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오랜 무명 끝 스크린 주연,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요"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9. 9. 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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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수,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모처럼 볼만한 영화가 등장했다.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이 그 주인공이다. 또 하나의 수확도 있다. 첫 주연으로 나선 배우 박해수의 흥행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이 처음 만나자마자 ‘함께 해봅시다’라며 손을 내밀었어요. 깜짝 놀랐죠. 전 연극 무대가 주였던 배우였는데, 갑자기 영화 주연이라뇨. ‘생각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작품에도 나오지만, 실제 제가 경험한 것 같아요. 개봉을 앞둔 지금 심경이요? 그동안 ‘내가 이 바닥에 맞는 사람인가, 잘 적응하고 있나’란 의심을 많이 했는데, 어젯밤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틀리진 않았구나. 하하.”

17일 ‘스포츠경향’이 만난 박해수는 정직했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도, 작품에 대한 높은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또한 ‘솔메이트’라 주저없이 칭하는 10년지기 배우 임철수와 함께 한 작품을 이끌었다는 사실에 감격하기도 했다. 날 것의 매력이 강렬한 그에게 ‘양자물리학’은 영화 그 이상의 가치였다.

■“약체인 배우 조합, 오히려 강점이 될 겁니다”

‘양자물리학’의 캐스팅 라인업엔 그 흔한 ‘흥행보증수표’ 하나 없다. 케이블채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이름은 알렸으나 스크린 주연작은 전무한 박해수와 서예지, 임철수, 이창훈, 김상호, 김응수, 변희봉, 박광선, 현봉식, 손종학 등 비교적 티켓 파워가 높지 않은 배우들이 뭉쳐 개봉작 중 약체로 꼽혔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인지도는 낮을지 몰라도 연기력 하나만큼은 보증하는 이들이 엮어낸 완성본은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뿜어냈다. 가성비 최고라 해도 무방하다.

“사실 제목도 난해하고 배우마저 낯설어 주변에선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진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배우의 조합이 무기라는 걸요. 감독도 낯선 배우들이 분명 시너지를 낼 거란 신념이 있었고요. 제 주연작이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배우와 스태프 전체가 뭉쳐 하나의 파동처럼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선하고 진정성 있는 영화이길 바랐는데, 완성본에서도 보는 이에게까지 그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무엇보다도 자신과 연극 무대에서 동고동락했던 많은 동료와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도 했다. 검사 양윤식 역의 이창훈, 프렉탈 역의 박광선 등 배우 한명 한명 챙기고 싶어하는 애정이 도드라졌다.

“이창훈은 과거 안톤체홉의 ‘갈매기’란 연극을 같이 했던 사이에요. ‘양자물리학’에서 다시 만나니 정말 좋더라고요. 굉장히 다각적으로 살아있는 연기를 하는 형이라, 저도 많이 가르쳐줬어요. 대사도 잘 만지는 실력가라, 입에 맞게 도와줬죠. 또 박광선 역시 ‘남자충동’이란 연극을 함께 했는데, 이 작품으로 다시 만나 굉장히 놀랐어요. 연기 진짜 잘하죠? 감독도 늘 박광선 연기가 제일 좋다고 했어요.”

특히 ‘임철수’란 이름이 나오자 벅찬 표정을 지었다. 극 중에서 ‘이찬우’(박해수)와 절친으로 등장하는 ‘김상수’ 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영화 속 ‘브로맨스’는 실제예요. 임철수가 제 10년 룸메이트며, 대학 후배고, 군대 후임이었거든요. 운명 같은 친구예요. 가족처럼 지내다가 함께 영화까지 찍은 거죠. 오디션에서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다고 감독이 소개했는데, 그게 바로 철수더라고요. 영화 내내 나오는 우리 둘의 눈빛과 분위기는 진짜였어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고, 솔메이트며 동생이거든요. 그런 친구와 함께 무대인사를 오르다니, 매번 꿈처럼 얘기했던 게 현실이 되니 둘 다 뿌듯하더라고요.”

■“결혼 후 건강한 책임감 생겨 좋아요”

2007년 데뷔 후 12년 만에 따낸 영화 주역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요즘이란다.

“어젯밤 누워있는데 연극 바닥에서부터 한단계 한단계 밟고 올라온 게 생각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연도 하고 드라마 주연도 맡았고요. 또 영화 주연까지 맡았는데, 너무 들뜨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겸손하고 묵직하게 가야겠다는 걸 또 한 번 상기했죠.”

무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언제든 무대로 돌아가 생명력을 얻고 싶다는 그다.

“무대가 제 기본이에요. 관객과 직접 호흡하면 샘물처럼 힘을 얻죠.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계속 무대에 설 거예요. 지금도 작품을 보고 있고요.”

올 초 반려자를 맞이한 것도 그에겐 큰 힘이 된다고.

“훨씬 안정된 것 같아요. 또 건강도 좋아졌고요. 하하. 제가 기댈 수 있고, 절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니 건강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작품을 볼 때도 더 강력한 집중력이 생기고요. 결혼, 진짜 잘 한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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