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진에어..국토부 제재‧일본 여행 보이콧에 주주 소송까지

조지원 기자 2019. 7.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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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 2위 업체 진에어(272450)가 일본 불매 운동, 주주 소송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작된 국토교통부 제재마저 1년이 다 되도록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진에어 항공기 /진에어 제공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진에어의 허위공시로 인해 손해를 입은 주주들을 모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에어가 2017년 12월 상장 당시 주주 투자판단 중요 사항에 해당하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등기임원 재직 등을 숨겼다가 물컵 갑질 사건 이후 발각되면서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게 한누리 측 주장이다.

진에어는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로 불거진 일본 여행 보이콧 움직임에 이어 주주 소송이라는 악재를 연달아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풀릴 가능성이 커지던 국토부 제재는 지난달 조현민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 제재에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수 일가 무단 경영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내용 공시 안 했다"…주주 손배소송

한누리에 따르면 진에어는 상장 4개월 만인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불거진 직후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임원 문제로 항공 사업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다. 이어 고(故)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 등 오너 일가가 공식 업무 권한 없이 내부 문서를 결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국토부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임원 재직이 면허 결격사유이지만, 사회‧경제적 부정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제재를 결정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8월 17일부터 신규노선 허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등을 제한하는 국토부 제재를 받고 있다.

한누리 관계자는 "국토부 제재 결정이 내려지면서 공모가 3만1800원이었던 진에어 주가는 국토부 제재 발표일에 2만3050원으로 하락했고, 7월 12일 기준 1만8200원으로 공모가 대비 무려 45%나 하락한 상태"라며 "주가 하락은 고스란히 진에어 주주 피해로 돌아갔다"고 했다.

한누리는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총수 일가 무단 경영 등으로 항공면허가 취소되거나 신규노선 허가 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에 해당하지만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기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에어가 허위 공시했다고 주장했다.

한누리는 진에어 주주를 대리해 진에어와 관련자를 상대로 증권신고서 등 허위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진에어 상장 당시 일반공모를 통해 기명식 보통주를 취득했다가 2018년 4월 16일 이후 매도해 손실을 봤거나 아직 주식을 보유 중인 피해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 이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을 사지 않고 일본 여행도 자제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전체 매출 중 일본 비중 24%…제재 때문에 신규 취항도 어려워

진에어는 최근 국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일본 여행 보이콧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여행업계는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줄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 등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저가항공사인 코리안익스프레스는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김포공항과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공항을 잇는 전세기 운항을 당분간 중단했다.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이 운영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본 여행 보이콧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서는 통상 항공권 예매가 1~2개월 전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8월부터 일본 여행 보이콧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에어는 다른 LCC에 비해 일본 노선 취항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24%가 일본 노선에서 발생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동남아(45%)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큰 지역이다. 문제는 다른 항공사들은 신규 취항을 통해 일본 노선 부진을 만회할 수 있지만,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로 발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진에어는 지난 5월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 아예 배제되기도 했다.

국토부 제재 해제는 조현민 전 부사장이 지난 6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하면서 멀어졌다. 국토부와 진에어는 경영문화 개선 대책 이행을 조건으로 제재 해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지만, 조현민 전 부사장이 복귀한 이후 협의가 중단됐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제 단거리 노선에서 수송객 점유율이 7%대에서 6%대로 하락했고,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티웨이항공에 2위를 내줬다"며 "규제가 시장 지위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상태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3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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