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 많아지는 FC서울..진짜 '마지막 경기처럼' 뛴다

임성일 기자 2019. 6. 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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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린 FC서울의 오스마르.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경기 막판에 짜릿한 득점이 터져 드라마틱한 결과를 연출하는 것을 가리켜 '극장골'이라는 표현을 쓴다. 모두가 짐작하던 결과를 바꾸는 극적인 골은 기막힌 반전 영화에 버금가는 쾌감을 주게 마련이다. 비단 축구 종목에만 쓰이는 말은 아니나, 역시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런 내용이 지난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나왔다.

경남FC와 FC서울이 맞붙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5라운드 맞대결은 40분간 고요하다 막판 5분 이후 난타전이 펼쳐졌다. 서울이 먼저 불을 지피고 마지막에 기름도 부었다.

서울은 교체 투입된 김한길이 후반 41분 스피드로 경남 왼쪽 측면을 허문 뒤 올린 러닝 크로스를 박주영이 문전에서 솟구쳐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균형을 깨뜨렸다. 서로 혼신을 다해 공방전을 펼쳤기에, 이쯤 시간이면 결승골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경남이 정규시간 종료 직전에 멍군을 불렀다.

경남은 후반 44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승준이 욕심 부리지 않고 침착하게 이영재에게 연결했고 이를 이영재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짜릿한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만 해도 이것을 '극장골'이라 여겼다. 서울 입장에서는 당연히 맥이 빠질 일이었다.

어지간하면 무승부에 만족하고 상경할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서울은 남은 추가시간에 마치 다시 경기를 시작하는 이들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기어이 '극장 속 극장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이후 서울이 집중력을 갖고 경남을 압박해 소유권을 가졌고, 이때 박주영의 패스를 오스마르가 밀어넣으며 종지부를 찍었다.

무승부로 끝날 경기를 승리로 바꾼 서울은 9승4무2패 승점 31점이 되면서 전북과 울산(이상 승점 33)과의 선두권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됐다. 만약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면 승점은 29점에 그치게 돼 4위 대구(승점 27)의 추격을 받아야할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시즌이 끝나면 알게 된다. 중간중간 잃어버린 승점 1~2점의 가치를.

냉정하게 말해 현재 서울의 전력이나 경기력이 전북이나 울산 정도는 아니다. 최용수 서울 감독 역시 "전북과 울산과 지금 우리를 비교할 수는 없다"는 말로 계속해서 도전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간격을 유지하는 지금의 행보가 더 고무적인데 악착같은 끈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올 시즌 '서울극장'이 많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5월11일 홈에서 열린 대구와의 경기에서 서울은 1-1 상황이던 후반 38분 박주영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2-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4월28일 전북과의 경기에서도 1명이 빠진 상황에서 후반 43분 페시치의 극적인 동점골로 잠시 1-1을 만들었고 4월2일 울산과의 원정에서도 0-2로 뒤지다가 후반 46분 박주영의 득점으로 기어이 1골을 만회하고 경기를 마쳤다.

2018시즌 서울이 최종 11위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은 이기고 있어도 이길 수 있을까 불안해했고, 실점하면 또 졌구나 절망했다. 그런데 지금은 먼저 리드를 내주고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 뒤집겠다는 의지로 뜨겁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3월3일 포항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난 개막전이 아니라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 우리는 ACL도 없다. 매 경기가 2019년의 최종전"이라 표현하면서 배수진의 각오로 임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전이된 느낌이다.

경남전 정규시간 직전 다시 1-1이 됐을 때 선수들은 굶주린 하이에나들처럼 달려들었다. 이 경기가 토너먼트 결승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간절히 뛰었고 결국 '극장골'을 터뜨려 승점 3점을 챙겼다. 올 시즌 FC서울의 선전에는 이유가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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