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힘 풀고 4남매 거둔 송승헌, 이번엔 좀 다를까

양형석 2019. 8. 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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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첫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에서 전 국회의원 연기하는 송승헌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2000년대 초·중반 10대와 2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MBC 청춘시트콤 <논스톱> 시리즈는 시즌 별로 걸출한 남자배우들을 배출하는 것으로 더욱 유명했다. 논스톱 신화의 시작을 알린 <뉴논스톱>에서는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등장했고 <논스톱3>에서는 조한선이 뒤를 이었으며 <논스톱4>에서는 현빈이 주연으로 데뷔했다. 시리즈의 마지막이 된 <논스톱5>에서도 이승기, 김지석, 진구 같은 남자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논스톱> 출연 이후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이상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 군림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논스톱> 출신 배우들은 시트콤으로 주목 받았다는 대중들의 편견과 부족한 연기 경험 때문에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일정 기간 고전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확실한 아우라를 인정 받는 배우 현빈 역시 데뷔 초 '꽃미남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적지 않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논스톱>시리즈 이전에 90년대 청춘시트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MBC의 <남자셋 여자셋>이었다. <남자셋 여자셋>에서도 신동엽이나 홍경인 같은 유쾌한 배우들 사이에 허우대가 멀쩡한 신인급 배우 한 명이 캐스팅돼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이 배우는 데뷔 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6일 첫 방송되는 tvN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 출연하는 송승헌이 그 주인공이다.

<남자셋 여자셋>이 배출한 신예, <가을동화>로 대세스타 등극
 
 <남자셋,여자셋>에서의 송승헌은 어색한 몸동작조차 시청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갔다.
ⓒ MBC 화면캡처
 
지난 1995년 듀스의 고 김성재와 소지섭, 김하늘, 샵의 서지영 등이 거쳐 간 청바지 브랜드의 모델로 데뷔한 송승헌은 1996년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캐스팅됐다. 당시만 해도 연기경력이 전무했던 신인배우 송승헌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송승헌의 어색한 연기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다행히 송승헌은 극 중 주위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도 썰렁하다고 취급 받는 역할이었다).

<남자셋 여자셋>의 얼굴마담이었던 송승헌은 이의정과의 커플연기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고  MBC의 <그대 그리고 나>와 SBS의 <해피투게더> 같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명성을 높였다. 그리고 2000년 송혜교와 함께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지금이야 원빈의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냐?"가 훨씬 유명하지만 윤석호 감독 계절시리즈의 화려한 포문을 연 남자주인공은 다름 아닌 송승헌이었다.  

드라마 <로펌>과 영화 <일단 뛰어>로 연기 영역을 넓히던 송승헌은 2003년 윤석호 감독의 계절시리즈 3편 <여름향기>에서 손예진과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여름향기>는 전작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영화 <빙우>와 <그 놈은 멋있었다>도 차례로 흥행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송승헌은 2004년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 도중 병역비리에 연루되면서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 권상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숙명>이 80만 관객에 그친 송승헌은 같은 해 선택한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송승헌은 <에덴의 동쪽>을 통해 2008년 MBC 연기대상에서 공동대상을 수상했는데 하필이면 함께 대상을 함께 받은 배우가 '연기본좌'로 불리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이었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송승헌에게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송승헌은 2010년 전설의 홍콩누아르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영화 <무적자>가 전국 150만 관객이라는 실망스런 성적에 그쳤다. 2011년 당대 최고의 미녀스타 김태희와 호흡을 맞춘 <마이 프린세스> 역시 박신양이 출연한 동시간대의 웰메이드 스릴러 <싸인>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송승헌은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톤이 비슷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눈에 힘 풀고 유쾌한 가족 소동극에 도전하는 송승헌
 
 영화 <인간중독>에서 강직한 군인을 연기한 송승헌은 안 그래도 강한 눈에 더욱 힘을 주며 연기했다.
ⓒ (주)NEW
 
자신의 연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송승헌은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임슬립 의학드라마 <닥터 진>에서 조선시대로 가는 외과의사를 연기했던 송승헌은 2013년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조직폭력배 한태상을 연기했다. 2014년 '한국판 <색계>'를 표방하며 제작된 영화 <인간중독>에서는 강직한 군인 역을 맡으며 가뜩이나 강한 눈빛에 더욱 힘을 주고 다녔다.

국내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고 해서 송승헌의 상품성이 떨어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 2016년에 출연한 한중합작영화 <제3의 사랑>은 중국 현지에서 무려 720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성적을 올렸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유역비와는 약 3년 간 공개연애를 하기도 했다. 송승헌은 2017년 <사임당, 빛의 일기>, <블랙> 등에 출연했고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는 데뷔 후 첫 악역에 도전하기도 했다.

작년 OCN드라마 <플레이어>를 통해 5.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송승헌은 올해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후속작 <위대한 쇼>에 출연한다. 송승헌은 <위대한 쇼>에서 국회의원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사남매의 아빠 코스프레를 하는 속물 정치인 위대한을 연기한다. 2010년대 초반 눈에 힘을 잔뜩 준 진지한 연기를 도맡아 하던 송승헌이 전작 <플레이어>에 이어 또 한 번 가벼운 터치의 유쾌한 드라마에 도전한다.

<위대한 쇼>에서는 <38사기동대>와 <크리미널 마인드> 등 CJ ENM 드라마와 궁합이 잘 맞았던 이선빈이 위대한의 첫사랑이자 시사프로그램 구성작가 정수현을 연기하고 임주환이 보수적인 시사평론가로 유명한 강준호 변호사 역을 맡았다. 무엇보다 졸지에 위대한을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 사남매의 연기와 매력, 그리고 송승헌과의 케미를 보는 것이 <위대한 쇼>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위대한 쇼>는 전 국회의원 위대한의 국회 재입성 스토리를 다루는 심각한 정치 드라마보다는 고아가 된 사남매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위대한과 주변인들의 소동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위대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주인공 송승헌의 역할이 큰 작품이라는 뜻이다. 만약 송승헌이 4인4색 매력의 남매들과 뛰어난 연기호흡을 과시하며 <위대한쇼>를 성공으로 이끈다면 20년 넘게 따라다닌 '송승헌 연기력 논란'은 이제 과거의 추억이 될 것이다.
 
 <위대한 쇼>는 송승헌의 힘을 뺀 연기와 함께 4남매와의 케미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 <위대한 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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