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으로 펼쳐지는 단양군의 남한강 비경 [이곳&이야기]

2019. 7. 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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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단양강 잔도, 만천하스카이워크 등 명물로… 올해 관광객 1000만명 전망

충북 단양군 단양읍 상진리에는 아찔한 산책로가 있다.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는 가파른 절벽에 매달려 있는 ‘단양강 잔도(棧道)’다. 적성면 애곡리 만학천봉까지 1.2㎞ 길이의 산책로 바닥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 남한강 수면이 보인다. 자칫하면 강으로 퐁당 빠질 것 같다. 산책로에는 강바람이 불어와 시원하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아찔하기로 소문난 중국 장자제(張家界)의 잔도를 걷는 기분이다. 산책로 끝에 다다르면 만학천봉(해발 340m) 정상에 우뚝 서 있는 120m 높이의 거대한 철구조물이 나타난다.

충북 단양군이 2017년 적성면 애곡리 만학천봉 정상에 조성한 만천하스카이워크 전경. / 단양군 제공

단양의 새로운 명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망대인 만천하스카이워크다. 이곳에서도 아찔함은 계속된다. 전망대 꼭대기에는 허공을 향해 뻗어 있는 3개의 스카이워크가 있다. 바닥은 통유리로 돼 있어 절벽이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떨어질까 조심조심 난간을 잡고 끝까지 걸어가면 단양 전경과 남한강의 비경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문인과 화가들은 유달리 단양을 사랑했다. 석회암 지대에 기암괴석이 웅장하고,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는 등 자연풍광이 빼어나서다. 470여년 전인 1548년(명종 3년)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1501~1570)도 단양의 경치에 반했다. 그는 단양에서 경치가 빼어난 곳 중 이름이 없었던 곳에 채운봉(彩雲峯), 현학봉(玄鶴峯), 오로봉(五老峯)이라는 이름을 지어 단양팔경을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단양팔경 중 사인암(舍人岩)의 경치에 반한 단원 김홍도(1745~?)는 이곳을 그리기 위해 1년여를 고민하다 그림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단양에서 태어난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1342~1398)도 도담삼봉의 풍경에 매료돼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었다.

선인들은 자연풍경을 보기 위해 단양을 찾았지만 50여년 전 사람들은 성공의 꿈을 안고 단양으로 모여들었다. 석회암이 풍부한 단양은 1960년대 시멘트를 생산하는 공업도시로 변신했다.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한창 경제 부흥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내로라하는 시멘트 회사 공장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일자리가 생겼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단양의 인구유입은 전국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1960년대 말에는 인구가 9만3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전국 시멘트의 30%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선인들이 사랑했던 단양, 관광도시로

하지만 10만명을 넘을 것 같았던 인구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시작되면서부터다. 50년 동안 지역경제를 책임졌던 시멘트산업이 힘을 잃자 인구유출은 더욱 빨라졌다. 단양군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유치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단양군은 전체면적 780.1㎢ 중 80%가 임야인 산골도시다. 타 도시처럼 기업을 들여와 인구를 늘리고 싶어도 공장을 지을 땅이 없다. 지난 6월 말 현재 단양군의 인구는 3만44명. 1960년대 말보다 무려 60% 넘게 줄어들었다. 1990년 이후 단양군에서 폐교된 학교만 24곳이 넘는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8.39%(8529명)를 차지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도 오래다. 인구유입이 없으니 자연스런 결과다.

단양군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관광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자연풍경을 둘러보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체류형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2007년 온달 드라마 세트장을 활용, 고구려 명장 온달 장군과 평강공주의 전설을 테마로 한 온달관광지를 만들었다. 2012년 5월에는 민물고기 전시관인 다누리아쿠아리움이 들어섰다. 2850㎡ 규모의 전시관에 전세계 민물고기 220여종 2만2000여마리가 전시돼 있는 이곳은 민물 수족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6월 말 현재 누적방문객은 214만4950명이다. 개관 이후 7년 동안 무려 군 인구의 70배가 넘는 사람이 이곳을 찾은 셈이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의 ‘수양개 빛터널’ 외부에 5만 송이의 LED 장미를 심어 조성한 ‘빛의 정원’ 전경. / 충북도 제공

두 곳을 시작으로 단양군은 본격적으로 체류형 관광지 조성에 나섰다. 이렇게 만들어진 만천하스카이워크, 단양강 잔도, 수양개 터널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적성면 애곡리 만학천봉 위에 세워진 만천하스카이워크는 120m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의 바닥은 구멍이 뚫린 스틸그레이팅으로 만들어졌다. 120m 아래를 그대로 볼 수 있어 짜릿함이 느껴진다. 특히 고강도 투명 강화유리 바닥에 삼지창 모양으로 허공을 향해 뻗어 있는 3개의 스카이워크는 이 전망대의 백미다. 하늘 위를 걷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걷다보면 남한강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짚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도 있다. 짚와이어는 남한강 수면 120m 위에서 시속 50㎞로 980m를 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만학천봉에서 매표소까지 640m의 레일을 시속 40㎞의 속도로 내려오는 알파인코스터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2017년 7월 만들어진 만천하스카이워크는 지난 한 해만 82만2185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단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빼어난 풍광 활용한 체류형 관광상품

단양에서 만천하스카이워크로 이어지는 1.2㎞ 길이의 ‘단양강 잔도’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다. 이 중 800m 구간은 남한강 200m 위 암벽에 매달려 있다. 남한강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가 구멍이 송송 뚫린 아래를 내려다보면 등골이 서늘하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폐터널은 조명이 화려한 관광지로 변신했다. 적성면 애곡리에 있는 길이 200m, 폭 5m의 수양개 터널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철도로 사용되다 1942년 폐쇄된 터널이다. 단양군은 70여년 동안 방치된 이 터널에 영상·음향시설을 설치해 ‘수양개 빛터널’을 만들었다. 이곳에 들어가면 영상과 음향이 조명과 어우러진 몽환적인 빛축제가 열린다. 밤이 되면 터널 밖에 심어 놓은 5만 송이 LED 장미가 빛을 발하며 빛의 정원으로 변신한다. 젊은이들의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잇따라 들어선 관광시설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가 됐다. 단양군의 연간 관광객은 2015년 792만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 1001만8000명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996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509만명이 단양을 다녀갔다. 단양군은 올해 1000만여명의 관광객이 지역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길 단양군 만천하스카이워크 팀장은 “옛날에는 단양을 둘러보는 데 5시간 정도에 그쳤지만 관광시설이 들어선 이후 체류기간이 늘어나면서 숙박객이 늘어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들 시설을 아우르는 관광상품도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북 단양·이삭 전국사회부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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