 WAR 2.2), 안치홍(타율 0.315 5홈런 49타점 OPS 0.792 WAR 2.7)이 FA 자격을 취득한다. 30세를 전후한 젊은 나이에 공수에서 하락세를 노출한 이들에게 KIA가 어떤 조건을 내밀어 잔류를 시도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김선빈은 유격수에서 2루수로, 안치홍은 2루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박찬호에 유격수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김선빈과 안치홍의 수비 부담을 줄이며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장타력이 급감한 안치홍이 파워 포지션인 1루에 자리잡는 것은 장기적으로 팀 전력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신임 감독 선임이 화두인 KIA (출처: KBO야매카툰- '가을 탈락' 하위권팀, 새 감독 후보는?)

무엇보다 지난 겨울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외국인 선수 3명 전원 물갈이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조계현 단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종료 후 KIA는 새로운 감독 선임과 함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 대두, 그리고 베테랑 중심의 선수단 대개편 등 후폭풍이 밀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우승 이후  2년만에 하위권으로 추락한 KIA가 시대 흐름에 맞는 감독 선임과 변화를 통해 KBO리그 최다 우승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용선/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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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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