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20년 된 중고마저 인기.. 창문형 에어컨 '복고 바람'

윤민혁 기자 2019. 6.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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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만든 창문형에어컨은 홈쇼핑서 ‘완판’ 행렬 1인 가구, 이사 잦은 전·월세 가정에 꼭 맞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의 중고 창문형 에어컨 판매 업체. LG전자, 삼성전자의 단종된 창문형 에어컨을 수리해 재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 캡처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던 지난여름에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덥다는 예보가 나옵니다. 폭염이 일상화되며 전국 에어컨 공장은 연일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에어컨은 고가 가전입니다. 국내 대기업의 2019년형 멀티(스탠드형·벽걸이를 합친 형태) 에어컨은 어림잡아 160만~260만원에 팔립니다. 돈 주고 사도 설치가 만만치 않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에 2~3달 대기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6월 말인 지금 주문하면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에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설치하고 끝나면 좋은데, 전·월세 가정은 이사 때마다 에어컨·실내기를 다시 뜯어내 설치해야 하니 여간 골치가 아닙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엔 ‘창문형 에어컨’에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실내기가 일체화된 상자형 에어컨입니다. 창문에 붙이면 실내에는 차가운 바람을 뿜고, 실외기 열기는 창밖으로 배출해냅니다. 창틀에 올려놓고 마감재로 창문을 막은 뒤 전원만 연결하면 돼 설치·이동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창문형 에어컨은 과거엔 흔했지만, 스탠드형이 국내 에어컨 시장에 자리 잡으며 오래된 건물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기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올해 5월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은 2년 전인 2017년 5월보다 455%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에어컨 총 판매량이 14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세 배쯤 더 팔린 겁니다.

다나와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은 어디까지나 대체재로, 더위를 참지 못하고 아쉬운대로 구매하는 경향이 커 7월~8월 성장세가 더욱 크다"고 했습니다. 세자릿수 성장세가 올 여름 내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 가성비 좋은 16만원대 중고 창문형 에어컨 인기

수십년 된 중고 창문형 에어컨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일 중고거래 카페에 창문형 에어컨을 검색하자, 이날 하루만 100여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새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중고 창문형 에어컨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자들도 있습니다. 단종된 삼성전자·LG전자의 중고 창문형 에어컨을 수리해 재판매 하는 겁니다.

제품은 외관은 낡았지만 에너지소비효율등급·KS마크 등이 선명했습니다. 몇몇 업체에 전화해 문의하니 "10년도 더 된 제품이지만,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냉매를 교체해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며 "중고지만 내구성이 좋아 잘 고장나지 않고,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전 전문 중소기업 파세코가 지난 5월 16일 출시한 창문형 에어컨. /파세코 제공

중고 창문형 에어컨 가격은 16만원정도. 1인 가구가 주로 사용하는 벽걸이형 에어컨 신품이 50만~60만원선인 걸 감안할 때 작동만 잘 된다면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삼성전자·LG전자도 놀란 눈치입니다. 양사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은 오래전 국내 판매를 중단해 사업부에도 직접 다뤄본 직원이 드물다"며 "외관으로 봤을 땐 1990년대 후반 제품 같은데 아직까지 정상 작동한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전력 소모·소음은 큰 편

홈쇼핑에서는 중소 가전기업 파세코(037070)가 내놓은 창문형 에어컨이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세코는 2년여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지난 5월 창문형 에어컨을 내놨습니다.

이 회사가 대기업도 철수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일본처럼 바뀌고 있는 한국의 생활양식이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1인가구가 늘었습니다. 거주 공간이 좁아 실외기 설치에 부담감을 느끼는 가정도 많다고 합니다. 집값도 비싸 전·월세가 보편화 돼 있어 스탠드형 에어컨이 이사할 때마다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창문형 에어컨 인기 요인이었습니다.

창문형 에어컨이 가격·성능·설치 편의성 면에서 복고바람을 불러일으킬 만합니다만. 최신 에어컨이 인버터 모터를 장착해 전력 효율이 높은 데 반해, 창문형 에어컨은 구식 정속형 모터를 사용해 전력 소모, 소음이 큰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점입니다. 인기에 휩쓸려 사기보단 우리 집에 어떤 에어컨이 더 적합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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