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춘배 분량은 원래 이랬을까? 전혜진의 답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19. 7. 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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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비스트' 춘배 역 전혜진 ①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비스트' 춘배 역 배우 전혜진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비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봉 전 공개된 스틸이나 짧은 예고편 영상에서도 쉬이 눈 뗄 수 없다. 얼굴과 손에 타투를 새기고,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손가락엔 반지를 잔뜩 끼고, 입술에는 피어싱을 한 외양만으로도 시선이 가는데 총까지 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에서 전혜진이 맡은 역할은 이름마저 범상치 않다. '춘배'다. 춘배는 극중 희대의 살인마에 관한 단서를 아는 마약 브로커다. 또한 이를 무기 삼아 정한수(이성민 분)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2005년 프랑스 자국 영화 중 최고 관객수를 동원한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한 '비스트'는 정한수와 한민태(유재명 분) 두 형사의 쫓고 쫓기는 긴박함이 돋보이는 스릴러다. 범인이 누구인지보다는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대립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혜진이 맡은 춘배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수를 흔드는 역할로 중간중간 등장하기에 연기하기는 오히려 까다로웠다. 원작에선 남자였던 춘배가 전혜진에게 오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혜진에게 '춘배의 탄생'에 관해 들어봤다. 춘배는 창배라는 가칭 이후 확정된 이름이었다.

◇ 겉모습부터 하나하나 챙기며 만든 춘배

전혜진이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비스트' 원고는 다 쓰이지 않았다. 한수와 민태 정도만 정해졌고, 춘배 이름도 '창배'일 시절이었다. 전혜진은 작품 이야기를 하며 이 감독과 술을 한잔했는데, 술이 깨고 나니 염려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며 웃었다.

전혜진은 "남자는 (춘배로서 모습이) 그려지는데 여자라면 한수와의 관계에서 좀 더 어리고 좀 더 통통 튀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했다. 이 시나리오 안에서 거슬리면 안 되니까"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 인물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뭔가 흔들어야 하는 인물인데 외모나 그런 것에서 거슬리게 되면 (영화 내용이) 성립이 안 되는 것이지 않나. 외모, 옷차림, 그런 것부터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어려운 강렬한 외양은 미술팀, 분장팀, 이 감독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조율하며 만들었다. 전혜진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았다."

전혜진은 '비스트'에서 희대의 살인마에 관한 결정적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 춘배 역을 맡았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그는 "메이크업이 아예 없어진 상태도 있었고, 삭발도 있었고, 문신도 (처음엔) 얼굴에 다 있는 거였다"면서 "정말로 문신은 촬영 첫날까지도 고민했는데 거의 얼굴 여기까지 반을 덮고 올라왔는데 안 맞더라, 뭔가. 그날 아침에 다 지우고 갔다"고 말했다.

손가락과 등에 새긴 타투 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었다. 극중 마약 브로커인 춘배가 환각 상태에서 보는 꽃의 이미지를 몸에 새긴다거나, 그동안 해치운 사람들 수를 표현하거나.

그렇게 탄생한 춘배에 만족하냐고 묻자, 전혜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다. 영화상에서 크게 거북스럽거나, '저건 너무 과하지 않아?' 하는 부분이 저는 염려스러웠는데, 보신 분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으셨던 것 같다"고 답했다.

◇ 춘배 분량은 원래 이 정도였을까

'비스트'는 두 형사의 대립과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각각 한수와 민태 역을 연기한 이성민과 유재명의 분량이 많다. 개봉 전 홍보 당시 작지 않은 비중으로 함께 언급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춘배가 나오는 장면은 예상보다 적다.

원래 춘배 분량이 이 정도였냐고 물으니, 전혜진은 "없었다. 원래 그랬다. 한수와의 관계는 이게 다고, 춘배의 공간(얘기)이 있었는데 어차피 러닝(타임)이 나와 있어서… 춘배의 집, 공간 이런 것만 나와도 얘를 조금은 느낄 수 있긴 한데, 지금 '비스트'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도 그랬고"라며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할 때는 '아, 얘는 이런 역할이고 한수를 흔들고 (한수와) 민태 관계를 흩뜨리고, 끝까지 한수를 힘들게 하는 존재구나' 했다. 그냥 그 존재만으로 만족했다. 저도 언론 시사 때 보고 춘배라는 인물 자체가 아쉽긴 하더라. 더 갈 수도 있었겠다 싶어서"라고 부연했다.

본인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춘배는 지속해서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그랬더니 가끔씩 와서 찍는 배우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기를 '보는' 감독이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혜진은 '비스트'에서 맞고 때리는 액션 연기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감옥 생활을 하다가 잠시 휴가를 나와 한수에게 차에 타라고 하는 장면이 전혜진의 첫 촬영이었다. 이 감독은 당시 촬영에 매우 만족해서 그 후로도 전혜진에게 비슷한 톤의 연기를 요구했다고.

이때 이 감독은 좀처럼 쉽게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았다. 전혜진은 "저한테만 그런 줄 알았다. 모든 배우한테 그랬다더라. 마지막 한수와 산에서 찍을 땐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싶었다"면서 웃었다. 기존에 했던 것보다 더 과한 연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한수 입장에서 봤을 때 (춘배가) 더 가 줘야 흔들릴 수 있다고 보셔서, 저도 제 안에 있는 모든 걸 꺼내서 했던 것 같아요. 그 씬에서는. 하고 나서 웃었어요. 너무 이상하다고. (웃음) 스태프들도 '왜 저러는 거야?' 이래서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완전 개그 한 느낌처럼 너무 이상한 거예요. 근데 그걸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셨어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계속했어요. (웃음) 하도 많이 찍어서 잘 모르겠어요. 너무 밤에 숲속에서 찍어서 힘들었고요."

◇ 전혜진이 들려준 액션 장면 뒷이야기

전혜진이 맡은 춘배는 극중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쥐었지만, 한수와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의외로(?) 많이 맞는다. 혹시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냐고 묻자, 전혜진은 "저는 공격하는 사람은 아닌 거 같고 늘 취해 있거나 근접하기 힘든 인물이길 원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한수 같은 경우는… 다른 친구가 저를 그렇게 건드렸다면 가만있지 않았겠죠. (한수-춘배는) 워낙 어릴 적부터 봐온 사이고 저를 케어… 케어까진 아니어도, 늘 의심은 하지만 그래도 경찰 중에서 자기랑 정보원으로서 딜이 있었던 관계이기 때문에 그한테는 뭔가 부탁하고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었잖아요. 한수의 경찰 총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그 씬 찍을 땐 (영화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맞았었죠."

액션 장면을 함께 찍은 이성민은 엄청나게 걱정했다고 한다. 혹시나 누구라도 다칠까 봐. 전혜진은 "되게 짜인 대로 찍는 게 아니라서 계속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열심히 때리는 거다"라고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미안함을 덜 느끼기 위해서인지, '계속 찜질해라. 너 내일 분명히 안 좋을 거다'라고 했다"라며 "되게 믿고 그냥 따라갔던 것 같다. 경험자가 알아서 해 주겠지 하고. 진짜 친오빠처럼 거의 그런 사이니까, 저희끼리 뭘 어떻게 하든 그런 부분은 되게 편했던 것 같다. 서로 함부로 할 수 있고"라며 웃었다.

배우 전혜진 (사진=NEW 제공)
전혜진은 극단 생활을 오래 해서 이성민과는 안 지 오래된 관계다. 영화 '로봇, 소리'에서도 같이 연기한 적이 있다. 전혜진은 "와이프(역할)를 한번 해 달라고 해 가지고 너무 어색하게 둘이 연기했다. 눈을 못 쳐다보겠더라. (같이) 처음 연기한 거라서"라며 웃었다.

유재명과는 '비스트'가 첫 작품이다. 전혜진은 "잘 못 먹고 그러니까 안쓰러웠다. 소문은 들었는데 정말로 인품이 되게 좋으시더라"라며 "회식 자리에서 제가 (평소에) 힘들다는 말을 별로 안 해서 본인만 힘든 줄 알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전혜진은 "이상한 동료애가 생긴 것 같다"면서 "각자 고충이 있었을 거다. 되게 타이트한 현장이어서 끝나고 나니까 더 좋더라"라고 덧붙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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