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커맨드에 눈뜬 이영하, 국대 에이스로 성장할까

조회수 2019. 5.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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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영건 선발 이영하의 성장 비결은?
높은 투구 타점이 강점인 두산 이영하 © 두산 베어스

2019시즌은 바야흐로 영건 투수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팀 마운드의 핵심이 된 최원태, 김원중, 함덕주 등을 제외하고도 안우진, 이승호, 원태인, 최지광, 하준영, 김민, 고우석, 정우영 등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각 구단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신진 투수들의 춘추전국 시대와도 같은 지금,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영건 선발은 바로 97년생으로 올해 만 21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산 우완 선발 이영하다. 이영하는 지난해 유희관과 장원준의 부진을 틈타 대체 선발로 활약하며 시즌 10승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10승이라는 이정표에도 불구하고 세부 성적(ERA 5.28, FIP(수비무관 평균 자책점) 5.47)은 썩 좋지 못했고 리그 최강인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다분히 받았다는 평가였다. 또한 경기에 따라 기복과 제구 불안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관련 칼럼 다시보기: '1위 두산-10위 한화', 2019 선발 순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4-5선발급이었던 이영하지만 올해 잠재력을 만개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투수로 급성장했다. 

비록 21일 KT전에서 4.1이닝 4자책으로 부진했지만, 5월 22일 기준 ERA 2.37(리그 투수 6위, 국내 투수 중 1위), RA9-WAR 2.8(리그 투수 5위, 국내 투수 1위)을 기록하며 올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국내 선발 투수로 도약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이영하를 단 1년 만에 이렇게 다른 투수로 만들었을까?

*이영하의 시즌별(2017~2019) 주요 기록

© 케이비리포트

* 이영하의 시즌별(2017~2019) 세부 기록

© 케이비리포트

우선 이영하의 ERA와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피안타율과 피장타율, BABIP(인플레이타구의 피안타율), 그리고 FIP의 급격한 감소다. 

여기에 5월 22일 기준으로 단 1개의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이영하는 단순히 행운이 가득한 시즌 초반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확연한 기량의 성장으로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영하의 시즌별(2017~2019) 타구 성향 

(출처: 케이비리포트/스탯티즈)

이영하를 상대한 타자들이 때려낸 타구에 관한 기록을 들여다 보면, 땅볼이 증가했고, 외야로 항하는 타구가 감소했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성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소 의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에도 불구하고 9이닝당 탈삼진은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K/9 : 6.56->6.60->3.79)한 반면, 9이닝당 볼넷 허용은 개선되지 않은 모습(BB/9 : 4.04->3.96->4.58)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처럼 기록으로만 확인해본 이영하는 지난해 약점이었던 제구력이 확연히 보완된 것도 아니고, 타자들을 돌려 세우는 강력한 공을 던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스프링캠프 기간에 투구폼을 대폭 수정하거나,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등의 눈에 띌 만한 변화를 준 걸까?

이영하는 큰 틀에서의 투구폼이나 구종 옵션이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의 변화가 있기는 했다. 과거 이영하는 상체 위주의 투구를 하는 선수였다.

올 시즌 직전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선동렬 전 국가대표 감독이 이영하에게 '스텝스로 스타일로 던지며 하체를 좀 더 활용해야 한다'는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 것에서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상태였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의 이영하 원포인트 레슨

그러나 올 시즌 개막 후 이영하는 분명히 투구할 때의 무게중심을 뒤에서 잘 잡아 놓는 것이 보이고, 투구 이후 1루 쪽으로 쏠림이 심하던 모습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과거보다 하체를 활용하는 안정적인 투구폼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신체의 회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구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원래구위가 뛰어난 파워 피처 타입의 이영하이기 때문에, 투구폼 교정으로 인한 구위 상승만으로는 비약적인 성적 변화를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이영하가 과거와는 다르게 구종들을 활용하고, 다른 스타일의 피칭을 추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영하의 투구에 대한 여러 수치들과 자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다음은 이영하의 작년과 올해의 구종별 히트맵이다.

* 2018시즌 이영하의 포심-슬라이더-스플리터 히트맵 

© 스탯티즈

지난해 이영하는 포심을 존 안에 넣으며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으로 활용했다. 

주로 우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와 몸쪽 코스, 그리고 좌타자의 바깥쪽 코스를 공략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존 밖으로 던진 공이 굉장히 많은 점도 바로 알 수 있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존 바깥의 유인구로 활용하려 했지만, 존의 가운데 선에 몰리는 실투 비율이 높았고, 가운데와 높은 존의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0.418(43타수 18안타)에 육박하는 등 실투가 많은 피안타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플리터도 바깥쪽에 넣으며 카운트를 잡거나 존의 바깥쪽으로 떨어트리며 유인구로 활용한 모습.

* 2019시즌 이영하의 포심-슬라이더-스플리터 히트맵 

© 스탯티즈

올 시즌 전체 투구 이닝이 57이닝이라 표본이 많이 쌓인 것은 아니지만 이영하의 투구 로케이션은 작년과는 전반적으로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포심은 높게 던지면서 높은 존을 공략, 대세인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구사하고 있으며, 특히 우타자 기준 몸쪽 높은 코스, 좌타자 기준 바깥쪽 높은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한 존의 낮은 쪽을 벗어나는 공들이 크게 감소했으며, 좌타자의 기준으로 바깥쪽 공의 경우, 존 안에 투구가 집중되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존의 안팎에 모두 투구가 이뤄지고 있다.

슬라이더의 경우에도 작년과 비교해 존의 가운데 선에 몰리는 실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투가 줄면서, 존에 넣기도 빼기도 하면서 원하는 의도(낮게 흘러나가는 공)대로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슬라이더는 올해 구속도 폭발적으로 증가(슬라이더 평균 구속126.8km/h→128.4km/h→2019년 133km/h)했다. 

스플리터의 경우 좌타자 기준 바깥쪽 코스로도 구사하면서 활용폭을 넓힌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투구 히트맵만 통해서는 존의 바깥쪽에 구사된 공들에 대한 퀄리티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부지표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다음은 이영하의 연도별 Zone%, S%, B% 그리고 헛스윙%에 대한 표와 Swing%, Contact%에 대한 표다.

이영하의 시즌별(17~19) Zone%, S%, B%, 헛스윙% 

(출처: 케이비리포트/스탯티즈)

이영하의 시즌별(17~19) Swing%, Contact% 

(출처: 케이비리포트/스탯티즈)

올시즌 이영하의 Zone%는 소폭 하락했지만 과거와 비교해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도 과거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헛스윙%가 크게 감소했고, 원래 낮은 축에 속했던 Swing% 역시 소폭 감소한 경향을 보이는 반면, Contact%는 크게 증가했다. 특히 존 바깥의 공에 대한 컨택률(OZ Contact%: 69.3%)이 굉장히 크게 상승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타자들이 스윙을 내는 비율이 감소했음에도 컨택률이 증가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니는데, 이는 이영하가 타자들이 칠 수 있을 만한 공을 많이 투구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은 이영하의 올시즌 투구영상을 통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영하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분이 명확했던 투구를 했다. 스트라이크는 확실하게 존에 들어오면서 타자들이 쉽게 공략했으며, 크게 빠지거나 일찍 바운드되는 되는 볼들은 타자들이 쉽게 공을 골라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존의 경계선 근처에 형성된 투구가 많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볼에 가까운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볼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결합한 결과, 앞서 봤던 표면적인 성적은 물론이고 이영하의 구종가치도 대폭 상승했다.

이영하의 시즌별(2017~2019) 구종 가치 

구속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슬라이더는 물론이고, 이영하의 투구 기반이 되는 포심도 구종가치가 급등했다. 포심은 리그 2위, 슬라이더는 리그 3위의 구종가치를 기록 중인 점에서 현재 이영하가 얼마나 포심과 슬라이더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이영하 같은 파워 피처 타입의 선수들은 제구력이 어느정도 잡히면서 볼넷이 줄고, 삼진이 늘면서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영하도 제구력이 어느 정도 잡히면서 성적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나, 보통의 파워 피처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며 성적이 좋아졌다. 

이는 제구력이라는 능력의 세분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제구력이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 표헌되곤 하지만 투수의 제구에 대한 능력은 '컨트롤과 커맨드'로 분류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투구할 수 있는 능력을 커맨드,  스트라이크 존 안, 즉 홈플레이트 안에 투구할 수 있는 능력을 컨트롤로 구분하는데, 커맨드가 컨트롤의 상위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의 파워 피처들은 컨트롤 능력이 좋아지면서 적극적으로 존 안에 향해 투구하면서 4사구가 줄어들고,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면서 성적이 향상된다. 하지만 이영하는 신기하게도 컨트롤보다 상위개념인 커맨드에서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성적이 향상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영하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타자들이 쳐낼 수 있는 로케이션에 공을 투구, 타자들이 더 많은 타격을 하게 만들고 있다. 쉽게 말해 맞춰 잡는 스타일의 투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투구가 존의 경계선 부근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타자들이 타격은 할 수 있어도, 강하고 좋은 타구를 때려 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컨택이 많아지며 탈삼진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리그 정상권 수비진과 함께하는 이영하는 훨씬 더 쉽게 아웃카운트를 쌓아 나가고,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물론 아직 이영하의 경기에서 빠지는 공과 원 바운드 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직은 자신이 원할 때 공을 존에 넣고 빼고 하는 빼어난 커맨드를 갖춘 수준은 아니라 경기마다 투구 기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이영하는 적어도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원하는 위치 근처에 던질 수 있는 커맨드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성적 역시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커맨드 능력이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 이영하 © 두산 베어스

이영하는 고교 시절 이미 150km/h을 넘기는 속구를 던졌고, 현재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의 경험을 통해서 구속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정교함에 초점을 맞추면서 올 시즌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사실상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맞이하는 젊은 투수이며, 시즌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현 시점의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성장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구력임에도 이영하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이 끝났을 때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커맨드에 눈을 뜬 이영하가 선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커맨드를 가다듬는 다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초반 윤석민 이후 사실상 끊어진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의 계보가 두산 영건 이영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커맨드 능력 향상 시 탈삼진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영하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상평, 순재준 기자/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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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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