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여자 당구도 골프처럼 인기 스포츠 만들 거예요"

윤동빈 기자 2019. 5. 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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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당구 스타 차유람·이미래
PBA투어 3일 개막 앞두고 서로 우승 다짐하며 '샅바싸움'

한국은 당구의 천국이다. 국내 당구장 수만 약 2만2000개. 동호인 150만명에 세계 캐롬(3쿠션) 용품의 80%가 한국에서 소비될 정도로 압도적 저변을 갖췄다. 그래도 '여자 당구인'은 드물다. 대한당구연맹 등록 선수 10명 중 여자 선수는 1명꼴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미 각종 대회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끌고 있는 여자 선수들이 있다. 바로 포켓볼 선수로 이름을 날리다 올해 3쿠션으로 전향한 차유람(32)과 한국 여자 3쿠션의 '미래'로 불리는 이미래(23)다.

"당연히 우승이 목표죠."(차유람) "어머, 저도 우승이 목표인데, 하하."(이미래)

'당구 여신' 차유람(왼쪽)과 '당구계 김연아'로 불리는 이미래는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제1회 PBA(프로당구협회) 투어에서 서로 "우승을 놓칠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한 당구장에서 차유람과 이미래가 큐와 당구공을 들고 미소 짓는 모습. /김지호 기자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제1회 PBA(프로당구협회) 투어에 출전하는 두 선수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 한 당구장에서 만나 서로 눈길이 마주치자 기(氣) 싸움부터 먼저 벌였다. 국내외 프로 330여 명이 총상금 21억5000만원을 놓고 겨루는 PBA투어는 세계 유일의 캐롬 프로리그다. 여자부에선 64명의 선수들이 상금 3000만원을 놓고 경쟁한다.

둘은 한국체대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학교 행사 자리 말곤 둘이 따로 본 적이 이날 처음이란다. 둘이 가까이 붙어 포즈를 취해달라고 주문하자 차유람은 "저희 너무 안 친한 거 티 났나요"라며 웃었고, 이미래는 "씨름 선수가 샅바만 잡아도 상대 실력을 알듯 당구 선수들은 공 치는 것만 봐도 심리나 성격을 알 수 있다. 포켓볼 고수이자 당구계 선배인 유람 언니에게 약점 잡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이는 아홉 살 어리지만 3쿠션에서는 이미래가 '대선배'다. 이미래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8년 당구 마니아인 아버지를 따라 큐를 잡고 3쿠션에 입문해 2016, 2017년 세계여자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차유람은 포켓볼로 입문해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다 2015년 6월 결혼하면서 큐를 내려놓았고, 이번에 PBA가 출범하면서 3쿠션에 도전했다. 차유람은 PBA투어 홍보대사도 겸하고 있다.

둘 다 PBA투어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이미래는 PBA투어에 참가하는 선수에 대해 세계캐롬연맹(UMB)이 각종 주관 대회에 3년간 출전을 금지시켰으나, 이를 감수하고 투어에 뛰어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대회만 따라다녔어요. 크리스마스나 생일 파티, 수련회, 동아리 활동 등 제 나이 때 즐기는 걸 거의 하지 못했어요. 오로지 승부욕으로 당구를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어요. 올해 팔꿈치 수술을 한 뒤로 '즐기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공을 치고 있어요."(이미래)

"당구와 가정을 함께하려면 해외가 주무대인 포켓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죠. 재작년부터 국내 캐롬대회에 나가려 했는데, 딸 한나(4)에 이어 예일(1)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데뷔가 늦어졌네요."(차유람)

목표 공을 당구대 6개 구멍에 집어 넣는 포켓볼은 자세를 낮게 숙여야 하는 반면, 캐롬은 허리를 좀 더 세운 상태에서 친다. 차유람은 "포켓볼 습관이 아직 남아 있어 매일 4시간씩 훈련하며 적응하는 중"이라면서도 "승부욕 하나는 자신 있기 때문에 캐롬에서도 내 실력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두 선수는 한국 여자 당구가 여자 골프처럼 성장하길 꿈꾼다. 차유람은 "언젠가 여자 당구에서도 골프처럼 프로 투어 상금으로만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미래는 "훗날 여자 프로투어의 초석을 닦은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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