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이 쏘아 올린 작은공

정지혜 2019. 6. 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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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 미(美)의 기준에 가장 민감한 패션업계에도 '다양성 바람'이 불었다.

나이키는 지난 주 런던 플래그십스토어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이키는 "스포츠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반영하기 위해 매장에서는 최초로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2017년 플러스 사이즈 의류 컬렉션을 내놓으며 이를 소화할 마네킹을 도입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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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 미(美)의 기준에 가장 민감한 패션업계에도 ‘다양성 바람’이 불었다. 어느덧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보는 일이 낯설지 않아졌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마네킹만큼은 8∼9등신의 비율과 군살 없는 몸매를 일정하게 뽐냈던 게 사실이다. 특별한 문제제기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눈은 비현실적인 마네킹의 외양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세계 최대 스포츠의류 브랜드 중 하나인 나이키가 최근 그 관행을 깼다. 나이키는 지난 주 런던 플래그십스토어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이키의 스포츠 탑·레깅스 세트를 입은 이 마네킹은 기존 마네킹보다 훨씬 통통한 몸매를 당당히 드러냈다.
 
나이키는 “스포츠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반영하기 위해 매장에서는 최초로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런던 매장에 이어 전세계 매장들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늘릴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나이키는 2017년 플러스 사이즈 의류 컬렉션을 내놓으며 이를 소화할 마네킹을 도입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나이키의 이 같은 변신에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지난 며칠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마네킹 사진은 큰 화제가 됐다. “다양한 사이즈의 여성이 모두 건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껏 마르면 건강하고, 통통하면 건강하지 못하단 세뇌를 당해온 것”이라는 반응, “운동은 마른 사람만 하는 게 아니므로 스포츠의류에서 특히 더 필요했던 일”이라는 호평 등이 쏟아졌다.
 
하지만 여느 비슷한 뉴스에서처럼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영국 텔레그래프의 타냐 골드는 지난 9일 기사에서 이 마네킹에 대해 “엄청나고 거대한 몸집에 지방 덩어리를 달고 있는 아무리 봐도 그저 비만인 여성”이라며 “러닝은커녕 멋진 나이키 옷을 소화할 준비조차 안된 당뇨병 전증 환자일뿐”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기사는 ‘나이키의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은 여성들에게 위험한 거짓말을 한다’는 제목으로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마치 비만도 바람직한 상태인양 과체중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패션계의 플러스 사이즈 바람을 잘못 해석한듯한 이 기사는 곧장 역풍을 맞았다. 인디펜던트지는 “나이키의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은 비만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마네킹의 몸매를 비난한 적나라한 표현에 대한 비판은 물론 스스로 비만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뛰지도 못하는 체형”이라는 비난을 반박하기 위해 지난 런던 마라톤에 참가한 자신의 사진을 증거로 올리는 식이다.
 
토니 맥비티라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텔레그래프 기사를 겨냥해 “나이키는 그저 플러스 사이즈를 포함한 모든 체형의 여성들이 자기가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가 있음을 말해주려는 것뿐”이라며 일각의 과도한 우려를 일축했다.
 
앞서 지난 4월말 나이키는 겨드랑이 제모를 하지 않은 여성 모델 사진을 올려 ‘탈코르셋 마케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나이키우먼(nikewomen)은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가수 아나스타샤 에누케(Annahstasia Enuke)가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드러내고 스포츠브라를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캠페인은 게시 5일 만에 20만개 가까운 좋아요를 얻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 및 전략 컨설팅 브랜드 파이낸셜의 ‘어패럴 50 2019’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는 세계 의류 브랜드 중 가장 높은 324억달러(약 37조6812억원)의 브랜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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