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모 "모두와 연결돼 행복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② [창간특집 인터뷰]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9. 5.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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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통역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안현모가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경섭 작가

예능 적응도 무난히 해냈던 안현모에게 오히려 쉽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갖고 있던 여러가지 꼬리표를 떼어내는 일이었다. 보도국 기자 출신으로서 퇴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예능인으로 불리는 스스로의 모습이, 처음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실제 녹화에서도 경직이 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많은 예능인들을 보면서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남편 랩퍼 겸 제작자 라이머의 존재도 큰 힘이었다. (인터뷰 ①에서 계속)

“남편의 스타일은 속박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요. 저로 하여금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든든한 토양 같은 존재죠. 프리랜서를 결정하고 3개월 만에 남편을 만나 6개월 만에 결혼했는데요. ‘왜 그렇게 빨리 하냐’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정말 저는 연애할 때 마냥 좋았어요. 그래서 결혼을 결정하면서 아무 고민도 없었고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분산될 수 있는 에너지를 남편에게 오롯이 쏟고, 저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가 말하는 라이머는 결혼 전에는 멋진 남자였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센 것 같이 보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정이 많고 본인이 힘들고 피곤하더라도 항상 다른 사람에 맞춰주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라이머는 안현모에게 아내로서 전통적으로 지워졌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밥을 누가 차리냐. 손이 비는 사람이 차리면 된다.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오히려 물어왔다. 오히려 일을 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아내를 다그친다. 그는 실제로 남편의 회사 아티스트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기도 한다.

“남편은 일 중독자에요. 하지만 저를 참여시키고 같이 발전하는 걸 좋아해요. 일과 가정이 분리되면 서로 소홀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일을 같이 하거든요. 그렇게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서로 외롭지 않은 것 같아요.”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안현모가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경섭 작가

그는 2009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재학 당시에 아르바이트의 개념으로 SBS CNBC에서 방송과 처음 만났다. 프리랜서 통역사를 꿈꿨던 그는 방송과 만나면서 기자와 앵커의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만났고 재미를 느꼈다. 이후 2012년 SBS에 경력기자로 입사하면서 방송인으로서의 꿈은 더욱 구체화됐다. 하지만 2016년 그는 다니던 회사를 미련없이 나왔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동시통역사로 활동했다. 왜 기자가 됐는지, 그리고 왜 그만뒀는지 궁금했다.

“원래 꿈을 꾸던 직업은 아니었어요. 통역이 하고 싶었는데 당시 신생 방송사였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던 거죠.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 덕에 SBS에서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SBS에서도 경력기자 입장에서 조직에 녹아들고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아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이 생기더라고요. 원래는 로스쿨을 준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 남편을 만났고 지금의 제가 됐죠.”

원하는 게 많았던 안현모는 비록 그 일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않았다. 언젠가 더욱 자신을 자신답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가 되어서도 큰돈을 준다는 조건보다는 ‘나다움’을 지킬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해왔다. 이 ‘나답다’는 명제는 그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던 계속 지켜나갈 신념과도 같다. 그는 올해나 내년에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써 다시 한 번 저자로서 거듭날 예정이다. 여기에는 좀 더 구체적인 그의 꿈이 담길 예정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힘을 키울 수 있었어요. 보도와 예능, 방송과 생활, 한국어와 영어, 미혼과 기혼 여러 것들의 경계 위에 있죠. 이런 것들을 잘 아우르면서 더욱 저를 잘 탐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안현모가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경섭 작가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을 전파하는 일이다. 그는 ‘연결되다’는 뜻의 ‘커넥트(Connect)’를 좋아하는 단어라고 꼽았다. 지금은 ‘연결’의 시대다. 하지만 이러한 연결은 기기들 사이에서만 원활하다. 오히려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정서적인 연결은 흐려지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끼리도 카페에서 서로의 눈을 보기 보다는 연결이 잘 되는 기기를 각자 바라보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안현모는 여러 채널을 통해 사람들과 자신을 연결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행복을 전달하고 싶어한다. 방송도 따지고 보면 그런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안현모는 꽤 긴 시간 적절한 훈련을 해온 셈이다.

“저는 서울대를 나왔고, ‘엄친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동시통역사이기도 하죠. 이런 걸로 관심을 받는 건 감사하지만 그것이 많은 분들과 저의 ‘연결’에 어려움을 주는 거라면 그런 것을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저도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사람이고 누군가와의 연결을 간절히 원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앞선 ‘언니’ ‘누나’라는 단어가 나왔다. 방송을 하면서 대중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들에게 뭔가를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스스로도 모르지만 어쨌든 모두를 연결해 누구든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일일 것이다.

“‘스포츠경향’의 창간을 축하드려요. 저는 비록 언론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웃음) 언론사를 떠났지만 언론인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알기에 존경심이 있어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언론이 해야 할 것은 있다고 생각해요. ‘나다움’을 잊지 마시고 소명을 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끝)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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