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으로 끝난 한상희, 유송규의 도전..우승만큼 값진 경험 얻어

주영로 2019. 6. 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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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KLPGA 투어 9년 만에 우승 꿈 놓쳐
유송규, 한국오픈서 디오픈 출전권 사냥 실패
목표 이루지 못했지만 경험은 값진 성과
한상희.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을 기대했던 한상희(29)와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을 기대했던 유송규(23)의 아름다운 도전은 끝내 ‘미완’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실패는 아니었다.

23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 관심은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의 기회를 잡은 한상희에게 쏠렸다.

2009년 드림(2부)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한상희는 지난 9년 동안 2부와 1부(정규) 투어를 오가는 고달픈 투어 활동을 계속했다. 2014년 처음으로 1부 투어에 올라왔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2부 투어로 내려갔다. 2016년 다시 올라왔지만, 또 한 번 높은 벽을 실감했다. 상금랭킹 103위에 그쳤고, 2017년 91위, 2018년 81위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1부 투어 106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려 우승의 기대를 부풀렸다.

데뷔 10년 차인 한상희가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7년 카이도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서 최종 3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그러나 마지막 날 6오버파 78타를 친 끝에 공동 22위까지 밀렸다. 3라운드가 끝난 뒤 한상희는 “그땐 정말 제정신이 아닌 채로 경기했다”며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라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한상희는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마지막 날엔 친구이자 스승인 김민수(29) 프로와 함께 경기에 나섰다. 3라운드까진 아버지가 백을 메고 캐디로 나섰지만, 마지막 날 부담이 될 것 같아 친구에게 부탁했다. KPGA 투어 프로로 활동한 김민수는 한상희와 동갑내기다. 그 역시 친구의 생애 첫 우승에 도우미로 나서겠다며 친구의 부탁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한상희의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부담을 갖지 않으려 했지만, 압박과 긴장을 이겨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한상희는 “어젯밤 긴장해서 한숨도 못 잤다”며 “긴장하지 않으려고 아버지 대신 친구와 함께 경기에 나섰지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활짝 웃었다. 이날 5타나 잃어 7위로 경기를 마쳐 실망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에겐 더 크게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갖게 했다.

한상희는 “오늘은 앞선 라운드보다 버디가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해 너무 기뻤다”고 실망이 아닌 기대로 다음을 기약했다.

같은 날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오픈 최종일. 투어 5년 차 유송규는 디오픈 출전권 획득이라는 다른 목표를 향했다. 공동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유송규가 최종 상위 2명(디오픈 출전권 획득자 제외) 안에 들면 7월 열리는 메이저 대회 디오픈의 출전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험이 많지 않은 유송규는 큰 대회에서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서는 부담이 컸다. 한국오픈은 내셔널 타이틀이라는 상징성과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해 열리는 국제대회였기에 우승 경험이 없는 유송규로서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챔피언조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우승자가 탄생할 확률이 높은 만큼 많은 갤러리가 몰린다. 이 같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에겐 어색하고, 낯설다. 특히 샷 하나, 퍼트 하나에 많은 팬이 곧바로 반응하는 만큼 분위기에 휩쓸리면 의지와 상관없는 경기를 하게 된다.

유송규는 2017년 한국오픈에서 3타 차 공동 5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가 7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10위로 밀려났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경기 전 “2년 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한 유송규는 이날 단독 7위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한상희와 유송규의 도전은 아쉬움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이라는 우승만큼 값진 성과를 얻었다.

유송규. (사진=KPGA)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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