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소방관은 돈 안받아요"..상수동 따듯한 파스타집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이은지 수습기자 2019. 7.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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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한 파스타집의 트윗이 3만명이 넘는 사람에게 공유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지자체에서 결식아동들에게 가맹식당을 통해 식사를 지원하는 '꿈나무 카드'의 절차가 복잡하다며 그냥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얘기였다.

오씨는 "현실적으로 5000원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고 가맹식당도 많지 않았다.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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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꿈꾸는 오인태 사장의 '진짜' 나눔철학
무료 식사권과 바꾼 헌혈증 200여개 기부도
"충격에 강한 소방장갑 한 개에 10만원..100개 기부할래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 파스타' 오인태(34) 대표. (사진=이은지 수습기자)
"밥 한번 편하게 먹자!"

지난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한 파스타집의 트윗이 3만명이 넘는 사람에게 공유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지자체에서 결식아동들에게 가맹식당을 통해 식사를 지원하는 '꿈나무 카드'의 절차가 복잡하다며 그냥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얘기였다. 해당 트윗을 올린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식당 '진짜 파스타'의 대표 오인태(34)씨다.

지난 5일 오전 식당을 찾아 영업 준비에 한창이던 오씨를 직접 만나 이런 글을 올린 이유를 물었다.

오씨는 "구청에 서류를 내러 갔다 우연히 꿈나무 카드 게시글을 보게됐다"고 했다. 꿈나무 카드는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식사 지원 카드다. 평일 아침과 저녁식사, 토·일·공휴일과 방학 중 중식 등을 지원한다. 한끼에 5000원을 이용할 수 있다.

오씨는 "현실적으로 5000원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고 가맹식당도 많지 않았다.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언뜻 일회성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오씨의 이런 나눔은 '반짝' 이벤트가 아니다.

(사진=이은지 수습기자)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소방관들에게 매장의 모든 메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씨는 "소방관은 일주일에 1~2팀 정도 와서 식사를 하고 간다"며 "아직 실제로 방문한 결식 아동은 없다. 아이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해 9월부터는 헌혈증을 기부하는 손님들에게 파스타 식사권을 증정해 왔다. 오씨는 이렇게 모은 헌혈증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 지난 2월 재단으로부터 헌혈증 196매에 대한 기부증서를 받기도 했다.

오씨가 작은 파스타집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는 자신도 어려웠던 시절 '따뜻한 밥 한끼'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고시원 생활부터 시작해 자취경력 15년차라는 오씨는 가장 힘들었던 때로 20대를 꼽았다.

"삼각김밥이나 불닭볶음면 같은 편의점 음식을 아예 못 먹어요. 가난했던 대학때부터 너무 많이 먹었으니까요."

고시원에서 살던 시절 매달 월세와 통신비를 내고 남은 돈 5만원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을 2년 넘게 했다고 한다. 오씨는 "라면을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그때 음식에 한(恨)이 맺혔다. 우리집 파스타 양이 많고 건더기를 듬뿍 올리는 이유"라고 웃어보였다.

오인태 대표(가장 오른쪽)과 '진짜 파스타' 직원들. (사진=오인태씨 제공)
오씨의 민트색 명함에는 '진짜'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져 있다. 그 아래엔 '당신의 진짜는 무엇입니까'라는 문구가 있다. 가게 이름까지 '진짜 파스타'. 오씨는 '진짜'의 의미를 묻자 "사람답게 살자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시절 맞벌이를 한 부모님 대신 밥도 해주고 간식도 사주던 구두방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그 할아버지가 자주 생각나요. 저도 할아버지처럼 이웃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진짜 파스타' 메뉴 대부분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마저도 지난 2016년 개업 이후 두세차례 부분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가게가 상권 경쟁이 치열한 홍대 인근임을 감안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는 "고향 친구들과 가게 오픈 때부터 함께였던 동업자들에게 제일 고맙다. 분담하고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주변에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묵혀둔 기부 계획이 많다"는 오씨의 눈빛은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빛났다. 그는 "수입 소방장갑이 국산보다 외부 충격에 강한데 한 개에 10만원 정도"라며 "가게가 지금보다 더 잘 되면 이 장갑을 100개 정도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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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이은지 수습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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