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마일드세븐처럼.."일본산 불매운동 모두 불발"
성숙한 사회선 다수 지지 못받아
일본 조치, 통상질서 반하는 악수
한국에 살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네 차례 경험한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사진)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에게도 인상에 남는 일이었다. 서울지국장을 지낸 뒤 도쿄 본사에서 외신부장으로 일하는 그가 지난 8일 ‘한국의 불매운동은 25년간 불발의 역사였다’는 칼럼을 쓴 이유다. 칼럼에선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역사를 조명했다. 이를 소개한 국내 기사엔 “수치스럽고 황당하다” “한국을 무시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와다 부장은 9일 통화에서 “불매운동 움직임이 생각보다 실효도 없고 더러 일본에서 (반한 감정을 조장해) 악영향만 불러일으키는 게 안타까워서 쓴 칼럼”이라며 “불매운동 조장은 무책임하다. 냉정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1일 경제 보복 조치를 발표했을 때 그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는 왜 바보같은가’라는 글을 써 화제가 됐다.
Q : 과거 불매운동이 왜 실패했다고 보나.
A : “한국이 성숙한 시민사회라서 그렇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는 여러모로 성숙했다. 일부 정치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부추기는 화형식 등 불매운동은 성숙한 사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Q : 이번 조치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한가.
A : “한국에 대한 퍼티그(fatigue, 피로감)가 일본 내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베 정부 지지 여부를 떠나 40대 이상 일본인들 사이에선 이런 퍼티그가 퍼져 있다. 한국에 대해 ‘아키레타(あきれた, 질렸다)’는 감정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
사와다 부장은 “일본 내에선 문재인 정부가 ‘대일 외교를 제대로 생각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는 인식이 있다”며 “한국 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해도 일본 일부에선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의 경중은 다르다.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체제(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본다”며 “한국 정부가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Q :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비판했는데.
A :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통상 질서에도 반(反)하고, 결국 중국이 일본에 했던 희토류 수출 규제 보복과 다를 게 무엇이 있나. 양국이 부디 외교적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 ◆ 사와다 가쓰미
「 10년 동안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어에 능통하다. 『탈일(脫日)하는 한국』 『한국 ‘반일’의 진상』 등 저서가 있다. 한국 외교부가 지난해 만든 한·일 문화 인적교류 활성화 TF의 일본 측 위원이다.
」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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