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의 알람을 울리고 있나요? 좋아하면 울리는

이영희 2019. 9. 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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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사진 넷플릭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면 이 세상 사랑의 풍경은 어떻게 변할까.

8월 2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은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어플 ‘좋알람’이 개발되고 대중화되는 동안, 고등학생을 거쳐 성인이 되는 조조, 선오, 혜영 세 사람의 사랑을 그렸다. 2014년부터 다음 웹툰에서 시즌 7까지 연재된 천계영 작가의 웹툰이 원작. 삼각관계를 다룬 스토리지만, 기발한 설정 덕분에 뻔하지 않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면 무조건
여주-냉남-온남의 삼각관계 스토리를 즐긴다면
가벼운 로맨스물은 싫어!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좋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교복입은 학생들의 연애 이야기엔 관심 없다
가슴 졸이는 삼각관계는 도저히 못 보겠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세상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울리는 '좋알람' 어플. [사진 넷플릭스]

이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좋알람’이라는 신기술 그 자체다. 사람의 마음을 데이터로 측정해 반경 10m 안에 자신을 좋아하는 이가 나타나면 울리도록 설계된 어플(물론, 원리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어플이 대중화된 사회, 사람들의 연애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하는가. 이 부분이 비슷비슷한 로맨스물들과의 가장 크고 특별한 차이점이다.

여주인공 조조(김소현)와 그를 좋아하는 선오(송강)와 혜영(정가람)의 삼각관계 여정에도 '좋알람'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사랑을 고백할 때 "좋아한다"는 말 대신 둘만 있는 곳에서 서로의 어플을 울려주고, 이별을 통보할 때도 "헤어지자" 대신 어플에 뜨는 '0'이란 숫자로 대신한다. 둘 다 조조를 좋아하는 선오와 혜영은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대신 이렇게 합의한다. "판단은 조조(의 좋알람)에 맡기자."

#"좋알람이 세상을 계급화한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와 조조. [사진 다음 웹툰]

드라마의 초반은 좋알람이 바꿔놓은 세상의 모습을 그리는 데 상당 부분 할애된다. 결혼식에서는 서약 대신 서로의 어플을 울리는 절차가 등장했다.(한 쪽만 울릴까봐 하객들은 긴장..) 이런 세상에서 인기는 노골적인 권력이 된다. 좋알람을 수천건씩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좋알람 배지 클럽’이 형성되고, 평생 한번도 좋알람이 울리지 않은 사람들은 외로움과 패배감에 집단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좋알람이 세상을 서열화한다"며 반대하는 시위대도 등장한다.

원작 웹툰에서는 기술에 지배받고, 획일화되는 사회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연인 사이인데도 좋알람을 울리지 못해 헤어진 사람들은 'X알람'이라며 욕설을 내뱉고, 80대 노부부가 서로 좋알람을 울렸다는 미담(?)이 소개되기도 한다. 이런 세상, 좋알람을 깔지 않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성인이 된 주인공 혜영이 좋알람을 깔지 않자 회사 사람들은 수근거린다. ”뭐지? 불륜 중이거나 소아성애자 아냐?“

#"난 구겨지지 않을거야"
어릴 적부터 깊은 우정을 나눈 선오와 혜영. [사진 넷플릭스]

이런 특별한 설정에 기대지 않더라도, <좋아하면 울리는>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이자 성장담이다. 조조는 어릴 적 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을 겪은 후 이모네 집에 얹혀 살고 있는 고등학생. 부모가 남긴 빚때문에 이모에겐 구박덩어리요,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버느라 각종 아르바이트로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조조는 자신을 막 대하는 사촌 굴미에게 "부모님의 빚이 내 잘못이야?"라고 소리칠 줄 알고 세상의 수근거림에도 "구겨지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하는, 단단한 자아를 지닌 매력적인 소녀다.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조조의 마음을 두고 갈등하는 선오와 혜영의 관계다. 정치인 아버지와 배우 엄마를 둔 '금수저' 선오와 선오의 집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아들인 혜영은 아주 어릴 적부터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상처를 보듬어 온 친구, 그 이상의 사이다. 선오가 조조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자신만을 바라보던 혜영이 처음으로 마음을 준 여자라는 사실 때문. 말하자면 삼각관계인데, 화살표와 점선이 엇갈리는 미묘한 삼각관계랄까.

#선오파야, 혜영파야?
'좋아하면 울리는'의 혜영과 조조. [사진 넷플릭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의 혜영과 조조 [사진 다음 웹툰]

두 남자주인공의 다른 매력은 원작 웹툰 연재 당시부터 팬들을 '선오파'와 '혜영파'로 갈라놓았다. 선오가 ”재밌어, 내 얼굴 그렇게 빤히 볼 수 있는 사람 흔치 않은데“라는 '오글 대사'를 내뱉으며 직진하는 스타일이라면, 혜영은 오랜 시간 곁을 지키며 꾸준한 사랑을 보여주는 신중파. "네가 나의 문자를 씹으면 나는 씹힐거고, 네가 나를 차면 나는 차일거야. 그 모든 게 나한테는 로맨스야. 너와 하는 거니까."

시즌 1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년 후 성인이 된 세 사람이 다시 만난 시점에서 끝이 난다. 그 사이 '좋알람'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플이 되었고, 자신을 좋아하게 될 상대까지 예측하는 '좋알람2.0' 버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원작 웹툰으로 보면 시즌 3까지를 소화한 도입부다. 원작에서는 이후 조조와 혜영의 본격적인 연애담과 함께 '좋알람'의 비밀을 둘러싼 거대한 추리극이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성공적인 웹툰 원작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 작품의 다음 시즌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제목 좋아하면 울리는(2019)
연출 이나정
출연 김소현, 송강, 정가람 외
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IMDb 7.7 에디터 꿀잼

와칭(watc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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